
북한 여성들의 인권 실태를 고발하는 국제행사가 유엔 회의 주간에 맞춰 뉴욕에서 열렸다. 12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 인근 주유엔 한국대표부에서 열린 이번 행사에서는 탈북 여성들이 직접 북한 내 인권 유린 실태를 증언하며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했다.
◈북한 여성들의 참혹한 현실
이날 행사에는 영국과 미국 등 국제 인권 단체 관계자와 내외신 기자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탈북민과 북한 인권 전문가들은 북한 여성들이 수용소에서 겪는 고문과 성폭력, 강제 노동 등 조직적인 인권 탄압을 폭로하며 이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영국에서 북한 인권 운동을 펼치고 있는 박지현 징검다리 공동대표는 온라인으로 참석해 "북한 여성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인간의 기본권을 박탈당한 채 살아가고 있다"며 "수용소에서 여성들은 동물보다 못한 대우를 받고 있으며, 신발조차 없이 노예처럼 강제 노동에 동원된다"고 증언했다. 박 대표는 2008년 영국으로 망명한 후 2017년부터 북한 인권 단체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미국 브랜다이스대에서 국제개발을 전공 중인 탈북민 장은숙 씨도 북한 수용소에서 겪었던 참상을 증언했다. 그는 "수용소 내 겨울철 기온은 영하 20~30도에 달했으며, 여성 수감자들은 심문을 마치고 돌아올 때마다 얼굴에 멍이 들고 옷이 찢겨 있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또한 "간수들에게 성폭행을 당하는 일이 빈번했고, 감시가 심해 피해자들이 서로 말조차 나누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국제사회, 북한 여성 인권 문제 해결 촉구
국제 인권 단체들도 북한 여성 인권 침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했다. 북한 인권단체 코리아퓨처의 이현심 책임규명 팀장은 "북한 수용소에서는 성별에 기반한 체계적인 인권 침해가 발생하고 있으며, 특히 탈북 후 강제 송환된 여성들이 주된 피해자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까지 9000여 건의 인권 침해 사례를 문서화했으며, 1000명 이상의 가해자를 확인했다"며, "책임이 있는 개인과 기관에 대한 국제사회의 강력한 표적 제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제 인권단체 보호책임에 대한 글로벌센터(GCR2P)의 사비타 펀데이 사무총장은 "북한의 상황에서는 사법적 책임을 묻기가 어려운 만큼, 피해자 중심 접근법이 필수적"이라며 "제재와 같은 다양한 방법을 통해 피해자들이 실질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도 "북한 정권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주민 통제를 더욱 강화하고 있으며, 최근 몇 년 사이 표현의 자유를 더욱 제한하는 법률을 도입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 내 고위 공무원들에 의한 성폭력이 만연해 있고, 공개 재판과 처형이 다시 이루어지고 있다"며 국제사회의 감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북한 인권 문제, 국제사회가 잊지 말아야"
황준국 주유엔 한국대사는 "북한 인권 문제는 핵무기 문제보다 덜 중요한 사안이 아니라, 북한 정권의 본질을 보여주는 중요한 문제"라며 "국제사회가 북한의 인권 침해를 외면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북한의 인권 유린 상황은 주로 숫자와 통계로 알려지지만, 실제 생존자들의 증언이야말로 국제사회에 북한 정권의 실상을 알리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행사에서는 탈북 여성들이 북한 내 여성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박지현 대표는 "북한 여성들은 혼자가 아니다. 세상은 여러분을 잊지 않았고, 우리는 여러분이 자유와 권리를 찾을 때까지 함께할 것"이라며 연대의 뜻을 전했다. 장은숙 씨도 "많은 탈북 청년들이 국제기관과 협력하며 북한 인권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유엔과 세계은행 같은 국제기구들이 탈북민들의 역량 강화를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는 북한 내 여성 인권 침해 문제를 국제사회에 적극적으로 알리고,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계기가 됐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북한의 인권 문제를 지속적으로 조명하고, 국제사회의 압력을 통해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