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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라이프』지 선정, 20세기 가장 위대한 설교자 중 한 사람. 예언자이자 영적 지도자, 신학자로서 20세기 미국 민권 및 인권 운동가들에게 깊은 영향을 미친 하워드 서먼의 대표작 『예수의 가난한 사람들』은 예수의 복음이 어떻게 가난하고 권리를 박탈당한 사람들을 위한 '기쁜 소식'이 될 수 있는지를, 성서와 신학, 저자의 치열한 삶의 경험을 통해 감동적으로 그려 낸 고전이다.  

서먼은 이 책에서 2천 년 전 이스라엘 변방에 살았던 예수를 '막다른 벽', 곧 사회 변두리로 내몰린 존재로 인식하고 묘사한다. 로마 제국의 압제 아래 사회·정치·경제적으로 소외되고 가난한 유대인이었던 예수에게서 서먼은 20세기 미국 흑인 등 소수 무리들의 모습을 겹쳐 본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억압과 가난 속에서 살아가던 이들에게 예수의 복음은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반드시 도래할 하나님 나라임을 선언한다. 

저자는 책 속에서 "예수가 팔레스타인을 둘러싼 격동의 시대의 흐름에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고 성인이 되었다는 생각은 황당무계하다. 오히려 그가 그런 흐름을 인식하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그 영향을 받았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러운 판단이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는 당시의 시대적 배경을 고려하는 것만으로는 예수를 설명하기에 결코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예수를 의미심장하게 만드는 것은 동포들과 닮은 부분이 아니라 다른 모든 사람과 다른 부분에 있기 때문이다. 예수는 당대의 수많은 다른 유대인들과 같은 특성을 물려받았고 같은 사회에서 자랐다. 하지만 그는 예수였고 다른 유대인들은 예수가 아니었다"고 했다. 

이어 "자신이 하나님의 자녀라고 확신하면 모든 동료와의 관계가 근본적으로 달라지는 경향이 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이 자신에게 어떤 힘을 발휘할 수 있든지 간에, 그 사람을 두려워하는 것이 자신의 삶의 온전함을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것임을 곧바로 인식한다. 사람을 두려워하는 것은 한낱 인간을 오직 하나님께만 속하는 드높은 자리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두려워하는 사람은 말 그대로 멸망에 내맡겨진 상태다. 하나님의 자녀에게는 인간을 헤아리고 그 진정한 가치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생긴다"고 했다. 

그러면서 "설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매일 생존을 위해 싸워야 하는 암울한 현실 앞에서 아무리 신성하고 강력한 말을 쏟아 낸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생존을 위한 투쟁을 무시하는 가치관에 근거하여 이 상황을 다루려는 시도는 그 자체로 약자의 삶을 위태롭게 한다. 생존을 위해 극한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되는 환경에 있어야만 비로소 육체적 생존 이외의 다른 목적을 선택할 수 있는 듯하다"고 했다. 

끝으로 저자는 "예수의 종교는 그 중심에 사랑의 윤리가 있다. 이것은 평범한 성취가 아니다. 한 이야기에서 예수는 선한 사마리아인에 관해 들려주는 방식으로 이웃을 정의했다. 그는 한 사람이 계급, 인종, 조건의 장벽을 넘어 인간의 필요에 직접 반응할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창의적으로 강력하게 묘사했다. 모든 사람은 잠재적으로 다른 모든 사람의 이웃이다. 이웃의 본질은 물리적 거리에 관한 것이 아니라 질적인 것이다. 사람은 이웃과의 사이에 어떤 장벽도 허용하지 말고 이웃을 똑바로 분명하게 사랑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