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기독교 독서 컨퍼런스'
▲컨퍼런스 1부가 진행되고 있다. ⓒ이대웅 기자
기독 출판사들이 연합해 마련한 제1회 크리스천 독서 컨퍼런스가 2월 17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제자교회(담임 권호욱 목사)에서 개최됐다.
이번 컨퍼런스에서는 저자들이 '교회·위로·공감' 등 3가지 키워드로 강연했으며, 중간중간 별도 공간에서 교제의 시간을 가지면서 저자-출판사-독자가 소통하고 도서를 소개하며 구매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참여한 독자들에게 독서모임 소개도 이어졌다.
출판사로는 '위드북(withbook)' 모임을 함께하고 있는 샘솟는기쁨, 세움북스, 죠이북스, 홍성사, CUP가 참여했으며, 구름책방과 북서번트, 스타북스와 오마이북, 우크 등의 독서모임들도 소개 및 토크를 진행했다.
글 읽기, 잠시 멈춰 서는 시간
영적 독서로 하나님 뜻 발견을
성경만큼 사람 알고 시대 읽기
책 읽지 않으면 목회 쉽지 않아
선교사 보내듯 출판사 세워주길
출판 어려움, 공동체로 이겨야
먼저 1부에서는 강인구 대표(세움북스)가 사회를 맡은 가운데 <우리는 날마다 교회가 무엇인지 묻는다> 저자 이재학 목사(하늘땅교회)와 <교회가 작다고 사랑이 작진 않아> 저자 김종원 목사(은혜의동산교회)가 '책으로 세워져 가는 교회'라는 주제로 책과 사람, 목회 이야기를 전했다.
'책의 쓸모'에 대해 이재학 목사는 "글을 읽는다는 것은 멈춰 서는 시간을 뜻한다.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사회 속에서 성도의 손에 책이 들려 있다는 것은 한 번쯤 멈춰 길을 돌아보고 찾아보는 일"이라며 "등 떠밀려 사는 현대 크리스천들이 성경 외에 영적 독서를 통해 자신의 길을 찾아가고 하나님 뜻을 발견하는 시간으로, 저희 교회 성도님들은 목양실에 있는 제 책들을 빌려가시곤 한다"고 말했다.

'글쓰기'에 대해선 "글을 통해 자신과 직면하고 대화해야 하나님 앞에서도 자신을 세워갈 수 있기에, 글을 쓰고 읽는 것은 유익한 일"이라며 "성경 연구도 필요하지만, 성경을 아는 만큼 사람을 이해하고 시대를 읽어야 한다. 만남이나 관계성을 갖는 것 외에, 책을 읽고 살아내는 훈련도 필요하다"고 했다.
이재학 목사는 "예언자적 창조성이 없으면 목회를 계속할 수 있을까 생각이 들 정도로 갈수록 각종 환경들이 조여오는 가운데, 생각을 넓혀주는 것이 책의 역할"이라며 "책을 읽지 않으면 목회를 할 수 없다고 봐야 한다. 좋은 목회자는 잘 들어야 하는데, 하나님 말씀을 잘 들을 뿐 아니라 성도들 삶의 이야기도 듣고,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 들을 때 겸손하게 설교할 자리가 주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종원 목사는 "2천 년 전 성경 이야기를 어떻게 하면 21세기 삶의 이야기로 들리게 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책을 읽는다. 주석을 제외하고 매주 3-4권은 읽으려 노력한다"며 "교회에서 작은 도서관도 하고 있는데, 도스토예프스키 책 모임을 하다 보니 성도들이 자체적으로 독서 동아리도 만들게 됐다"고 소개했다.
김 목사는 "좋은 책 한 권이 교회를 세우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기독 출판 사역에 힘쓰시는 분들께 감사드리면서, 어려움을 이겨내는 답은 공동체가 아닐까"라며 "선교사를 보내듯, 교회들이 연합해 출판사 직원을 세울 수도 있지 않을까. 열 교회가 직원 한 명을 세워준다면, 출판사들이 타협하지 않고 깊이 있는 도서들을 번역하고 출간할 수 있을 것이다. 좋은 책이 좋은 교회를 세우고, 다시 좋은 책을 만드는 선순환이 일어나길 바란다"고 했다.
▲컨퍼런스 2부가 진행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장애인 사역 중, 딸 장애 진단
새벽까지 글 쓰는 것이 탈출구
책 출간 후 장애인과 가족 도움
인생 한 페이지에서 글감 뽑아
이어 홍성사 송민규 주임 사회로 <작은 자의 하나님> 서진교 목사(작은예수선교회 대표)와 <당신이 내게 준 길입니다> 장진희 사모(그이름교회)가 '책으로 깊어지는 위로'라는 주제로 토크를 진행했다.
장진희 사모는 "제가 개척교회 사모로서 쓴 첫 책인 <마음에 길을 내는 하루>가 최근 3쇄를 찍게 됐다. 두 번째 책 <당신이 내게 준 길입니다>도 '길'에 대한 내용"이라며 "상·하권처럼 같은 출판사에서 나왔다"고 말했다.
서진교 목사는 "저도 3쇄가 됐다(웃음). 글 쓰는 걸 좋아했지만, 책을 내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며 "장애인 사역을 한창 하고 있을 때, 제 딸이 발달장애 진단을 받았다. 굿윌스토어 사원으로 있을 때였는데 딸의 재활 비용이 턱없이 많이 들었고, 탈출구가 글밖에 없었다. 퇴근하고 아이를 돌보다가 재우고 나서 자정부터 3-4시까지 글을 썼다. 그렇게 책이 나왔다"고 전했다.
서 목사는 "22세 때 신학교에 들어갔고, '작은 자'를 섬기라는 사명을 받고 사역을 시작했다"며 "하지만 여러 교회들에서 작은 자들을 품지 못하는 현실들을 보게 됐다. 그런 이야기들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왼쪽부터) 2부 게스트 송민규 주임, 장진희 사모, 서진교 목사. ⓒ이대웅 기자
그는 "책이 나온 뒤 많은 반응들이 있었다. 처음 나왔을 때 책이 베스트셀러 순위에 있으니 <새롭게 하소서> 방송 섭외가 됐고, 오륜교회 다니엘기도회 강사로도 서서 '작은 자의 하나님'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었다"며 "마지막으로 장애인 자립을 도와 달라는 메시지를 전했을 때, 많은 반응이 있었다. 이처럼 책 한 권의 파급력이 어마어마하다. 수천·수백 명의 장애인들이 자립해 그 가족들까지 살리고 있다. 그 영향력이 계속 이어지고 있어 기쁘고 감사하다"고 이야기했다.
장 사모는 "저는 서 목사님과 달리, 갑자기 쓰게 됐다. 하나님께서 주신 아름다운 언어들을 시성을 갖고 써내려가면 좋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쓰고 있다"며 "제 인생의 한 페이지를 건드려서 표현해낸다. 책은 쓰는 작가도 유익하지만, 독자들의 반응을 보면서 받아들이는 시선들이 각자 다름을 느꼈다. 그럴 때 살짝 행복하다. 하나님이 글 쓰는 재주를 주셨다는 것에 대해 '할렐루야'를 외치고 싶다"고 털어놓았다.
독자들에게 책 인식 과정 험난
독서도 신앙도, 공동체 필요해
책 매개로 질문하고 나눔 동행
독서모임, 신앙 공동체의 도구
교제 시간에 이어 경품 이벤트와 유하나&최예나의 축하 공연 후 '책과 신앙을 잇는 공감'을 주제로 이정우 목사(독서모임 북서번트 대표)가 강연을 진행했으며, 독서모임 관계자들의 토크 및 Q&A도 이어졌다.
이와 함께 석용욱 작가의 원화 전시전도 함께 진행했다. 석 작가는 직접 전시회에 참석해 독자들에게 자신의 작품을 설명했다.
▲석용욱 작가가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이번 컨퍼런스에 대해 김재준 죠이북스 부장은 "기독교 출판 시장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출판사들은 재정적 부담 속에서도 양질의 도서를 만들어 내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독자들에게 책이 온전히 전달되는 과정이 점점 더 험난해지고 있다"며 "독자들은 수많은 책 가운데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혼란스러워하고, 교회 공동체 안에서도 독서를 통한 깊은 나눔과 교제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고자 컨퍼런스를 개최했다"고 소개했다.
김재준 부장은 "기독교는 '책의 종교'라 불릴 만큼 독서와 깊은 연관이 있지만, 오늘날 독서는 점점 개인적 영역으로 치우치고 있다. 신앙 서적을 읽으며 영성을 쌓는 것은 중요하지만, 신앙은 결코 혼자만의 여정이 아니"라며 "컨퍼런스를 통해 단순한 독서를 넘어, 책을 매개로 공동체와 함께 질문하고 나누며 동행하는 자리로 만들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기독 출판업계가 마케팅 인력 채용 여력이 없는 현실 속에, 독서모임을 통해 독서 문화를 장려하는 분들과 협력하며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반면 독자들은 믿고 읽을 만한 책을 찾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교회 역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독서 모임은 단순한 취미 활동이 아니라, 신앙 공동체를 세우는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컨퍼런스 한쪽에 마련된 도서 전시 공간. ⓒ이대웅 기자
강영란 대표는 "독서 컨퍼런스는 단순히 책을 소개하는 행사가 아니라, 출판사와 독자, 교회가 함께 만나 독서 문화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고 신앙 공동체를 세워가는 출발점"이라며 "독서는 단순한 개인의 취미가 아니라, 공동체를 하나 되게 하는 중요한 매개이다. 함께 질문하고 나누며, 신앙의 길을 동행하는 첫 발걸음을 내딛을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