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20대 탈북민이 북한 내 젊은 세대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무조건적인 충성을 바치지 않는다고 밝혔다. 경제난과 과도한 통제로 인해 정권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으며, 젊은 층이 개인의 행복을 점점 더 중요하게 여기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10월 탈북해 현재 서울에 거주 중인 강규리(가명, 24) 씨는 일본 도쿄에서 열린 북한 인권 관련 영화 상영회 참석차 일본을 방문해 요미우리신문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강 씨는 북한 평양에서 특권층으로 태어나 대학 시절에는 탁구 선수로 활동하며 비교적 여유로운 환경에서 자랐지만, 경제난과 부정부패, 과도한 통제를 경험하며 북한의 실상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강 씨는 북한 당국의 배급이 끊기면서 주민들이 생필품을 장마당(종합시장)에서 해결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북한은 돈이 모든 것을 해결하는 사회"라며, 대학에서조차 뇌물을 통해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 씨는 14살 때부터 몰래 한국 드라마를 즐겨봤으며, 탈북 전날까지도 '김비서가 왜 그럴까'를 시청했다고 전했다. 그는 '겨울연가', '이태원 클라쓰', '상속자들' 등 한국 콘텐츠가 북한 젊은 층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으며, 이를 통해 현실의 고통에서 벗어나려는 욕구가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북한 당국은 이를 강력히 통제했다. 강 씨는 길을 걷다 경찰에게 불려가 휴대전화 검사를 받으며, 남한식 단어를 사용했는지 확인당한 경험을 전했다. 이러한 규제를 피하려다 처형당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그는 "고된 삶을 견디기 위해 한국 드라마를 포기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강 씨는 또래 북한 젊은이들이 정권에 맹목적으로 충성하던 과거와 달리, 자기 행복을 더 중요시하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 내 젊은 세대가 과도한 통제에 불만을 품고 있으며, 김정은 정권에 맹종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강 씨는 지난해 10월 부모님과 동료 한 명과 함께 목선을 타고 탈출해 동해안 속초 앞바다에서 한국 어민을 만난 순간을 떠올렸다. 그는 "두려움보다 기쁨이 컸다"며, 어민이 건넨 '잘 왔다'는 말에 감동했다고 전했다.
강 씨는 "북한에서 한국이 선진국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면서도, 남한 사람들이 북한 주민을 같은 민족으로 여기고 도움을 주려 한다는 점과, 한국에 오면 국적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