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남한과 연결된 모든 도로와 철길을 완전히 단절하고 방어 구조물을 구축하겠다고 9일 전격 발표했다. 이는 그동안 진행해온 남북 분리 작업을 공식화하는 동시에, 향후 더욱 강력한 물리적 단절을 예고하는 조치로 해석된다.
조선인민군 총참모부는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화국의 남쪽 국경일대에서 일촉즉발의 전쟁위기가 고조되고 있다"며 남북 영토를 철저히 분리하기 위한 군사적 조치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10월 9일부터 남한과 연결된 북측 지역의 도로와 철길을 완전히 차단하고, 견고한 방어 축성물을 설치하는 요새화 공사를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북한군은 이번 조치의 배경으로 남한을 "제1의 적대국, 불변의 주적"으로 규정하며, 접경지역 군사훈련과 미군의 핵전략자산 전개 등을 거론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언급한 "북한 정권 종말" 발언과 미군 전략폭격기 B-1B 전개 등을 강하게 비판했다.
주목할 점은 북한이 이번 공사와 관련해 미군 측에 전화통지문을 발송했다고 밝힌 것이다. 총참모부는 "오해와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의도"라며 9일 오전 9시 45분에 통지문을 보냈다고 설명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이번 발표가 248km에 달하는 휴전선 전역의 요새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 4월부터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대전차 방벽 설치와 지뢰 매설을 진행해왔으며, 경의선과 동해선 철로도 철거하는 등 단계적인 분리 작업을 추진해왔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한국과 미국의 적대적 위협을 명분으로 내세워 현재의 동·서해 육로·철로 차단을 넘어 휴전선 전반으로 장벽 설치를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번 발표는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1차 회의 직후 나왔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당초 예상됐던 '두 국가론' 개헌 관련 내용이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 다뤄지지 않은 가운데, 전문가들은 북한이 물리적 단절을 먼저 진행한 후 이를 헌법에 명문화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러한 북한의 조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12월 천명한 '적대적 두 국가론'의 연장선상에서 이루어지는 것으로, 향후 남북관계의 더욱 심각한 경색이 우려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