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개월 동안 총회장 공백기를 보내 온 기독교한국침례회(이하 기침)가 제114차 정기총회를 불과 5일여 앞두고 또다시 혼란에 빠졌다. 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차성회 목사)가 총회장 후보 2명 모두에 대한 등록 무효 처분을 내린 데 이어, 그 중 한 후보가 제기한 가처분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선관위는 지난 3일 총회장 후보 이욥 목사(대전은포교회)와 장경동 목사(대전중문교회) 등 2인의 등록을 무효화한다고 밝혔다. 이에 이욥 목사가 기침 총회를 대상으로 '제114차 정기총회 의장단·총무선거 제80대 총회장 후보자 등록무효 결정 정지 가처분'을 제기했고, 서울남부지방법원 제51민사부는 4일 이를 인용했다.

5일 오후 2시 여의도 기침 총회회관에서는 이번 선거 후보자들의 공개토론회가 계획됐었으나, 이는 갑작스러운 변수에 비공개로 전환됐다. 이 자리에는 이욥·장경동 목사는 불참했고, 현 총회장 직무대행이자 총무 단일후보인 김일엽 목사만 참석했다.

선관위원장 차성회 목사는 "우리 교단은 은혜를 중요시하고 후보 간에 약간의 흠결이 있더라도 서로 (의견을) 주고받고 격려하면서 투표 현장에서 대의원의 판단에 맡기는 전통이 있었다"며 "그러나 지난해도 법리적 판단을 받는 일들이 많았고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선관위는 총회 규약과 내규에 근거해 최대한 중립을 유지하려 노력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욥 후보의 피선거권을 인정하라는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면서도 "회중 중심의 정책을 채택한 공동체가 계속 법의 판단으로 불신되는 것을 보고, 교단이 바로 세워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며 항소의 뜻을 밝혔다. 단, 이 목사가 제기한 가처분의 채무자가 선관위가 아닌 '총회'인 만큼, 절차를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교단 내 한 목사가 기침 총회를 상대로 '(장경동 목사의) 총회장 후보 등록 효력정지 가처분'을 낸 것 역시 받아들여졌다. 기침은 장 후보가 "시무하는 교회의 예배당이 속한 재산 2/3이 유지재단에 등기되어야 한다"는 총회 규약 제8조 1항을 위반했다며 후보 등록을 무효화했고, 법원 역시 이를 인정했다.

한편 지난해 제113차 총회장 선거에 나섰던 이욥 목사는 교단을 상대로 '총회장 선거 무효 확인의 소'를 제기했고, 서울고등법원 제25민사부는 지난 1월 이종성 총회장에 대해 선거법 위반 혐의로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을 내렸다. 이어진 본안 소송에서도 패한 총회는 항소했고, 재판부(서울고등법원 제1-2민사부)는 8월 16일자로 양측에 조정을 통보한 상태였다.

기침 제114차 정기총회는 9월 9일부터 강원 정선 하이원리조트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