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  기독일보) 타코마제일장로교회 이기범 목사
(Photo : 기독일보) 타코마제일장로교회 이기범 목사

어렸을 때 서커스단이 동네에 오곤 했습니다. 커다란 장막 텐트 안에는 무대가 설치되었고, 그곳에 가면 원숭이도 보고, 코끼리도 볼 수 있었습니다. 서커스 많은 공연 중에서 절정 묘기는 줄타기 곡예였습니다. 공중 한쪽에는 거꾸로 매달려 팔을 잡아주는 사람이 있고, 다른 쪽에는 긴 줄을 타고 하늘을 날아온 곡예사가 몸의 반동을 이용하여 공중에서 몸을 몇 바뀌 돈 다음에 반대편 곡예사의 손을 잡는 묘기였습니다. 

이 광경을 지켜보는 제 손에는 땀이 고였고, 두 손을 꽉 움켜쥔 채, 떨어지면 어떡하나 조바심이 났습니다. 그런 긴장 속에서 절묘한 타이밍과 과감한 용기로 상대편 파트너의 손을 잡은 곡예사는 성공적으로 마친 후 손을 들어 관중들에게 미소를 보냈습니다. 그러나 이런 아슬아슬한 곡예가 항상 성공하는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간혹 두 사람 중 어느 한쪽이라도 실수하면 아래에 쳐진 그물에 그 곡예사가 추락하는 일도 벌어졌습니다. 

우리는 인생에서 만나는 수많은 사람들과 악수를 합니다. 몇몇 특별한 사람들과는 손을 잡고 동업을 하기도 하고, 대표로 발탁된 운동선수들은 부단한 연습으로 호흡을 맞추기도 합니다. 우리들 대부분은 함께 손잡고 평생 같이 길을 걸어갈 배우자를 만나 팔짱을 끼기도 합니다. 결혼식에서 아버지의 손을 잡고 입장한 신부는 남편 될 사람의 손을 잡습니다. 곡예사처럼 우리는 인생의 고비고비를 다음 사람의 손을 잡고 건너갑니다. 

이렇게 인생을 살고 있는 우리가 죽기 전에 반드시 잡아야만 될 손이 있습니다. 어떤 손일까요? 바로 주님의 손입니다. 자기 힘으로 도저히 일어날 수 없었던 사람이라 할지라도 주님이 손잡아 주시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예수께서 그 손을 잡아 일으키시니 이에 일어서니라."(막 9:27) 

하나님께로부터 부름 받은 사람은 하나님께서 그 손도 잡아 주십니다. "나 여호와가 의로 너를 불렀은즉 내가 네 손을 잡아 너를 보호하며 너를 세워 백성의 언약과 이방의 빛이 되게 하리니."(사 42:6) 

러시아가 낳은 세계적인 작가 도스토예프스키(Fyodor Mikhailovich Dostoevskii)는 불우한 환경에서 자랐습니다. 어머니가 결핵으로 사망했고, 아버지는 지주였는데 농민들을 학대했다는 이유로 살해당했습니다. 열여덟 살 때, 아버지가 학살당하는 모습을 지켜본 그는, 그 충격으로 간질 발작을 일으켰습니다. 이 지병 때문에 평생 고생했습니다. 

학교에서도 따돌림당하고, 공부에도 흥미를 잃어 낙제합니다. 청년이 되자 사회주의에 관심을 가집니다. 기독교를 민중의 아편이라고 정의한 사회주의에 심취했고, 사회주의 혁명을 통해 세상을 바꾸겠다고 생각하여 비밀조직에 가담합니다. 그러나 결국 체포되어 총살형을 선고받습니다. 그의 나이 겨우 28세였습니다. 인생의 커튼이 내려지는 마지막 날, 후회의 눈물이 흘러내렸습니다. 

이렇게 살다가 이렇게 죽는다고 생각하니, 참 억울하고 아쉬운 일생이었습니다. 사형 집행이 시작되는 순간, 뜻밖의 일이 일어납니다. "황제의 특명이오. 집행을 중지하시오!"라고 외치며, 병사 한 명이 달려왔습니다. 기적적으로 살아난 그는 시베리아로 유배 갑니다. 그 기차가 간이역에 잠시 머물렀을 때, 어느 부인이 신약성경 한 권을 그에게 주었습니다. 

수용소에서 그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예수님을 만납니다. "누가 나에게 그리스도는 진리가 아니라고 증명한다 해도, 나는 그리스도와 함께 있고 싶다."라고 고백합니다. 주님의 손을 꼭 잡습니다. 무신론자, 사회주의자, 저항아, 간질병 환자였던 그도 주님을 만나 구원받았습니다. 우리 주위를 둘러봅시다. 주님의 손을 잡게 해 줍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