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9월 11일 미국을 뒤흔든 테러 사건의 핵심 용의자들이 사형을 면하는 대신 유죄를 인정하기로 미국 정부와 합의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언론은 31일, 9·11 테러를 모의한 혐의로 쿠바 관타나모 미군 기지에 수감된 칼리드 셰이크 모하메드(59) 등 3명이 미 국방부와 유죄 인정에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들 3명은 사형 대신 무기징역으로 감형되는 조건으로 기소장에 명시된 2976명을 살해한 혐의 등 모든 혐의를 인정하기로 했다. 군검찰은 이러한 내용을 서한을 통해 테러 희생자 유족들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테러 용의자들은 2003년에 체포되었으나, 정식 재판은 시작되지 못했다. 미 중앙정보국(CIA)이 이들을 심문하는 과정에서 고문 등 불법적인 수단을 사용했다는 논란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그 결과 10여 년 동안 사전 심리 절차만 진행되어 왔다. 

주요 용의자 중 한 명인 칼리드 셰이크 모하메드는 쿠웨이트에서 파키스탄 부모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는 1980년대 미국에서 기계공학을 공부했으며, 이후 아프가니스탄에서 알카에다 조직에 합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알카에다는 아프가니스탄 전쟁 말미인 1988년에 결성되었으며, 그 수장이었던 오사마 빈라덴은 2011년 5월 미군 특수 군사작전으로 사살된 바 있다. 

9·11 테러는 미국 뉴욕 세계무역센터와 워싱턴DC 미 국방부 청사에 여객기를 충돌시킨 대규모 테러 공격으로, 2976명의 생명을 앗아갔다. 이 사건을 계기로 미군은 20년간 아프가니스탄에서 군사 작전을 수행했다. 

에이드리언 왓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31일 조 바이든 대통령이 테러 용의자들과 미국 정부의 유죄 합의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왓슨 대변인은 "대통령과 백악관은 이 과정에서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았다"며 "대통령은 이 문제에 대해 국방부 당국자들과 충분히 협의하도록 자신의 팀에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합의로 9·11 테러 이후 20년 넘게 이어져 온 법적 공방이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게 되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테러 용의자들이 사형을 면하게 된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어, 향후 이 합의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