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성공회 주교회가 이스라엘을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 극단적 인종차별정책) 국가로 규정하고, 중동 국가에 대한 투자 철회 노력을 지지하는 결의안을 거부했다. 반면, 가자지구의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승인했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에 따르면, 지난 23일 켄터키주 루이빌에서 열린 제81회 미국성공회 총회에서 주교들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과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테러 조직인 하마스와의 전쟁과 관련된 4개의 결의안을 부결시켰다.
여기에는 이스라엘의 법체계를 아파르트헤이트로 규정하는 결의안, 보이콧과 투자 철회 및 제재 운동에 연대를 표명하는 결의안, 팔레스타인인을 “지중해와 요르단 강 사이의 땅의 토착민들”로 규정하는 결의안, 기독교 시온주의(Christian Zionism)를 비난하는 결의안 등이 포함되었다고 성공회 뉴스(ENS)가 보도했다.
주교들은 2023년 10월 7일 이스라엘에 대한 하마스의 테러 공격을 비난하는 결의안 D013을 통과시켰다. 결의안은 또한 가자지구에서의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을 규탄하는 동시에 진행 중인 분쟁에 대해 ‘2개 독립국가’ 해법을 지지했다. 결의안 작성자는 이를 민감한 사안에 대한 “성공회의 절제와 실용적 접근”이라고 설명했다.
성공회 주교들은 또한 미국이 “가자지구의 장기적 재건”에 기여할 것을 촉구하는 결의안 D009와 “이스라엘 및 팔레스타인에서 동등한 권리를 통한 평화”를 지지하는 결의안 D007을 통과시켰다.
승인된 세 개의 결의안은 미국 성공회 대의원회에서 심의를 받게 된다.
아파르트헤이트 규정과 관련해, 플로리다 남동부의 피터 이튼 주교는 이 결의안을 반대하며 “이스라엘 정부와 국민에 대해 ‘아파르트헤이트’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은 대부분 학계에서 오랫동안 신뢰를 잃었다”고 지적했다.
이튼은 “구별해야 할 대목이 있다. 특정 정부의 행동을 비판하는 것은 충분히 합리적이다. 그러나 ‘아파르트헤이트’와 같은 단어로 정부를 규정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며 “주교회나 총회가 이 힘든 시기에 반이스라엘로 해석될 수 있는 결의안을 통과시키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인디애나 북부의 에드워드 리틀 주교도 이 결의안이 통과되면 “성공회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에 중재자로서의 능력을 영원히 중단시킬 것이고, 이는 갈등의 한쪽 편을 옹호하는 것이 된다”며 “이스라엘과 유대인 친구들은 우리를 그들에게 끊임없이 적대적인 존재로 볼 것”이라고 반박했다.
2023년 10월 7일, 하마스 무장 세력은 이스라엘 남부에서 기습 공격을 감행하여 약 1200명을 살해하고, 여러 미국 시민을 포함한 약 250명을 인질로 납치했다.
이에 이스라엘 방위군(ADF)은 2007년부터 가자지구를 장악해 온 하마스를 파괴하고, 인질을 구출하기 위해 라파 동부 지역 등에 대한 공중 및 지상 공격을 감행했다.
하마스가 통제하는 가자 보건부는 이스라엘군의 공습 이후 가자에서 최소 3만 7천 명이 사망했다고 보고했지만, 민간인과 전투원을 구별하지 않았다. 반면, 이스라엘 방위군은 하마스와 팔레스타인 이슬람 지하드 테러 조직이 미성년자들을 군사적 목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최근 통합식량안보단계분류(Integrated Food Security Phase Classification, IPC) 분석에 따르면, 가자지구의 거의 전체 인구가 2024년 9월까지 심각한 식량 불안에 처할 것으로 보고된다. 보고서는 가자 주민 5명 중 1명은 하루 종일 굶고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가자지구 인구의 약 96%(215만 명)가 2024년 9월까지 심각한 수준의 식량 불안정에 직면할 것”이라며 “전체 지역이 비상사태(IPC 4단계)로 분류되었지만, 인구의 22%에 해당하는 약 49만 5천 명은 여전히 재앙 수준의 심각한 식량 불안(IPC 5단계)에 직면해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