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초 여러 목회자와 함께 사우디아라비아에 있는 시내산에 다녀오기로 계획을 잡았습니다. 10여 년 전 이스라엘에 계신 선교사님을 방문하러 단기선교팀이 갔다가, 시나이반도의 시내산을 다녀온 경험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곳을 다녀오고 나서 더욱 의심이 생겼습니다. “이곳이 진짜 시내산이라면 유대인 200만이 한 번에 텐트를 칠 장소가 있어야 하는데.....”
그때 이후로 성경 지도를 볼 때, 출애굽 노정에 대한 거의 상상력을 동원한 그림들을 보고 솔직히 회의가 생겼습니다. 출애굽 지명을 동원하여 만든 지도를 어떻게 믿어야 할지 난감했습니다. 더구나 고고학적 문헌학적 검증이 뒷받침되지 않는 지도도 많았으니까요.
목회자로서 계속 성경을 강의할 입장에 섰던 저에게 “성경의 역사성을 어떻게 확보하는가”의 문제는 마음속에 항상 떠나지 않는 질문이었습니다. 물론 성경에는 산문도 있고 운문도 있습니다. 역사적 기술도 있고, 영감 넘치는 시적 은유가 풍성한 기록도 있습니다. 성경의 장르를 분별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성경의 역사서에서 기록한 것을 저는 그대로 사실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믿었고, 또한 성경을 역사적 문서로 접근해야 한다는 보수적 신앙을 유지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던 중에 마침 김승학 장로님이 지은 책, “떨기나무” 1, 2편을 읽게 되었습니다. 더구나 김승학 장로님에게 아라비아 시내산 탐사의 단초를 제공한 론 와이어트(Ron Wyatt)의 유튜브를 보았습니다. 새로운 역사적 신앙의 가능성을 발견하게 되면서 저의 입장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시내산이 성경의 기록에 부합하는 장소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주장을 학문적으로 오랫동안 입증해 온 성실한 미국의 학자들이 있다는 사실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글렌 프리츠 박사(Glen Fritz)의 저술들은 론 와이어트의 가설과 김승학 장로님의 책에 대한 깊이 있는 학문적 바탕이 되는 연구로 주목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주 월요일에는 아라비아 시내산 여행을 위한 준비 모임으로 모여, 2시간 동안 켄 안 선교사님의 강의를 들었습니다. 깊이 있는 학술적 연구와 풍성한 자료를 통하여 아라비아의 시내산이 성경적이라는 개연성을 고증하려는 강의였습니다. 사도 바울의 기록 중 갈라디아서 4장 25절의 “아라비아의 시내산”이라는 말씀이 생각되면서, 더욱 시내산 근방의 유적을 확인하고 싶은 생각에 마음이 설렙니다.
화요일에는 센추리 시티 아파트의 한 실내 극장에서 교계 인사들과 함께 모여 고국의 한 방송사 SBS에서 방영한 “모세와 시내산 I, II편”을 보았습니다. 이 또한 시내산의 위치가 어딘가를 두고 치열하게 충돌하는 패러다임, 곧 시내 반도의 시내산과 아라비아의 시내산에 대한 차분한 논증을 싣고 있었습니다. 물론 역사적 장소가 확인되지 않아도 믿는 사람들의 출애굽의 은혜에 대한 확신은 무너지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역사적 장소와 성경이 일치한다면, 그것은 우리의 신앙에 대한 더욱 강력한 지적 변증을 가능하게 할 것입니다.
이는 마치 성경에 기록된 히스기야의 터널을 실제로 발견하고, 성경에 기반을 둔 우리의 신앙이 허구가 아님을 깨닫고 즐거워한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아라비아의 시내산 패러다임을 지지합니다. 수십만 점의 유물과 수천의 무덤들, 그리고 고대 미디안의 지리적 위치와 전승들이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모든 신앙의 요소가 실증적 자료에 의해 검증되지는 않으나, 21세기에 들어와 시내산의 위치가 입증된다면 얼마나 흥분되는 일입니까? 우리의 믿음이 신화가 아닌 역사적 사실에 기반함을 확인하는 것이 얼마나 의미 있는 일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