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 찬반 이슈로 최근 7600여 교회가 탈퇴하는 등 내홍이 깊었던 미국 연합감리교회(UMC)가 총회에서 '동성애자 목사안수 금지 규정'을 전격 삭제했다. 비록 개 교회에서 동성애자 목사 파송을 원치 않을 경우 거부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자율성을 보장했다고는 하나 교단이 친 동성애적 신학노선을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교단에 남아있는 보수층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주목된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서 지난달 23일부터 5월 3일까지 개최된 UMC 총회는 지난 1일 회무에서 지난 40년 동안 금지해온 동성애자 목사안수 금지 규정을 삭제하는 안을 표결에 붙여 대의원 692명의 압도적 찬성(반대 51명)으로 가결했다. 이로써 지난 1984년부터 지속돼 온 동성애자 목사 안수 금지 규정이 40년 만에 사라지게 됐다.

연합감리교뉴스(UM News)는 이에 대해 "UMC의 성소수자 교인에 대한 오랜 제한을 조용히 해제하고 있는 이번 총회의 추세를 이은 것"이라고 했다. 이는 곧 UMC가 추구하는 방향이 동성애를 인정하는 쪽으로 유턴했고 이것이 교단의 자연스러운 기류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다만 UMC 총회는 이런 결정을 하면서 "승인된 법안은 또한 목회자와 교회가 동성결혼식을 주례하거나 주최하지 않을 권리를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했다. 즉 어떤 결정을 하든 개 교회의 자율에 맡기고 불이익도 없도록 하겠다는 것인데 규정을 만들어놓고 자율성을 보장하는 상반된 태도가 개 교회에는 큰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점은 간과하지 않았나 싶다. 어떤 교회는 동성애자 목회자를 받아들이고 어떤 교회는 거부하는 분위기가 한 교단 안에 혼재될 경우 결국 교단의 법적 권위가 유명무실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UMC 총회는 이에 앞서 지난달 27일엔 "성적 지향이나 성 정체성과 관계없이 모든 사람의 평등한 권리, 자유, 보호를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이는 '교회와 정부', '기본적 권리와 자유'를 다룬 개정안에 포함된 내용으로 671대 57이라는 92%의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됐다.

UMC가 개인의 성 정체성과 관계없이 모든 사람의 평등한 권리를 보장하는 결의를 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즉, 사람들이 남성, 여성, 간성, 트랜스젠더인지와 상관없이 존엄성을 인정받고, 존중되어야 한다는 선언인데 하나님이 남성과 여성만을 창조하신 신학의 전통을 정면 부인하는 것이어서 보수층의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이번 UMC 총회가 동성애와 관련해 지난 세월 이어온 최소한의 금지 규정마저 지울 것이란 건 어느 정도는 예견됐다. 그러나 "동성애 실천은... 기독교의 가르침과 양립할 수 없다"라고 한 사회생활원칙의 52년 된 문구를 파기하고 동성애자 목사안수 금지 규정까지 전격 삭제한 건 예상을 뛰어넘는 파격적 변신이 아닐 수 없다.

UMC는 동성애와 관련해 교단의 제 규정이 살아있을 때도 이와 상관없이 행동하는 진보적인 인사들 때문에 갈등과 반목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교단 지도부가 이들 편에 서있어 교단이 친 동성애 노선에 장악될 것으로 본 약 7,600개 교회가 미리 짐을 싸 교단을 떠나게 된 것이다.

문제는 이들이 떠남으로써 결과적으로 UMC가 동성애 친화적인 교단으로 완전히 변모했다는 사실이다. 전체 미국 교회 수의 4분에 1에 이르는 엄청난 수의 교회들이 교단을 떠나면서 그 자리를 차지한 진보적인 인사들에 의해 감리교단이 지켜온 오랜 규정들과 신학의 정체성까지 한꺼번에 무너지게 된 것이다.

이런 파격적인 결정이 교단 내 한인교회에 미칠 영향은 아직까지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교단이 금지했던 동성애 관련 규정을 삭제하는 등 엄청난 변화에도 그걸 받아들이는 데 있어 개교회와 목회자에게 선택권을 주고 어떤 불이익도 주지 않기로 하는 등 보수층을 최대한 자극하지 않으려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교단의 신학적 틀과 노선이 폐기된 데 따른 심리적인 동요까지 막기는 어려울 것이다.

교단 내 한인총회 등 목회자단체들이 지난 3일 공동목회서신을 발표하고 서둘러 진화에 나선 것도 이런 분위기를 감지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들은 이번 UMC 총회에서 가장 주목할 결정은 "성소수자 관련한 총회의 결정에 대해 제한 규정을 없앴을 뿐, 지지하기 위한 결정이 아니"라는 점을 유독 강조했다.

그러나 UMC 한인총회 총회장인 이창민 목사는 총회 결의 직후에 "전통적 입장을 지향하는 대부분의 한인교회 입장에서는 오늘 의결된 사항에 대해 우려를 표한다"고 했다. 이 목사는 동성애와 관련해 결정된 사안에 대한 취사선택이 개 교회와 담임 목회자에게 있고, 어떤 불이익도 돌아오지 않게 한 건 다행"이라면서도 "이번 결정으로 인해 한인교회 내 일부 혼란과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밝힘으로써 향후 UMC 내 한인교회에서 이 문제가 논란이 될 수 있음을 내비쳤다.

UMC의 친동성애 기류로 약 7,600개 교회가 교단을 탈퇴한 데다 교단에 남아 있는 교회들도 교단의 이런 결정을 전폭 지지한다고 보기는 어려워 이 교회들의 향후 거취가 UMC의 앞날에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대다수가 전통적인 입장, 즉 동성애를 용인하지 않는 입장에 서 있는 한인교회들로서는 교단 총회의 결정을 수용할지, 아니면 거부하고 새로운 길을 모색할지가 관심사다. 이번 UMC 총회의 동성애 관련 결의는 말이 자율성이지 개교회에겐 교단 정체성의 모호함에서 오는 혼란으로 딜레마에 빠질 가능성이 다분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