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 보수적인 기독교 라디오 방송국이 동성 결혼식에 참석하는 것이 문화적인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주장을 한 목회자의 프로그램을 방송에서 제외했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에 따르면, 올해 71세인 알리스터 배그(Alister Begg) 목사는 전국 1800개 방송국에서 전파되는 라디오 팟캐스트 ‘트루스포라이프’(Truth For Life)의 진행자이자, 클리블랜드 소재 파크사이드 교회의 담임목사이다.
이 논란은 작년 9월 배그 목사가 그의 팟캐스트에서 자신의 새 책 <기독교 선언문>(The Christian Manifesto)에 관한 토론 중 한 발언에서 발생했다. 배그 목사는 팟캐스트에서 한 할머니가 자신의 손자가 트랜스젠더와 결혼할 예정이라며, 해당 결혼식에 참석해야 하는지에 대해 물었다고 언급했다.
그는 “우리는 자주 ‘내 손자가 트랜스젠더와 결혼하려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알려달라’는 전화 질문을 받는다. 여기에는 엄청난 책임이 따른다”라며 “불과 며칠 전에 그런 대화를 나누었는데, 사람들은 이 답변을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할머니에게 ‘손자께서 예수님을 믿는 당신의 신앙을 알고 있나요?’ ‘그렇습니다’ ‘손자 분이 삶에서 내린 선택을 예수님을 믿는 당신이 어떤 식으로든 긍정할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합니까?’ ‘그렇습니다’”라며 “나는 ‘그렇다면 좋습니다. 손자께서 그 사실을 안다면, 당신이 그 결혼식에 참석해서 그들에게 선물을 사 주길 제안합니다’라고 말했다”고 했다.
배그 목사는 기독교인들이 동성 결혼식에 참석하지 않는 것이 문화가 교회에 대해 가진 “비판적인 고정관념을 강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 문제는 이렇습니다. 당신의 사랑이 그들을 당황하게 할 수 있겠지만, 당신의 불참은 그들로 하여금 '이들(기독교인)은 내가 항상 생각했던 대로다. 판단하고, 비판적이며, 어떤 것도 인정할 준비가 안 된 사람들’이라고 말하는 것을 강화할 뿐”이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이것은 정말로 미묘한 차이다. 사람들은 두렵고 떨림으로 자신의 구원을 이루어야 한다. 하지만 내 생각엔 우리가 그런 위험을 감수할 것이라고 본다”라며 “예수님과 그분이 어떤 왕이신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마음과 삶에 다리를 놓으려면 훨씬 더 많은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고 했다.
배그 목사의 발언은 최근 소셜 미디어에 다시 등장하여 논란을 일으켰다. 이후, 미국가족협회(American Family Association)의 라디오 사역인 ‘미국가족라디오’(AFR)는 10년 이상 송출한 팟캐스트 ‘트루스포라이프’를 더 이상 방송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AFR은 성명문에 “최근 우리는 배그 목사가 비성경적인 발언을 했으며, 그 발언이 수십 년간 청취자들이 기대해온 그의 성경적 충실성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주목했다”며 “동성애자 두 명 간의 성경에 어긋나는 결혼식에 가족이 참석해야 하는지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에, 배그 목사는 기독교인들에게 참석하고 선물을 가져가도록 조언했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가족협회는 한 남자와 한 여자 간의 결혼이라는 성경적 모델을 벗어난 어떤 결합을 기념하는 의식이라도 참석하는 것이 하나님에게 불성실한 행위라고 믿는다”라며 “우리의 지도부 팀은 알리스터 배그의 팀과 통화를 가졌지만, 그의 실수를 납득시키는 데 실패했다”고 전했다.
2022년에도 배그 목사는 로마서를 강의하며 동성 결혼 문제에 대해 다뤘다. 그는 ‘하나님이 그들을 내어버려두사’라는 제목의 동성애에 관한 2부작 설교 시리즈에서 동성 결혼이 성경과 양립할 수 있다는 개념에 반대했다. 당시 그는 “이것은 대안적인 생활방식이 아니다. 부자연스러운 결정”이라며 “이것(동성 결혼)은 하나님에 대한 반역의 표시”라며 강하게 반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