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 및 포괄적 차별금지법 옹호 논란으로 회원 교단들이 탈퇴까지 거론하며 강력 항의하는 등 내홍을 겪었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이하 NCCK)가 "동성애자는 천부인권의 측면에서 고려할 뿐, 동성애 자체를 찬성하진 않았다"며 "(교계의 염려에 대해) 더 많이 논의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NCCK가 20일 종로구 한국기독교연합회관에서 제72회 정기총회를 개최한 가운데, 윤창섭 목사(기독교대한복음교회, 이하 복음)가 신임 회장으로 취임했다. 총회는 시종일관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 진행됐지만, 기독교대한감리회(이하 기감) 측 총대 이경덕 목사는 회무 중 동성애 등의 이슈가 언급되지 않은 점을 꼬집으며 입장을 물었고, 윤 회장과 김종생 총무는 총회와 이후 기자회견에서 이에 대한 입장을 거듭 밝혔다.

이경덕 목사는 "우리 교단(기감)과 회원교단들은 NCCK를 탈퇴하겠다는데, 막상 와 보니 이 문제에 대한 심각성이 없다. 동성애와 차별금지법이라는 핵심적 이슈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없다"며 "NCCK 신학위원회가 있으면 뭐하나. 다른 위원회와의 사이에 마치 엄청난 벽을 친 것 같다. 연합과 일치를 외치지만 엄청난 장벽이 느껴진다"고 지적했다.

이에 윤 회장은 "우리 모두의 아픔이기도 하고, 계속해서 논의하고 연구해야 할 중요한 말씀을 해 주셨다. 이번 회기 이후로 좀 더 구체화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김 총무는 "기감의 10월 입법총회는 잘 넘어갔지만, 아무래도 내년 행정총회에서 (탈퇴 이슈가) 본격 거론될 것 같다. NCC 대책위원회가 기감과 만나 대안을 모색할 것"이라며 "기감의 일들이 동성애와 차별금지법에 대한 바로미터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여러 위원회의 의견을 모아 준비해나가겠다. 오늘 본 안건으로 내놓지 못한 건 제가 서툰 탓도 있고, 본격적으로 거론하려면 숙성시키는 시간이 필요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고 전했다. 

윤 회장 "성경의 뜻 세우면서 공의 실현할 것"
김 총무 "교계 기우에 가까워... 논의해 갈 것"

총회 폐회 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도 해당 문제가 다시 언급됐다. 재차 NCCK의 입장에 대한 질의에 윤 회장은 "회장에 취임하고 가장 힘든 문제 중 하나다. 실질적 내용보다는 밖에서 볼 때 상당히 많은 오해되는 부분이 있었다"며 "성경에 위배되지 않고 충분히 성경의 뜻을 세우면서도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공의와 정의를 실현내가는 입장에서 NCCK를 세워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김 총무도 "감리회뿐만 아니라 한국교회 전반의 분위기일 것이다. 동성애와 차별금지법을 구분했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있었는데, 성경에서 동성애는 근본적으로 반대한다. 다만 동성애자에 대한 생각은 다를 수 있다. 동성애자라는 소수자들의 입장과 형편을 고려하지만, 그 자체를 찬성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그는 "다만 보편적으로 '차별하면 안 된다'는 천부인권의 입장에서 염려를 한 것인데 표현에서 오해의 소지가 있었고, NCCK 위원회의 발행 문서들이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이라며 "NCCK는 그러한 진보적 입장까지 수렴하지만, 그것이 곧 NCCK의 입장이라고 할 수는 없다. NCCK는 다수결의 개념보다 만장일치제 결의 구조를 갖고 있다. 그러한 면에서 우려하는 부분은 기우에 가깝다. 많은 논의를 통해 합의를 이뤄나갈 것"이라고 했다.

한편 윤 회장은 취임사에서 "새로운 100년을 맞이하는 역사적 회기를 출발하며, 제71회기에 이어 '생명의 하나님, 사랑으로 만물을 새롭게 하소서'라는 형식으로 주제를 정했다"며 "100년 동안 도도히 흘러 온 에큐메니칼 정신을 이어받아, 안으로는 교회의 일치와 연합을 더욱 공고히 하고 밖으로는 사회와 함께 연대하는 가치를 실천함으로 만물을 새롭게 하시는 하나님의 역사를 실혀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NCCK 제71회기 신임 임원 명단.
▲회장: 윤창섭 총회장(복음) ▲부회장: 조성암 대주교(정교회), 김의식 총회장(예장), 태동화 총무(기감), 정옥진 장로(여성/기장), 윤대엽 청년(청년/성공회) ▲서기: 이훈삼 목사(기장) ▲회계: 박상태 목사(루터회) ▲감사: 박준선 사관(구세군), 이재호 목사(CLS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