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심리학자 폴커 키츠와 마누엘 투쉬가 쓴 '마음의 법칙'이라는 책을 읽으면 인간관계에서 발생하는 오해가 주로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는 것을 '찬성'하는 것으로 여기고, 이해하는 것을 '동의'하는 것으로 여기는 데에서 온다고 한다. 다시 말해 다른 사람의 의견을 잘 경청하면 내가 생각하는 것을 포기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인정하거나 찬성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남의 말을 경청해서 듣는 것이 조금은 부담스러워지고, 남의 이야기를 이해하는 것이 어떤 부분에서는 내가 지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는 것 같다.
실제로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는 것은 꽤나 인내를 요구하는 일이다. 안타깝게도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없어서 외로워하며 삶을 마감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최근에 발표된 CDC (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서만 2022년 동안 5만여 명이 자살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흥미로운 사실은 한국의 청소년들 사이에서 팬데믹 기간에 오히려 가족 관계 만족도가 높아진 통계가 있다(여성가족부, 2021).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증가함에 따라 서로 간의 관계가 개선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스트레스와 우울에 대한 경험도 이전보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것은 우리가 코로나 19 팬데믹 기간 동안 어려운 시기를 겪었지만,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삶의 만족도가 높아진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가족의 관계가 각자의 정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을 나타낸다.
가족 관계가 회복될 때 이로써 스스로 만족하는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임을 의미한다. 이 의미 있는 일에 참여하는 것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잘 '경청' 하는 것, 그 작은 선행으로부터 시작될 수 있다.
미주장로회신학대학교 상담심리학과 디렉터 이제니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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