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특사 신설, 모니터링 보고
탈북민 재정 지원, 난민 지위 촉진
캐나다, 하디·게일 선교사의 모국
6.25 참전, 500여 명 전사 고마움
인권 선도국 캐나다, 영연방 영향
국회에서 하면 전국이 다 알게 돼
캐나다 의회에도 북한인권법 제정 동의안이 제출됐다. 캐나다 이민장관을 지낸 주디 스그로(Judy Sgro) 연방 하원의원이 '북한인권법 입법 동의안(Motion)'을 지난 9월 14일 하원의회에 상정했다.
VOA에 의하면 캐나다 의회에서 입법 관련 동의안 제출은 공식 법안 제출을 위한 준비 과정으로, 동의안 상정 후 의원 20명 이상이 재청할 경우 정식 안건으로 채택돼 토론이 진행된다. 이후 표결에서 3분의 2 이상이 동의하면 입법 절차가 본격화된다.
캐나다 의회에 제출된 북한인권법 동의안은 캐나다에 북한인권특사 직책을 신설해 북한 정치범수용소(관리소), 탈북민 상황, 북한 주민들을 반인도범죄로부터 보호할 방안, 북한인권 증진을 위한 국제 노력 지원 등을 모니터링하고 의회에 보고하도록 했다.
또 중국을 비롯한 제3국 탈북민들을 돕는 NGO들에 대한 재정 지원, 탈북민들의 유엔난민기구 접근 지원 등 북한인권 전반 상황을 캐나다 외무장관이 정기적으로 의회에 보고하도록 했다. 탈북민들에 대한 난민 지위 신청 촉진 내용도 포함됐다.
캐나다 하원에서는 8년 전인 지난 2015년 법무장관을 지낸 어윈 커틀러(Irwin Cotler) 의원이 북한인권법 동의안을 상정했으나, 갑자기 조기 선거가 진행되면서 자동 폐기된 바 있다.
▲북한인권법을 의회에 상정한 주디 스그로 의원. ⓒ페이스북 |
이번 북한인권법 제정 동의안 제출은 캐나다에서 북한인권법 제정 운동을 펼치고 있는 민간단체 북한인권협의회(회장 이경복, HRNK Canada, 이하 협의회)의 활동이 산파 역할을 담당했다. 협의회는 매년 캐나다 정부가 지정한 '북한인권의 날(9월 28일)'을 기념하면서 지구 반대편 캐나다에 북한인권 현실을 알리고 있다.
스그로 의원도 올해 캐나다 수도 오타와에서 열린 '북한인권의 날' 제10주년 기념식을 계기로 동의안 내용을 소개하고 지지를 당부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김영호 통일부 장관도 영상 축사를 보냈다.
캐나다 외무성에서 오래 근무하다 퇴직하고 최근 방한한 캐나다 북한인권협의회 한영아 부회장(62)은 "캐나다 내에 북한인권에 대한 여론이 형성돼야 하지만, 낙관적으로 생각한다. 8년 전과 달리 한국이 캐나다에서 많이 알려졌고, 긍정적 이미지도 커졌다"며 "지난 5월 윤 대통령과 캐나다 총리가 만나 자유와 인권에 대해 연대하기로 천명한 바 있어, 강력한 힘이 되고 있다. 양국은 느슨한 연합(alliance)이 아닌, 결속(solidarity)이란 단어를 썼다"고 말했다.
한 부회장은 "캐나다는 전 세계 인권 선도국이다. 현 캐나다 쥐스탱 트뤼도 총리(Justin Trudeau)는 인권 문제를 모든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놓고 있다. 인권 문제만큼은 총리가 직접 이야기하는 편"이라며 "재정이 부족하지만, 저희도 이러한 때를 놓치지 않고 법안 통과를 밀어붙이려 한다"고 밝혔다.
▲한영아 부회장. ⓒ이대웅 기자 |
또 "캐나다는 한국과 FTA를 체결해 2015년부터 발효됐다. 이는 캐나다가 아시아 국가들과 맺은 첫 FTA였다. 캐나다는 주(Providence)마다 각자 규정이 달라 서로 무역하기도 힘든 경우가 있는데, 캐나다 전체가 한국과 FTA를 체결한 것은 획기적인 일"이라며 "이렇게 경제적으로 같은 권역이 됐고, 6.25 때도 참전해 516명이 전사하기까지 한 고마운 나라"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지난 1903년 원산 대부흥을 일으킨 하디(Robert A. Hardie, 1865-1949) 선교사, 1907년 평양대부흥을 함께했던 '조선인보다 조선을 더 사랑한' 게일(James S. Gale, 1863-1937) 선교사가 모두 캐나다 토론토 의대생이었을 정도로 기독교적으로도 깊은 관계가 있다"며 "개인적으로는 저희 선대가 만주 용정에 살았는데, 그곳 한인교회와 병원에 캐나다 교회가 재정 지원을 한 사실도 있었다"고 말했다.
캐나다 북한인권협의회(HRNK Canada)는 20년 전 이경복 회장이 시작한 단체로, 이 회장은 지난 2004년 미국에서 북한인권법 제정 전 수잔 숄티(Suzanne Scholte) 여사가 주최한 행사에 참가한 계기로 북한인권 운동에 적극 들어서게 됐다고 한다.
한 부회장은 12년 전인 2011년 수도 오타와에서 열린 북한인권 청문회에 참석했다 북한인권 실상에 충격을 받으면서 단체에 발을 들였다고 한다. 한 부회장은 "2011년 청문회 당시 캐나다 의원들이 탈북민들의 증언을 들으면서 우리나라 사람들보다 더 놀라면서 어떻게 도와야 하는지 묻는 것을 보고 더욱 놀랐다. 한편으로 저는 뭐했나 싶어 창피했다"며 "저도 그때 이경복 회장님이 하시는 일을 한 번만 도와드리고 그만하려 했는데, 점점 깊이 관여하면서 여기까지 왔다"고 웃었다.
캐나다에 북한인권법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선 "한국에서 에티오피아나 콩고 인권법을 만든다고 하면 우습지 않느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충분히 당위성이 있다고 본다. 미국도 일본도 이미 제정한 법안"이라며 "캐나다는 소수민족들의 인권도 중시한다. 그리고 캐나다에서 법안이 제정되면, 향후 영국과 호주 등 영연방 국가들에게로 이어지는 나비효과도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북한 인권의 날 10주년 행사 중 이경복 회장. ⓒHRNK Canada |
한 부회장은 "저도 법안 필요성에 대해 처음에는 회의적이었다. 하지만 저희가 중국대사관 앞에서 아무리 시위를 해도 별 도움이 안 되고 잘 알려지지도 않았다. 그런데 국회에서 행사를 한 번 하면 전국으로 널리 퍼지더라"며 "국회에서 하면 오타와(수도)가 하는 것이고, 곧 캐나다에서 하는 것이다. 지렛대 효과가 크다"고 강조했다.
그는 "법안이 제정되면 캐나다라는 한 국가가 북한인권을 위해 공식적으로 활동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며 "캐나다 정부가 상당한 비용을 부담하면서 해야 하는 일"이라고 했다.
한영아 부회장은 "북한인권법이 제정되면, 북한에 소위 '급변사태'가 발생할 경우 쏟아져 나올 난민들도 곧바로 대처할 수 있다. 캐나다는 매년 엄청난 숫자의 난민과 이민을 받는 나라로서 이런 경우에 전문적 대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 부회장은 "10월 30일 주한 캐나다 대사관이 주최한 북한인권 행사에 갔는데, 한 탈북 여대생이 '외부에서 북한인권에 대해 이야기하면, 우리에게 대하는 것이 조금씩 달라지더라'고 증언했다. 그들은 인권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기 때문에, 국제사회에서 계속 이야기하면 그 부분에 대해선 조금씩 개선한다는 것"이라며 "북한이 국제사회의 주장들을 계속 모니터링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캐나다 북한인권협의회 주최 북한 인권의 날 10주년 행사 모습. ⓒHRNK Canada |
그러면서 "북한 정권은 주민들이 자신의 인권 실상을 알게 될까 매우 긴장한다. 그러므로 전 세계가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우려하는 현실이 정상이 아님을 알려서, 특히 장마당 세대들이 깨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또 "한국도 북한인권법이 제정됐지만 아직 제대로 집행되지 못하고 있는데, 캐나다에서 북한인권법이 통과되면 한국에게도 크게 자극이 되지 않을까"라며 "캐나다는 당사자가 아님에도 보편적 인류애로 이 문제를 접근하는데, 당사자인 한국이 이럴 수 있느냐. 미국도 4년마다 북한인권법 재인준이 필요한데, 현재 재인준이 보류되고 있다. 그런데 캐나다에서 북한인권법이 통과되면, 그야말로 획기적인 빅뱅이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재중 탈북민들 강제북송 문제에 대해서도 "중국이 탈북민들을 한국으로 곧장 넘기면 북한의 눈치가 보이고 입장도 난처할 수 있으니, 만약 그럴 수 있다면 제3국인 캐나다로 보내주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며 "이와 관련한 복안이 있다. 조만간 놀랄 만한 '오타와발 특종 뉴스'가 나올 것"이라고 말해 기대를 모았다.
끝으로 "분단 70년이 넘었으니, 이제 하나님께서 일하실 것이다. 하지만 가만히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다"며 "먼저 전체 하원의원들에게 북한인권법 취지를 제대로 알려, 법안이 통과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문의: hrnkcanada928@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