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도님들 기도로 한국방문을 잘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 무력하게 누워있는 어머니를 뵈며 인생의 근원적 질문을 다시 하게 됩니다.
우리는 누구이고,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살아있다는 것은 무엇이고, 죽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내 의지와 노력 1%도 없이 이 땅에 타인에 의해 보내어진 나는 주어진 생명을 가지고 살다가 때가 되면 내 의지와 상관없이 역시 나를 보내신 누군가에게로 다시 가야 하는 이 운명적 상황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말이지요.
내 시간이 내 것인 양 살아가는 우리 모습 속에 생명이 내 것이 아니라는 죽음 앞의 실존적 선포에 우리 삶은 정죄되고 고발된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사람이 한 번 죽는 것은 정해진 것이요, 그 후에는 심판이 있으리라는 성경의 말씀이 가슴 깊이 다가옵니다.
나는 과연 내게 그야말로 내 의지와 상관없이 선물로, 은혜로, 전적인 하나님의 호의로 주어진 내 삶을 어떻게 살고 있는지, 과연 죽음 앞에서 내 삶은 하나님 앞에 어떤 의미를 갖게 될지 자신에게 질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나는 과연 하나님 앞에서 평생 죄와 피 흘리는 전투를 얼마나 해왔는지, 나는 주님이 나를 죽음으로 부르실 때 교우들과 자손들에게 부끄럼 없이 믿음의 흔적으로 충분히 남겼는지, 비록 연약하고, 부족하지만 그때마다 하나님이 주신 전적인 십자가의 은혜를 의지하며 그분 앞에 바로 서려고 노력했는지, 모든 것이 저울에 달아질 것인데 그 삶을 준비하며 살았는지 등, 인생의 근원적인 질문들이 깊은 가슴에 울리는 듯합니다.
누워서 눈을 뜨지 못하는 어머니의 삶을 생각해 보며, 그래도 성도로서 하나님 뜻대로 살려고 노력하고, 직분자로서, 구역장으로서, 한 가정의 어머니와 아내로서 평생 한 교회를 헌신적으로 섬기며 살아오신 자랑스러운 어머니가 육신적 연약함에 힘겨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 누구도 전능하신 하나님 앞에 자랑할 인생이 없고, 그 위엄과 권세 앞에 무릎 꿇지 않을 인생이 없음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그런 주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셨고, 지금도 사랑하시며, 그날에 우리의 눈물을 닦아 주시고 영원히 내 아버지가 되어주실 것이라는 복음이 연약한 우리 인간의 마음에 유일한 빛으로 다가옵니다. 주님 감사합니다. 영광 받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