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교회 고신 김홍석 총회장이 제38회 재미고신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차별금지법, 저출산 문제 등 한국사회가 직면한 문제에 대한 교회의 올바른 접근법에 대해 조언했다. 김 총회장은 ‘차별금지법 반대’라고 외치기 보다 ‘차별금지법 독소조항 반대’라고 하는 것이 더욱 정확한 표현과 접근이라고 지적하는 한편, 교회가 대사회적 목소리를 내되 절제되고 품위 있는 주장을 펼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교회적으로는 팬데믹 이후 패배주의에서 벗어나 이전의 신앙적인 열정을 회복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인터뷰 일문일답.
-교회가 차별금지법, 동성애 등의 문제로 인해 대사회적인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는 시대가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교회가 이 문제를 접근하고 목소리를 내는데 있어서 고려할 부분이나 지혜를 모아야 할 부분이 있다면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한국교회는 그동안 반성경적인 악법 저지에 혼신의 힘을 다해 왔습니다. 고신총회도 대사회관계위원회를 조직하여 부지런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차별금지법 반대’라는 한국교회의 주장이 마치 한국교회가 차별을 찬성하는 듯한 모습으로 비치게 된 것은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한국교회가 용어싸움에서 져서는 안됩니다. 차별금지를 반대하는 것이라기 보다는 차별금지법 속의 독소 조항을 반대하는 것이 더 좋다고 봅니다.
우리가 길거리로 나가서 피켓 시위를 하거나 악법 저지 투쟁을 하는 데는 많은 지혜가 필요합니다. 또한 한국교회가 매우 절제된, 품위 있는 주장을 펼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냥 목소리만 높이는 것이 아니라 차분히 논리적으로, 정서적으로 설득하는 과정이 우선되면 좋겠습니다. 동성애 문제도 국민정서를 감안한다면, 한국 사회를 충분히 설득할 수 있을 것입니다.
-현재 한국교회들의 주일학교가 현저히 감소하는 등 저출산 문제는 사회적 문제이면서 동시에 교회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저출산 극복을 위해 교회가 해야 할 역할은 무엇입니까.
한국교회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의 전반의 문제와 맞물려 있습니다. 유독 교회에서만 학생들이 줄어든 것은 아닙니다. 한국의 저출생 문제로 인해 전반적으로 학령 인구가 감소한 측면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전에 비해서 숫자가 줄어든 것도 문제지만 교회학교 출석률이 감소한 것에 더욱 마음 아파해야 하겠습니다. 한국교회는 교회학교가 없는 교회가 이미 절반을 넘어섰습니다.
저출산 문제는 하루 이틀 만에 해결될 수는 없다고 봅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강단에서 목회자들이 성경적인 가정의 가치관을 자주 전해야 하겠습니다. 또한 가정과 결혼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더 나아가서는 교회의 기성세대들이 행복한 가정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단지 금전적인 지원만으로 저출산의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가정과 결혼, 자녀 양육에 대한 성경적인 가치관을 심어주는 것이 먼저라고 봅니다.
-고신총회가 가지고 있는 귀한 신앙유산이 있습니다. 특히 한국의 교단들 중에 공과 개발에 가장 많은 예산을 쓰고 있기도 합니다. 고신총회가 이러한 신앙유산을 이어 가기 위해 사역이 있다면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고신총회가 한국교회 안에서 그리 큰 교단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지금까지 묵묵히 맡겨진 사명을 잘 감당해왔습니다. 특히 기독교교육 분야에서는 자타가 인정하고 있습니다. 일찍이 총회교육원을 설립하여 커리큘럼 개발과 교육자료 보급 등의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특히 이번 회기에는 서울과 부산에서 개최될 ‘2024 교육 엑스포’를 통해 교회학교 진흥에 박차를 가할 것입니다.
고신총회에서 개발한 ‘그랜드 스토리’ 교재가 밀리언 셀러가 된 것에 힘입어, 이번에는 약 25억 여 원을 투입하여 ‘킹덤 스토리’라는 교재개발 완성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고신총회는 이러한 신앙유산을 이어가기 위해 각 상임위원회가 협력하여 아름다운 전통을 이어갈 것입니다. 교회학교 교사 양성에도 힘을 쏟을 것입니다. 그랜드 스토리는 영어로 번역하여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함으로써 영어권 지역의 한인교회와 선교지의 선교사 사역에 큰 기여를 하게 될 것입니다.
-올해 고신총회의 표어가 ‘열심을 품고, 주를 섬기라’입니다. 이를 통해 총회와 교회들에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입니까.
한국교회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을 거치면서 영적 패배주의와 무력감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선 이에서 탈출하는 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교인수도 많아 감소하였고, 출석 숫자도 아직 팬데믹 이전보다 80~85% 수준이어서 약 15~20% 정도가 줄었다고 보기도 합니다. 심지어 교회도 많이 문을 닫고 폐쇄됐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이제 다시 한번 심기일전하여 열심을 품고 부지런히 주님을 섬기고, 교회를 섬기는 열정이 회복되었으면 합니다. 특별한 캠페인이나 새로운 프로젝트가 아니라 이전의 신앙적인 열정을 회복하는 한 회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교회가 전통적으로 해오던 대로 예배, 교육, 전도, 봉사, 교제의 영역에서부터 열심을 낼 것을 독려하고 있습니다. 물론 대 사회적인 책임도 열심히 감당해야 할 것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