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광 목사(월드쉐어 U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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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머나 교회 감독이었던 폴리갑은 이그나티우스가 떠난 2세기 교회의 걸출한 지도자였다. 그가 사도 요한의 직제자였고 담대하게 복음을 전하는 신실한 하나님의 사람이라는 점에서 2세기 교회에 대체 불가한 기독교 지도자였다. 그러나 그가 황제를 신봉하지 않는 무신론자라는 죄목으로 사형을 당했다. 그의 사형은 2세기 교회에 큰 위기를 초래할 수 있었다.

폴리갑의 순교는 당시 교회의 중요한 사건이었고 그 자세한 사항을 알고 싶었던 필로멜리움 교회가 서머나 교회로 폴리갑 순교에 대한 설명을 부탁했다. 이 요청을 받은 서머나 교회에서 쓴 것이 <폴리갑의 순교록>이다. 이 순교록은 서머나 교회에서 기록하여 필로벨리움 교회에 보낸 편지다. 이 순교록은 여러 교회와 성도들에게 회람된 문서였다.

<폴리갑의 순교록>은 교회사적으로 중요한 자료다. 이 순교록은 순교 상황을 보고하는 최초의 기독교 자료로 순교자 보고에 관한 새로운 문학 유형이 시작되었다. 나아가 이 순교록은 2세기 교회 상황을 알려 주는 중요한 자료다. 폴리갑의 행적을 통해 당시 성도와 교회를 설명한다.

또한, 이 순교록이 서신 형식으로 기록된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서신의 역사는 문자의 역사와 거의 같다. 고대에는 국가간 소통 수단으로 서신이 활용되었고 메소포타미아와 이스라엘 고대사에 서신이 자주 등장했다.

헬라시대에는 철학자들이 로마시대에는 인문학자들(키케로나 세네카)이 편지로 자신의 사상을 전했고, 편지로 후원자들 혹은 제자들과 소통하였다.

서신은 바울을 포함한 신약성경 기자들이 애용한 방식이다. 바울 외에도 베드로, 야고보, 요한 등의 신약 기자들이 서신을 사용했고, 누가복음과 사도행전도 데오빌로에게 보내는 서신이다. 엄밀히 보면 신약성경 전체가 서신 형태로 기록된 문서다.

신약성경 이후 기독교 문서들도 주로 서신 형태다. 안디옥 교회 이그나티우스 감독도 7개의 서신을 남겼다. 신약성경 다음으로 오래된 초대교회 문서로 알려지는 <클레멘스의 제1 서신>도 서신이고, 2세기 무명 교부의 신앙 해설집으로 알려지는 <디오그네투스에게>도 서신 형태를 띠고 있다.

이 순교록은 폴리갑과 그의 동료들의 순교 이야기는 그 비극의 현장을 목격자들의 증언이다. 자신을 마르키온이라고 소개하는 필자는 자신이 폴리갑 죽음의 목격자라고 소개한다. 아울러 마르키온은 폴리갑과 그의 동료들의 죽음이 ‘복음에 일치된 순교’였다는 점을 강조한다. 마르키온은 폴리갑 순교 증언은 그리스도의 수난 기사를 모방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당시는 로마법은 로마 황제만이 주(Lord)가 될 수 있었고, 나사렛 예수를 주라 부르는 기독교인들은 범법자들이었다. 기독교인들이 체포되면 행정 장관이 선택하는 사형방법에 따라 처형되었다. 로마 정부는 종종 원형 극장에서 관중들이 보는 가운데 잔인하게 처형되기도 했다. 이런 상황을 뻔히 아는 폴리갑은 자신의 신조를 굽히지 않았고 결국 처형을 당했다.

<폴리갑의 순교록>은 폴리갑의 순교 사건을 통해 그리스도인의 순교가 갖는 가치를 소개한다. 이 책에 의하면, 그리스도인의 순교는 그리스도 죽음의 모방이요 그리스도의 신비에 동참하는 것이다. 이는 우리 죄를 위해 돌아가신 그리스도와 신비적인 친교요 일치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의 순교는 저주가 아니라 축복이며 그리스도의 영광에 동참하는 축복이다.

폴리갑의 순교에 대한 기록은 에우세비오스의 교회사에서 증언되고 있다. 그리고 후대 교부들이 인용하고 교회가 인정하는 순교 이야기로 유통되었다. 그리고 잘 알려진 지도자들의 이름을 사용한 문서들이 다수 등장하였다. 크리소스톰의 이름으로 발행된 <폴리캅의 찬가>나 피오니우스 이름으로 남겨진 <폴리갑의 생애> 등이 있다.

<폴리갑의 순교록>은 성도들의 신앙을 격려하고 순교 신앙의 가치를 강조하기 위해 기록되었다. <폴리갑 순교록> 서론과 맺음말 그리고 23장 56절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하성수 박사는 21장, 22장, 그리고 23장을 부록으로 보지만 대부분의 개신교 교부학자들은 23장만을 모스크바 필사본의 맺는말로 처리하며 부록으로 간주한다.

<폴리갑 순교록>을 거칠게 요약, 정리하면 머리글, 그리스도를 따르는 순교자 폴리갑(1장~4장), 담대한 신앙의 사람 폴리갑(5장~18장), 폴리갑 순교가 주는 메시지(19장~20장) 그리고 순교에 대한 정보(날짜, 로마 관계자 등)와 권면(22장~2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폴리갑의 순교록>은 신약성경에 정통한 사람이 썼다. 저자는 거의 노골적으로 폴리갑의 순교를 예수님의 수난과 십자가 사건의 공통점을 강조한다. 폴리갑의 체포, 수난, 죽음의 과정이 예수님의 과정과 동일하다. 심지어 예수님을 심문한 사람이 헤롯(안디바)였는데, 폴리갑을 체포한 인물(경찰서장)의 이름이 헤롯이었다.

<폴리갑의 순교록>은 순교자를 순교 신학의 관점에서 그리스도를 본받는 사람으로 이해했다. 폴리갑이 그리스도를 본받은 것처럼 신앙인들은 폴리갑을 본받아야 한다. 폴리갑이 그리스도를 본받는 참 성도였다면 ‘자발적인 순교를 강요하는 자(4장)나 순교를 거부하는 자(4장), 그리고 순교를 위해 스스로 나서는 자(4장)는 옳은 성도가 아니라고 가르친다.

폴리갑은 자신을 찾 수색망이 좁혀올 때 당황하거나 낙심하지 않았다. 그는 평소와 다름없는 기도생활을 했고(5장), 자기 은거지가 발각되었을 때 다른 그리스도인의 희생을 막기 위해 스스로 나갔다. 그는 자신을 체포하러 온 경찰서장 헤롯과 그 일행들에게 음식을 대접하게 했다. 그리고 기도 시간을 요청하여 은혜 충만한 두 시간의 기도를 드리고 체포되었다(7장).

순교록에 폴리갑 기도는 중요하다. 순교록 8장은 폴리갑이 체포되기 직전 자기가 아는 모든 사람을 위해 기도했던 것을 소개한다. 그리고 그는 체포된 후 온갖 유혹과 위협을 이기고 사형틀에 묶였다. 사형틀에 묶인 그가 드린 마지막 기도(14장)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담대한 기도였다. 이 기도는 십자가상 주님의 기도를 닮았다. 순교자 폴리갑은 철저히 주를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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