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봉주 목사(감사한인교회)
구봉주 목사(감사한인교회)

지난 달에 뜻 밖의 무서운 소식을 들었습니다. 힐러리라 이름이 붙은 태풍이 남가주를 강타할 것이라는 소식이었습니다. 일주일 넘게 미디어는 큰 홍수가 날 것처럼,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그래서, 코스코와 월마트는 주요 생필품과 식품이 동이 날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사실, 저는 별로 걱정되지 않았습니다. 그냥, 올 초처럼, 몇 날 몇일 몇 주 동안 계속 비가 내린 정도, 낮은 지대가 물에 잠기는 정도일 것이라고 예상하며 낙관적이었습니다. 그리고 태풍이 강타한다던 주일 새벽에 비는 오지 않았고, 아침이 되어서야 조금씩 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감사하게도 여느 비가 많이 온 날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멕시코에서 캘리포니아로 올라오는 과정 중에 태풍의 기세가 많이 약해졌다는 것이었습니다.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주일날 성도님들께서 많이 출석하지 못하신 것을 보고 염려가 되었습니다. 저는 지금 온라인 예배를 드린 점이나, 교회에 출석하지 않은 점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펜데믹 이후로 많은 크리스천들의 믿음이 많이 위축되고 연약해지지 않았나”하는 염려가 되었습니다. 사실, 한국에서 살아보신 이민 1세들은 한국의 날씨를 잘 알고 계십니다. 한국은 매년 여름이 되면, 태풍을 맞이합니다. 제 기억으로는 매년, 태풍이 올 때마다 쓰던 우산이 뒤집어지고, 비를 쫄딱 맞으면서, 거리를 걸어 다녔고, 심지어 학교도 가고, 교회도 갔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당시, 태풍들은 결코 가벼운 태풍이 아니었습니다. 물난리가 나고, 시골에 농지와 밭은 물에 잠겨 버렸고, 수도 없이 많은 다리가 붕괴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누구도 해야 할 일을 멈추거나, 교회 출석을 포기하지는 않았습니다. 어떤 분들은 안전불감증이라고 하실지도 모르겠지만, 그것은 결코 안전불감증이 아니었습니다. 그때는 모두가 생계를 위해서는 태풍도 두려워하지 않았고, 태풍 정도로 교회에 가서 예배 드리는 일을 포기하는 일은 우습다고 여기는 뚝심이 있었습니다. 그냥, 당시 크리스천들을 포함한 모든 일반 사람들은 태풍 정도로 해야 하는 일은 멈추어서는 안된다는 강인함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큰 태풍이 와도, 누구 하나 교회에 가다가 사고가 났다 거나 인명 피해가 있었다는 이야기를 적어도 제 주위에서는 한 번도 듣지 못했다는 사실입니다. 물론, 피해를 당한 경우가 있었겠지요. 언론에 보도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겠지요. 그러나, 그들이 우리와 달랐습니다.어쩌면, 성도님들 가운데, “그것이 과연 믿음입니까? 올바른 믿음입니까?” 물으신다면, 저는 “네, 그렇습니다”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담대한 것,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작은 일이라도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지키겠다는 것은 그 자체로 하나님 보시기에 귀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아주 오래 전에 어떤 장로님 권사님 내외분께서 주일날 새벽기도회를 가시다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아주 오래 전에는 주일에도 새벽예배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당시에는 누구하나 “왜 하필 주일까지 새벽기도회 가서, 그런 사고를 당했지? 새벽기도회만 안 갔어도 죽지 않았을 텐데”라고 말씀하시는 분은 한 분도 없으셨습니다. 모두가 마지막까지 새벽기도로 섬기시다가 돌아가신 점을 모범적 신앙으로 받아들이셨습니다.

설교 때마다 예화로 자주 소개되는 짐 엘리엇을 알고 있습니다. 그는 미국에서 최고의 명문대를 나온 재원이었습니다. 정치인, 학술인, 경제인 되고 싶으면 얼마든지 유명인사가 될 수 있는 앞날이 창창한 젊은이였습니다. 그러나, 20대에 선교사의 소명을 받고, 에콰도르에 미전도 종족, 부족인들을 선교하기 위해, 수년간 준비하고, 막상 배를 타고 그 땅에 도착했을 때, 배에서 내리자마자 창에 찔려 죽었습니다. 그때, 수많은 언론인들이 그의 죽음을 애통하면서, 엘리엇의 선택에 대해 잘못된 선택이었고, 미국의 손해라고 대서특필하였습니다. 이에 그의 아내 엘리자벳 엘리엇은 그러한 언론의 기사에 항변을 했습니다. “그런말 하지 마세요. 내 남편은 하나님이 주신 사명을 위해 목숨을 바쳤고, 그 일은 결코 헛된 일이 아닙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엘리자벳은 간호사가 되어, 자녀들을 데리고, 에콰도르로 떠났고, 그녀는 그 땅에 수많은 영혼을 주님께로 돌아오게 했고, 심지어 당시 남편을 찌른 부족민까지 용서하고, 전도를 하였습니다.

예수 믿는 자들이 하나님께서 주신 영적 가치를 위해, 건강, 목숨을 아깝지 않게 여기는 일은 결코 어리석은 일이 아닙니다. 인간의 관점에서는 어리석고 지혜 없어 보이고, 비합리적이고 비과학적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관점은 다르십니다. 선교지에서 영양제 챙겨 드시지 못해서, 큰 병으로 고생하시는 선교사님들이 계십니다. 일찍 치료를 했으면, 금새 나을 병이었습니다. 우리가 과연, 그분들을 무지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하나님의 관점에서는 가장 지혜롭고 올바른 결단을 한 믿음의 용사였을 수 있습니다. 제가 예상하기로 앞으로 또 다른 펜데믹이 올지도 모릅니다. 그때가 되면, 크리스천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요? 이번 보다 더 교회로 모이기를 기피하지 않을까요? 믿는 자의 믿음은 더욱 약해지지 않으리라 장담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더욱 담대해져야 합니다. 그리고 하나님이 주신 귀한 영적 가치를 위해서 생명도 각오해야 합니다. 그것이 마지막 때를 살아가는 종말론적 신앙이고, 실제로 초대교회 성도들은 그렇게 살았습니다. 초대교회로 돌아가야 한다고 외치기보다 초대교회 성도들의 영적 강인함을 본받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