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펀자브 주에서 일어난 무슬림 폭동으로 1천 명 이상의 기독교인이 집을 잃고, 길거리에서 잠을 자고 있다고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가 보도했다.
교황청 산하 재단 ‘고통받는교회돕기’(Aid to the Church in Need, ACN)는 파이살라바드 지역인 자라왈라 시의 피해 정도가 심각하다고 보고했다. ACN에 따르면, 폭력 행위로 인해 21개 교회와 예배당이 파괴되었으며, 기독교인 거주 지역에 있는 수십 채의 주택이 훼손되었다.
익명의 소식통은 “수많은 교회가 불에 타 버려져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며 “최대 1천 명의 기독교 신자들이 폭도들의 공격을 간신히 피해 사탕수수밭에서 잠을 자야 했다”고 ACN에 제보했다.
그는 “신자들은 쉴만한 곳을 찾아 달아나고 있었다”며 “일부는 먹을 것을 구하려고 집으로 돌아갔지만, 집에 도착하자 모든 것이 파괴되어 있었다. 앉을 것도, 마실 것도, 전구조차 없었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우리가 그 지역을 돌아다닐 때, 기독교 신자의 집들이 얼마나 흩어져 있는지 목격했다”며 “여기에선 50~60채, 저기에선 두세 채가 그러했으며, 모든 기독교인 집마다 표적이 되었고,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들이 공격한 교회에는 모든 것이 파괴되었다. 제단과 성상 등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그들이 예수와 마리아의 성상에 저지른 일은 말할 수 없을 정도”라고 전했다.
베니 트라바스 파키스탄 대주교는 ACN에 보낸 서한에서 기독교인 보호에 실패한 정부와 지방 당국에 대해 비판했다. 그는 이번 방화와 폭력이 “파키스탄 기독교 신자들이 사실상 공포에 떨고 두려워해야 하는 2등 시민으로서 취급받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했다.
트라바스 대주교는 “다시 한번 우리는 예전과 같은 비난과 정치인 및 정부 관리들의 방문을 보게 된다. 이들은 기독교 공동체와의 연대를 표명하며 정의가 실현될 것이라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아무것도 실현되지 않고 모두 잊힌다”고 비판했다.
이슬라마바드의 라왈핀디 대주교이자 가톨릭 주교회 의장인 조셉 아르샤드 또한 폭동을 규탄하는 성명을 내놓았다.
아르샤드 대주교는 “펀자브 주정부에 이 극악무도한 행위를 자행한 책임자들에 대해 신속하고 단호하며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을 긴급히 요청한다”며 “범인들을 검거하고 체포하여 공정한 처벌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영국 기반의 기독교 박해감시 단체 ‘릴리즈인터내셔널’(Release International)의 협력자는 “많은 기독교 가족들이 도시 밖으로 피신하여, 친구와 친척들의 도움에 의존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안전 상의 이유로 익명을 요구한 이 협력자는 “평화를 사랑하는 파키스탄 기독교 공동체가 이번에도 근거 없는 신성모독 혐의로 인해, 집단적인 폭력을 당하는 것을 보는 것이 개탄스럽다”라며 “이번 폭력의 규모가 엄청난데도 불구하고 파키스탄 정부의 대응 부족에 경악한다”고 덧붙였다.
파키스탄 교회(Church of Pakistan) 총회장인 아자드 마셜 주교는 최근 트위터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우리 주교, 신부 및 평신도들은 자란왈라 사태로 인해 깊은 아픔과 고통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먀셜 주교는 “지금 이 메시지를 쓰는 동안에도 교회 건물이 불타고 있다. 성경이 모독을 당하고, 기독교 신자들은 신성한 코란을 위반했다는 거짓 비난을 받아 고문과 학대를 당하고 있다”며 “우리는 사법 당국과 시민의 안전과 정의를 집행하는 당국이 즉시 개입하도록 정의와 행동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번 폭동은 두 명의 기독교인 남성이 코란의 페이지를 찢어서, 그 위에 신성모독적인 내용을 썼다는 주장으로 인해 발발되었으며, 지역 이슬람 지도자들이 신도들에게 집단행동을 촉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펀자브주 경찰은 폭동을 일으킨 최소 128명 이상의 용의자들을 긴급 체포했다. 또한 쿠란을 찢은 혐의로 기소된 기독교인 두 명은 신성모독 혐의로 경찰에 붙들려 조사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