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전문 인공지능 챗봇인 챗(Chat)GPT가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가운데, 기독교 신학계에서 '챗GPT 시대'가 기독교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고찰하는 시간을 가졌다.
개혁신학포럼이 '챗GPT 시대와 기독교회'라는 주제로 9일 오후 서울 안암제일교회에서 제22차 정기세미나를 개최했다. 최더함 교수(마스터스세미너리 책임교수), 조덕영 박사(창조신학연구소 소장), 최덕성 교수(브니엘신학교 총장)가 발제했다.
◆ "AI는 절대로 '영성'을 가질 수 없다"
먼저 '챗GPT와 미래사회'라는 주제로 발표한 최더함 교수에 따르면 17~18세기 1차 산업혁명 당시 키워드는 '기계화', 19세기 후반~20세기 초 2차 산업혁명의 키워드는 '전기', 20세기 후반 3차 산업혁명의 키워드는 인터넷이었다.
그리고 오늘날 우리가 직면하게 된 '4차 산업혁명'의 키워드는 '인공지능'(AI) 등으로 대표되는 '유비쿼터스'(ubiquitous)다. 어디에서나 접속할 수 있는 정보통신 환경을 일컫는 말로, 모든 것이 손 안에서 해결되는 것이 그 특징이다.
최 교수는 특히 AI에 대해 "한 마디로 인간들이 만든 백과사전의 총합"이라며 "모든 사전의 내용들이 컴퓨터에 지금도 입력되고 있다. 이렇게 AI가 하는 학습을 '딥러닝'(deep learning)이라고 한다. 인간보다 더 많은 양의 지식을 보유한 존재가 AI"라고 했다.
이어 "이것이 무엇 때문에 개발되었느냐? 인간에게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끊임없이 제공하기 위함"이라며 "그런데 한 가지 우려가 되는 점은, 이렇게 AI에게 도움을 받다가 인간이 스스로 학습하는 것을 포기하게 되는 건 아닐까 하는 것"이라고 했다.
최 교수는 특히 AI는 절대로 '영성'을 가질 수 없다며 자신을 비롯해 당대에 신학을 공부했던 이들이 뜨겁게 기도하면서 치열하게 신학을 공부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최 교수는 "그러나 앞으로 신학을 공부하는 이들이 이런 길이 아닌, (AI에 의존하는) 쉬운 길을 선택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고 했다.
◆ "성도, 과학 초월한 전능자의 메시지 듣고 싶어 해"
이어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조덕영 박사는 '챗GPT와 설교와 목회'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조 박사는 "컴퓨터가 처음 등장했던 시절, 일부 고민하고 당황한 점도 있었으나 결국은 목회와 설교 준비에 활용하게 되었던 것처럼 목회자들은 AI라는 이 도구도 자연스럽게 활용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고 했다.
그는 "신앙의 유무를 떠나 이제 사람들은 참된 종교가 어떤 종교인지도 AI에 질문할 뿐 아니라 신의 존재도, 삼위일체의 판단도, 기도문도, 목회와 설교의 가치 판단도 AI에 자연스럽게 묻게 될 것"며 "사이비 기독교 정보도 더욱 범람하게 될 지도 모른다"고 했다.
조 박사는 특히 "경솔하게 AI에 의지한 목회나 설교에 익숙해지다가는 목회자 못지 않게 AI를 수시로 활용하는 신자들에게 금세 목회자의 신앙과 신학의 내공이 들통나버리는 난감한 상황이 일어날 수 있다"며 "그렇게 목회자들은 더욱 말씀과 기도에 충실하고 참 된 주의 종이 되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또 "AI가 세상의 변혁을 가져올 것은 분명하나 신앙의 관점에서 보면 과장된 측면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본질적 변화는 아니라는 말"이라며 "사람은 저마다 AI의 기능을 활용하려 들 것이고 누군가는 AI의 경제적 가치를 극대화하기를 시도할 것이나 이것이 인간 본성의 변화를 초래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이어 "경제의 양극화와 쏠림 현상은 더욱 심화될 수도 있고 인간은 여전히 죄성을 가지며 유한함에 외로워하고 슬퍼하며 영원한 것을 희구할 것"이라고 했다.
조 박사는 "AI는 목회자들의 수고하고 무거운 짐을 덜어주는 것이 아니라 AI에 능수능란한 신자들보다 더욱 다방면에 탁월하고 철저한 참된 주의 종이 되어야 한다는 요구서를 내밀고 있다"고 했다.
그는 "설교자들은 디지털 시대에 세뇌되어 과학을 마치 절대선, 절대군주처럼 여기며 설교하는 누(累)를 범하지 않도록 늘 조심할 필요가 있다"며 "내재(內在)적 도구에 불과한 자연과학으로 초월의 창조주를 설명할 수 있다는 과욕을 버려야 하는 것이다. 성도들은 과학에 묶인 설교보다 과학을 초월한 전능자의 메시지를 듣고 싶어 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 "신학교육과 챗GPT, 상호보완적 공존 방법 필요"
끝으로 '챗GPT와 신학교육'이라는 주제로 발표한 최덕성 교수는 "신학교육은 단순 암기와 단순 정보 전달 방식의 교육을 필요로 한다"며 "히브리어 헬라어를 익히고, 성경구절을 외우고, 신학용어와 지식을 백과사전식으로 습득하는 활동을 포함한다"고 했다.
그는 "그러나 신학교육에서 양보할 수 없는 것은 분석, 비평, 종합, 창의적 재생산 능력의 함양"이라며 "신학교육의 목표 가운데 하나는 독자적인 연구능력이다. 홀로 강의안과 설교문을 만들어 가르치고 감동적일 설교를 할 수 있는 실력 그리고 사색, 상상, 논리, 창의성을 배양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은 글쓰기와 직결되어 있다"고 했다.
최 교수는 "챗GPT가 신학교육에 역설적으로 기여하고 교훈하는 것들이 있다"며 모두 4가지를 들었다.
△신학 고유의 역량 곧 분석, 비판, 종합, 창의적 적용 능력의 중요성
△자기 나름의 논리와 창의적 사고능력으로 자신의 메시지를 만들어 내는 능력의 중요성(정보전달과 암기 중심의 교육 수준에 머물 수 없음)
△교육 방식과 학점 평가방식의 전환 재촉
△신학도의 글쓰기 곧 논술문 또는 학술 에세이 쓰기 능력의 필요성
최 교수는 "챗GPT가 기승을 부릴수록 비판적 사고 능력, 창의적 사고력, 정보판별 능력의 중요성이 부각된다"고 했다.
그는 "학생들에게 챗GPT를 사용하지 말라고 함은 실효성이 없다. 사용 금지는 학생들의 광범위한 학업 자유를 침해하는 조치"라며 "신학교육과 즉답인공지능(챗GPT)이 상호보완적으로 공존할 수 있는 방법과 지식이 필요하다"고 했다.
최 교수는 이런 시대 가운데 필요한 '인간의 몫'에 대해 "인공지능이 제공하는 정보의 정확도, 신뢰도를 판단하는 것은 인간의 몫"이라며 "사람이 인공지능에 의존하면 분별력, 판단력, 창의력 등이 둔해진다. 마음이 판단할 문제를 기계에 맡기면 그 기계가 우상이 된다. 학습방해물이 될 수도 있다. 인공지능이 제공하는 정보가 정확하다고 해도 그것이 우리의 필요나 질문에 대한 최상의 응답인지를 분별, 판단하는 것은 인간의 몫"이라고 했다.
그는 "즉답인공지능 챗GPT는 양날의 칼이다. 인간을 노예나 바보로 만들 수 있고, 인간에게 충직히 봉사하는 수단일 수도 있다"며 "신학교육이 제공하는 분석력, 비평력, 종합력, 창의적 응용력, 문제 해결 능력을 구축한 자의 손에서는 유익한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학술적인 글쓰기, 깊은 사색, 독서, 활기찬 토론에서 얻어지는 논리성, 비평력,창의성을 배양하는 방식의 신학 교육이 절실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