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초반에 친구의 교회를 방문한 적이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제 친구를 집사님이라고 불렀습니다. 제 친구가 집사라고 하니까 좀 낯설어서 제가 물었습니다. 언제부터 집사 직분을 받았냐고 말이지요. 그 친구는 자기도 모른다며, 어느 날 구역장님이 자기를 집사 추천했고, 자기도 모르게 집사가 되었다고 했습니다. 그러고는 집사라고 불리는 것을 쑥스러워했고, 밖에 나가서는 비밀이니 숨겨달라고 하는 것을 보고, 교회 직분이 부끄러운 것이 되었다고 생각되어 씁쓸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반면 저는 평생 받은 직분을 귀하게 간직하고 사신 분들도 많이 알고 있습니다. 우리 교회의 대다수 은퇴 직분자들이 그러셨지만, 특히 이번 달에는 장로님 한 분이 은퇴식을 가졌습니다. 이곳에서 세례를 받고 성장하여 장로 직분을 받아 평생 한 교회를 섬기며 명예롭게 은퇴했습니다.
한국으로 잠시 떠나게 되어 비행기 타기 전날 목양실에 찾아와 교제를 나눴습니다. 지난 날까지 직분의 무게가 무거웠지만 하나님의 은혜로 무사히 마칠 수 있어서 너무 감사하다고 하며, 이런저런 덕담을 나눈 후에 기도를 해드렸습니다.
제 앞으로 걸어오시더니 약간 멈칫하며, 눈물이 글썽한 얼굴로 목사님과 포옹해도 되냐고 물었고, 저는 함박웃음으로 서로의 가슴을 맞닿으며 뜨겁게 포옹했습니다. 목사님 힘내시라는 응원과 함께, 저도 장로님을 위해 매일 기도하겠다고 고백했습니다. 어디서 시무하셨던지, 지금 우리 교회를 섬기시는 은퇴 장로님들은 모두 이와 같이 직분의 무게를 알고 아름답게 그 사명을 잘 감당하신 분들입니다. 그런 분들과 함께 신앙생활 한다는 것은 참으로 제게도 큰 기쁨과 영광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오늘 투표를 통해 교회의 중직분자들이 세워집니다. 3월 중 직분자 교육을 받고, 3월 26일 임직식을 하게 됩니다. 귀한 믿음의 선배들의 본을 받아, 천국의 지점인 교회를 섬기는 중요한 일에 기도와 헌신으로 충성하되, 바울의 말처럼 자기의 유익이 아닌 남의 유익을 위해 힘쓰는 자들이 돼주시기를 기도합니다.
모든 것이 가하나 모든 것이 덕을 세우는 것이 아니기에, 직분자에게 주신 자유와 권리로 낮은 곳에서 교우들을 섬기며 그들이 영적으로 세워지고, 교회가 든든히 세워지는 데 쓰임 받아 은퇴할 때 모든 이들의 존경을 받고, 하나님께 영광이 되는 귀한 직분자들이 다 되시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