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장로회신학대학교 총장 이상명 박사
(Photo : 기독일보) 미주장로회신학대학교 총장 이상명 박사

2023년 계묘년 새해가 동터옵니다. 희망찬 새해에 하나님의 은총이 기독일보 독자들과 온누리에 풍성하기를 기원합니다.

 

지난 해 지구촌 곳곳에 드리운 암운은 새해에도 그 기세가 꺾이지 않을 듯합니다. 멈출 줄 모르는 코로나 팬데믹, 끝이 보이지 않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전한 글로벌 경기침체, 심각한 기후변화 등으로 우리 삶은 여전히 녹록하지 않습니다. 탈신앙과 반복음적 풍조는 갈수록 거세 집니다. 이 모든 것을 원래 상태로 돌릴 리셋 버튼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상상을 해 봅니다.

살아있는 모든 것은 움직이고 흐릅니다. 바람은 어디론가 불고 강물은 흐르고 바다는 출렁입니다. 차고 이지러지는 달도, 지고 뜨는 태양도 살아 있음에 그러기를 반복합니다. 인간의 삶도 그러합니다. 태어나고 죽기를 끊임없이 반복하며 삶의 흔적을 역사로 남깁니다. 그러기에 역사는 삶의 흔적에 관한 기록입니다. 즉 살아있는 사람만이 과거를 반추하고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과거를 돌아보고 희망으로 미래를 설계하는 일은 살아있는 인간만이 향유하는 복입니다. 하나님의 지혜에 기대어 소망을 품을 수 있는 것은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주어진 큰 복입니다. 지혜의 사람이 지녀야할 덕목은 예의를 갖추고,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며, 평화를 전하며, 책임을 다하며, 겸손과 감사로 타인을 먼저 배려하는 자세입니다.

교만한 사람은 자신 눈 속의 들보보다 타인의 눈 속에 있는 티를 먼저 보고 그것을 비난합니다. 다른 이들을 판단하기 전에 예수님의 말씀을 먼저 새겨볼 일입니다. "어찌하여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고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마 7:3) 우리말 속담에 '똥 묻은 개가 벼 묻은 개 나무란다.'는 말과 일맥상통합니다. 거울이 없으면 한시도 자신의 얼굴을 볼 수 없는 존재가 사람이기에 자신의 티가 아닌 언제나 타인의 티가 눈에 먼저 들어오는 법입니다.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보다 내 눈 속의 '들보'를 스스로 찾으려 하는 겸허한 태도가 자신을 성숙하게 하고 자신이 속한 공동체를 살립니다.

신라시대 말기의 학자였던 최치원은 '원마심경간(願磨心鏡看)', 즉 '(진실과 거짓을 가리려거든) 원컨대 마음의 거울부터 맑게 닦아야 하리'라는 금언을 남겼습니다. 자신의 마음과 영성의 거울을 매일 맑게 닦는 일은 우리 일상의 호흡과도 같습니다. 다른 사람의 내면을 있는 그대로 비추는 맑고 투명한 그런 거울을 하나씩 간직하면 이 세상은 더욱 밝아질 것입니다.

바울은 "너희 안에 이 마음을 품으라. 곧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이니."(빌 2:5)라고 권면합니다. 우리 내면으로부터 올라오는 깊이 있는 성찰과 반성을 통하여 날마다 새롭게 떠오르는 원대한 목적을 향하여 달려가는 영성에 기반을 둔 삶이 지혜로운 삶이며 깊이를 추구하는 삶입니다. 이러한 삶의 방식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우리 주위에 하나 둘 세워질 때 교회와 사회는 조화와 질서와 희망을 향해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하나님 지혜의 본체입니다. 하나님의 지혜로 우리의 내면 세계를 조화롭게 하고 어두운 세상을 밝히는 새해가 되길 소망합니다. 궁극적 지혜와 소망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따라 '나날을 새롭게 할 수 있고 또 날로 새로워지는(苟日新 日日新 又日新)' 2023년을 우리 모두가 살아내실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