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광 목사(월드쉐어 USA)
(Photo : 기독일보) 강태광 목사(월드쉐어 USA)

앙드레 지드의 '좁은 문'은 학창시절에 꼭 읽고 싶었던 작품이었습니다. 이 작품은 이야기 중심인물들 간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청교도 신앙 교육을 받으며 자라온 제롬과 그의 외사촌 누나 알리사 사이의 사랑이 소설의 중심 스토리입니다. 서로를 깊이 사랑하지만, 예배 중에 들었던 '좁은 문'에 대한 설교가 그들의 의식과 관념을 지배하면서 사랑을 절제합니다. 사촌 누나를 아프게 사랑하지만 절제하는 제롬과 제롬을 사랑하지만, 신앙의 가르침 때문에 맘을 다스리는 사촌 누나 알리사의 사랑을 앙드레 지드는 시리도록 아프고 애잔한 사랑을 그리고 있습니다.

작가 앙드레 지드는 파리대학 법학 교수이자 프로테스탄트 신자인 아버지 폴 지드와 가톨릭교인 어머니 쥘리에트 롱도 사이에 1869년 파리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는 8세 때 파리에 있는 알사스 학원에 입학했지만 허약했기 때문에 자주 공부를 중단했습니다. 11세 때 아버지가 죽자, 독실한 신앙을 가진 어머니에게서 엄격한 가정교육을 받으며 독서에 온 힘을 쏟았습니다.

지드는 1891년 소설<앙드레 발테르의 수첩>을 처음 발표하고 시인 말라르메가 이끄는 '화요회'에서 예술가들과 친교를 쌓는 등 작가로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1893년 아프리카 알제리로 여행하면서 그의 작품 세계와 인생에 중요한 체험들 즉, 동성애, 창녀와의 만남 등을 경험하면서 종교적인 윤리로 억압되었던 삶에 파격을 경험합니다.

그 후 지드는 <배덕자>, <좁은 문>, <전원 교향악>, <사전꾼들> 등 창작활동에 힘쓰면서, 1926년부터 쓰기 시작한 자서전 <한 알의 밀이 죽지 않는다면>에 자신의 내면적 갈등을 담아 고백 문학 작품으로 남깁니다. 또한 지드는 문학비평가로서도 왕성한 활동을 펼칩니다.

1894년 어머니가 죽자 지드는 첫사랑이었던 사촌 누이 마를렌느와 결혼합니다. 마를렌느는 지드보다 두 살 연상의 사촌 누이었고 지드의 사랑을 거부했지만, 지드의 끈질긴 구애로 두 사람은 결혼합니다. 그러나 그들의 결혼 생활은 행복하지 못했습니다.

1947년이 지드에게는 최고의 해입니다. 옥스퍼드 대학교 명예박사 학위를 받고, 노벨문학상을 수상합니다. 작가로서의 탁월함에 피나는 노력에 대한 평가였습니다. 앙드레 지드의 위대함은 자신의 신념을 설득하기 위해 마지막 순간까지 지치지 않고 노력했다는 사실입니다. 그가 주장했던 새로운 가치들은 사르트르와 카뮈 같은 다음 세대의 가치관이 되었습니다. 앙드레 지드는 실천하는 지성으로 알려졌습니다.

앙드레 지드의 대표작 <좁은 문>은 인간의 내면세계를 그리고 있습니다. 지드는 이 작품에서 자신의 아픈 경험을 반사하며 자신이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아쉬움과 동경을 그리고 있습니다. 지드는 이 작품에서 종교적 미덕으로 인해 천진한 기쁨을 빼앗긴 비극적인 사랑을 묘사합니다.

좁은 문의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알리사와 제롬은 어릴 적부터 엄격한 청교도적 분위기 속에서 성장합니다. 어느 날 열네 살의 불안정한 소년이었던 제롬은 자신보다 두 살 위인 외사촌 누이 알리사를 사랑하게 됨을 깨닫습니다. 제롬은 알리사의 아픔을 보면서 알리사를 지켜주어야 하겠다는 사명감 같은 것을 품습니다. 물론 이것도 또 하나의 사랑이었습니다.

알리사도 어머니의 불륜과 가출로 인해 깊은 상처를 받은 채 제롬을 의지합니다. 알리사와 제롬은 서로를 사랑하지만, 여러 가지 장애물들을 만납니다. 알리사의 동생이 제롬을 사랑하는 것이 첫 장애였습니다. 게다가 제롬의 어머니도 두 사람의 사랑을 만류합니다. 어느 날 두 사람이 참석한 예배에서 목사님께서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라고 설교합니다. 두 사람은 이 설교에 감동을 받고 두 사람이 서로 사랑함으로 누리는 행복보다 하나님의 명령을 지키며 사랑을 절제하는 데서 더 큰 기쁨을 느끼려 합니다.

하나님 말씀을 듣고 주저하는 제롬보다 알리사는 더 큰 결심을 합니다. 제롬이 사랑을 고백할수록 알리사는 더 간절히 하나님을 찾았던 것입니다. 도덕적이고 신앙심이 깊은 알리사는 자신을 향한 제롬의 사랑이 하나님을 향해 앞으로 나아가는 제롬의 발걸음을 방해하는 우상이 된다고 자책하며, 제롬을 향한 사랑을 절제하며 마음을 달랩니다.

이런 아픈 마음을 알리사의 기도에 나타나고 있습니다. "주여! 제롬과 제가 함께 그리고 서로 의지하며 당신 앞으로 나아가도록 하옵소서! 주여, 아니옵니다! 주께서 우리에게 가르쳐주시는 길은 좁은 길이옵니다. 둘이서 나란히 걸을 수도 없는 만큼 좁은 길이옵니다." 알리사는 자신이 선택한 '좁은 길'에 만족하려고 애쓰지만 알리사는 갈등과 번민으로 점점 쇠약해집니다, 알리사는 제롬에게 이별을 고하고 끝내 요양원에서 혼자 죽어갑니다.

앙드레 지드의 의도를 쉽게 파악할 수 없는 이 작품은 독자들의 호평과 비판을 동시에 받았습니다. 비평가들도 찬반양론이 아주 팽팽했습니다.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좁은 문'이 보여주는 사랑은 지나친 금욕적이고 율법적인 사랑이라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당대 지드의 친구들은 그에게 이 소설이 시대착오적이며 지나친 종교의 굴레를 강조하는 소설이라는 비난을 퍼부었습니다. 지나친 종교 윤리의 강조가 참사랑을 막는다는 강한 비난을 받게 되었던 것이었습니다.

반면에 찬성하는 쪽에서는 극찬했습니다. 앙드레 지드가 <좁은 문>을 통해서 신앙의 의미와 참사랑의 가치를 알려주었다고 호평했습니다. 윤리와 도덕 그리고 청교도적 신앙의 테두리 안에서 이루어지는 사랑의 가치를 보여 준 작품으로 평가 받은 것입니다. 제롬과 알리사가 보여주는 사랑과 절제는 신앙과 사랑의 교과서요 길잡이라는 평가도 받았습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온갖 범죄를 자행하는 세태를 향한 고발이자 참신앙과 참사랑의 길로 안내하는 작품으로 이해하는 사람들은 이 작품에 열광했습니다.

앙드레 지드 자신의 경험과 아픔이 녹아 있는 이 작품에서 우리는 앙드레 지드의 아픈 사랑 이야기를 읽습니다. 몹시 사랑해서 결혼한 사촌 마를렌느와 결혼 생활에 실패한 앙드레 지드는 작품에서 자신이 가보지 않은 길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즉 믿음으로 세속적 사랑을 절제하고 하나님을 향한 사랑을 완성해 가는 이야기를 전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