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단 교주, UFO 납치 귀환자들 구원자로 내세워
오대양 집단자살, 다미선교회 휴거 소동 패러디
서구와 달리 한국은 기독교가 삶 지배하지 않아
넷플릭스 국내 작품 속 반기독교, 부자연스러워


이번 박욱주 박사님의 '브리콜라주 인 더 무비'에서는 지난 7일 10부작 시리즈로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글리치>를 분석합니다. <연애의 온도>, <특종: 량첸살인기> 노덕 연출, <아이리시 어퍼컷>, <인간수업> 진한새 각본의 이 드라마는 15세 관람가로 전여빈(홍지효), 나나(허보라), 이동휘(이시국, 홍지효의 남자친구), 고창석(김찬우), 손숙(백윤선), 김명곤(좁), 태원석(값대위) 등이 출연합니다. -편집자 주

◈넷플릭스와 반기독교: 사이비 종파를 통해 반기독교 정서를 부추기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글리치>는 외계인과 UFO, 그리고 기독교 계열 사이비 종교라는 소재를 중심으로 서사가 진행되는 버디 무비(두 명의 주인공이 단짝 콤비로 활약하는 영화) 장르 드라마이다. <수리남>의 뒤를 이어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로서, 두 작품 모두 기독교 계열 사이비 단체와 관련된 서사를 선보인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그 가운데서도 <글리치>는 <수리남>보다 훨씬 더 적극적으로 기독교 신앙을 비하하는 데 주력한다. 마약 범죄가 서사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는 <수리남>과 달리, <글리치>는 사이비 종교의 폐해가 아예 서사의 핵심을 이루고 있다.

물론 기독교인 시청자들의 시선을 의식한듯, 작중 등장인물의 대사를 통해 <글리치>에 등장하는 종교단체가 정통 기독교 교단들과는 무관한 이단 종파라는 것을 명시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신앙이나 교회에 대해 깊이 알지 못하는 일반 시청자 입장에서 <글리치>가 풍자하는 미신적 맹신이 사이비 종파뿐 아니라 정통 교회들도 비슷하게 내포하고 있는 문제라고 인식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기독교의 휴거 교리를 모방하고 자신들의 구원자를 '호산나'라고 부르는 데서, 이미 작중 사이비 단체의 기독교적 색채는 부정할 수 없을 정도로 명백해진다.

<글리치>에 등장하는 '하늘빛들림교회'는 외계인의 UFO에 납치되었다가 돌아온 이들을 신의 사도 혹은 구원자로 내세운다.

교주인 좁(김명곤 분)은 이 구원자들처럼 UFO에 의해 들려올림을 받기 위해 육체라는 굴레를 벗어나야 한다며, 집단 자살을 유도한다. 하늘빛들림교회의 광신적 행태는 1987년 교주와 추종자들의 집단 자살로 한국 사회에 커다란 충격을 안겨준 오대양 집단자살 사건, 그리고 1992년 휴거 주장으로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다미선교회 사건을 패러디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글리치>는 소재나 서사를 감안할 때 대중으로부터 큰 인기를 얻기 힘든 작품이다. 기존 공중파 방송국이었다면 기획 단계부터 채택될 가능성이 거의 없는 황당하면서도 무거운 내용을 담고 있다. 두 주인공 홍지효(전여빈 분)와 허보라(나나 분)가 좌충우돌하는 장면들은 밝고 코믹한 분위기를 유도한다.

글리치
▲<글리치>의 두 주인공, 허보라(나나 분)와 홍지효(전여빈 분).

그러나 사이비 종교의 어두운 일면에 대한 폭로 부분에서 이 작품은 급격하게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로 전환된다. 가볍게 드라마를 즐기고 싶은 관객들 입장에서 상당히 부담스러운 내용임에 틀림없고, 때문에 시청자들의 반응 또한 그리 열광적이지 않다.

그럼에도 넷플릭스는 이 작품의 각본에 투자를 결정했다. 좋게 보자면 소재의 다양성과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겠지만, 기독교적 관점으로 보자면 반종교 및 반기독교적 메시지를 전하는 각본에 과감하고 꾸준한 투자를 지속하는 것이다.

이 점에서 확실히 넷플릭스는 흥행 위주의 작품과 메시지 위주의 작품으로 투 트랙 전략을 이어가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넷플릭스 최대 흥행작이었던 <기묘한 이야기> 시리즈처럼 작품에 담긴 메시지보다는 서사의 흥미에 주력하는 작품들로 경제적 이익을 챙기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흥행 가능성이 낮더라도 넷플릭스가 추구하는 다원주의 및 정치적 올바름(PC) 이념을 충실히 반영하는 작품들을 제작·공개해 콘텐츠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넷플릭스와 반종교: 기독교 신앙에 지극히 편파적인 넷플릭스의 반종교 정서

넷플릭스 스트리밍 서비스는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14년이라는 비교적 짧은 기간에 다른 어떤 방송사도 이룩하지 못한 문화적 영향력을 구축했다.

방송업계에서 비주류 영역에 머무르던 대중문화 요소들을 다양성이라는 이름으로 특화시켜 단숨에 시청자들의 관심을 사로잡았고, 자신들의 콘텐츠 제작 이념과 방식을 업계 표준으로 확립해 두었다.

여기에는 인터넷 온라인 및 모바일 서비스 기술의 빠른 발전과 스마트폰 시대의 도래라는 기술적 요소가 함께 작용했다. 물론 현재의 넷플릭스는 강력한 경쟁자들의 등장과 OTT 서비스 시장 전체의 성장 정체로 인해 사세가 정점을 찍고 내려가고 있는 중이지만, 넷플릭스의 사업모델과 콘텐츠 제작 철학은 앞으로 적어도 한 세대쯤은 OTT 업계뿐 아니라 전체 방송 서비스 업계의 표준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다.

글리치
▲외계인을 숭배하는 사이비 종교의 비행을 파헤치는 두 주인공의 활약을 그린 드라마 <글리치>, 기독교 신앙에 대한 반감이 간접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이는 기독교인 시청자 입장에서 보면 상당히 우려스러운 상황으로 볼 수 있다. 넷플릭스가 종교다원주의를 가장한 반기독교 이념을 초지일관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여기에는 아주 약간이지만 납득할 만한 역사적 근거가 있다. 서구에서 대중문화 콘텐츠를 제작·판매하는 이들 입장에서는 교회와 기독교 문화의 영향력이 항상은 아니더라도 자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족쇄처럼 느껴졌던 것이 사실이다.

개개인의 상상력과 삶의 다양성에 대한 억압을 몰지각한 처사로 여기는 다원주의 관점으로 볼 때, 도덕 실재론 관점에서 일관된 표현 기준과 지침을 제시하는 기독교 문화는 일종의 고루한 전통으로 비춰진다.

비슷한 경우로 우리 한국인들 역시 유교문화의 고루함과 과도하게 복고적 성향에 대해 상당한 반감을 갖고 있다. 작년 개봉된 영화 <자산어보>를 보면 최근 한국인들이 유교 전통의 문제적 측면에 대해 갖고 있는 부정적 인식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최근 미국 뉴미디어 업계 인사들이 기독교 문화에 대해 느끼는 감정이 이와 비슷할 것이라 여겨진다.

그래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나 드라마 가운데 미국 편에서 제작된 작품들이 반기독교 성향을 보이거나 반종교 정서를 짙게 드리우고 있을 경우, 그 제작자나 감독의 의도에 전부 다 공감하지 못하더라도 부분적으로 그들이 기독교 신앙 및 문화에 대해 느끼는 부정적 감정을 어느 정도 감안하고서 작품의 메시지를 검토하게 된다.

최근 한국에서 제작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들에서 보이는 반기독교 정서는 상당히 부자연스러운 감이 있다. 서구에서 기독교 문화는 삶 전체를 지배하는 전통이자 조건으로 자리잡고 있고, 그에 대한 반성과 비판, 극복 시도는 문화 발전이라는 관점에서는 일견 당연하다고 볼 수 있는 측면이 있다.

반면 한국은 기본적으로 기독교 문화가 삶 전체를 지배한다고 보기 어렵다. 물론 한국 기독교인들은 삶 전체를 신앙의 원칙과 양심에 따라 영위하려 하겠지만, 국민 전체의 4/5를 차지하는 타종교인들 혹은 무종교인들은 주로 유불선(儒佛仙) 사상과 무속을 삶의 문화적 배경으로 삼아 살아가고 있다.

그러니 한국에서 제작된 OTT 서비스 콘텐츠가 종교에 대한 내용을 다룰 경우 기독교 신앙이 아니라 한국 고유의 종교문화적 배경에 관련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훨씬 자연스럽다. 실제로 한국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호평받은 넷플릭스 판타지 사극 <킹덤> 시리즈가 이런 방식으로 성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오징어 게임> 이후 한국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에서 나오는 종교 관련 내용은 단 한 건의 예외도 없이 전부 한국 기독교 및 기독교 계열 사이비 종파의 부당함을 비판적으로 풍자하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이라면 이런 현상이 이해될 수 있다. 문화적 배경이 기독교 신앙을 빼놓고는 논의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서사로 삼는 작품에서 종교와 관련된 내용을 다룰 때 단 한 건의 예외도 없이 기독교 신앙을 직·간접적으로 희화화하고 비판하는 행태는 분명 편파적이다. 이 부자연스러운 현상에는 미국 기업 넷플릭스의 반기독교적 종교 이해가 반영돼 있다. <다음 편에 계속>

박욱주

박욱주 박사(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겸임교수)

연세대학교에서 신학을 전공했으며, 동 대학원에서 조직신학 석사 학위(Th.M.)와 종교철학 박사 학위(Ph.D.)를, 침례신학대학교에서 목회신학 박사(교회사) 학위(Th.D.)를 받았다. 현재 서울에서 목회자로 섬기는 가운데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겸임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기독교와 문화의 관계를 신학사 및 철학사의 맥락 안에서 조명하는 강의를 하는 중이다.

필자는 오늘날 포스트모던 문화가 일상이 된 현실에서 교회가 보존해온 복음의 역사적 유산들을 현실적 삶의 경험 속에서 현상학과 해석학의 관점으로 재평가하고, 이로부터 적실한 기독교적 존재 이해를 획득하려는 연구에 전념하고 있다.

최근 집필한 논문으로는 '종교경험의 가능근거인 표상을 향한 정향성(Conversio ad Phantasma) 연구', '상상력, 다의성, 그리스도교 신앙', '선험적 상상력과 그리스도교 신앙', '그리스도교적 삶의 경험과 케리그마에 대한 후설-하이데거의 현상학적 이해방법' 등이 있다.

브리콜라주 인 더 무비(Bricolage in the Movie)란

브리콜라주(bricolage)란 프랑스어로 '여러가지 일에 손대기'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 용어는 특정한 예술기법을 가리키는 용어로 자주 사용된다.

브리콜라주 기법의 쉬운 예를 들어보자. 내가 중·고등학교에 다니던 학창시절에는 두꺼운 골판지로 필통을 직접 만든 뒤, 그 위에 각자의 관심사를 이루는 온갖 조각 사진들(날렵한 스포츠카, 미인 여배우, 스타 스포츠 선수 등)을 덧붙여 사용하는 유행이 있었다. 199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냈다면 쉽게 공감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