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 개발 위해 트랙터로 바위 옮기자 등장
약 3,300년 전 제작 추정, 토기와 화살촉 등
처음 사용 그대로 남아있는 것, 흔하지 않아
성경 구약 출애굽 시대 유물이 매장된 '동굴(Burial Cave)'이 이스라엘 중부 해변 지역에서 발견됐다고 이스라엘 문화재청(Israel Antiquities Authority, IAA)이 18일(현지시각) 발표했다.
IAA에 따르면, 이 '매장 동굴'은 이스라엘 중부 지중해변 팔마힘 국립공원 내에 있으며, 공원 개발 공사를 위해 트랙터로 바위를 옮기는 과정에서 발견됐다.
이곳에서는 약 3,300년 전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토기와 화살촉 등 고대 유물 수십 점이 비교적 온전한 상태로 놓여 있었다고 한다. 트랙터로 바위를 옮기자 동굴의 실체가 드러났는데, 이 바위가 동굴의 천장 역할을 해왔던 것.
▲전문가가 유물을 살펴보고 있다. ⓒIAA |
IAA는 "동굴 천장 역할을 했던 바위를 옮기자, 2.5m 깊이의 평평한 바닥에 토기와 청동기 등이 마치 매장 의식을 치르기 위해 배열한 것처럼 놓여 있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붉은 토기와 조리용 그릇, 주전자와 불을 밝히는데 필요한 기름을 담는 흙으로 만든 초(candle), 단지, 청동 화살촉 등이 보관돼 있었다. 청동 화살집 등은 오랜 세월 동안 부식돼 흔적을 찾기 어려웠다. 묘실(burial chamber)은 기반암을 파 만들었고, 정사각형 모양의 기둥이 천장을 받치고 있다.
IAA 청동기 전문가 엘리 얀나이 박사(Eli Yannai)는 "평생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발견이다. 동굴 바닥에 놓인 토기들은 3,300년간 그 누구의 손도 타지 않았다"며 "처음 사용한 그대로 남아 있다는 건 믿을 수 없는 일이다. 영화 <인디아나 존스> 세트장 같은 현장을 보는 건 흔한 일이 아니다"고 감격했다.
▲동굴 속에서 발견된 도기 모습. ⓒIAA |
학자들은 유물들의 연대를 기원전(B.C.) 13세기 정도로 추정하고 있으며, 이는 고대 이집트(애굽) 문명의 최고 전성기를 이끌었던 파라오 람세스 2세 통치기다. 성서학자들은 모세와 이스라엘 민족의 출애굽 당시 애굽 왕을 이 고대 이집트 19왕조 3대 파라오 람세스 2세로 추정하고 있다.
얀나이 박사는 "이 시기 이집트 제국은 가나안 지역을 통치하면서 국제무역을 확장할 수 있는 확실한 여건을 조성했다"며 "이런 경제·사회적 상황이 동굴에서 발견된 수입 토기 등에 드러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동굴은 다시 봉인됐으며, 발굴 계획이 세워지는 동안 보호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