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일에는 학부모 세미나가 있었습니다. 필라초대교회를 담임하고 있는 이응도 목사님을 강사로 1시부터 '맹부삼천지교'라는 주제 강의를 시작했고, 이후 개인 상담으로 이어져 저녁 6시가 훨씬 지나서야 끝이 났습니다. 신청한 분들이 많아서 월요일에도 두 분을 상담했고, 추후 신청자가 또 있어서 화요일에도 한 분을 상담했습니다. 교회가 알지 못하는 사이 많은 회복이 있었고, 또 많은 감사가 있었습니다.
상담하는 이 목사님을 보면서 짠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원래 없었던 스케줄을 자꾸 만들어 내서 미안하고 짠했던 것이 아니라, 상담하는 이 목사님 자신도 사실 쉼이 필요한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이 목사님은 지난 여름 갑상선 암 진단을 받았고, 그 후 수술과 방사선 치료를 계속 받아오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세미나도 원래 예정대로라면 치료 스케줄과 겹쳐서 힘들 뻔 했는데, 다행히 7월로 연기가 되어서 올 수 있었습니다.
상담 요청이 새로 들어와서 할 수 있겠냐고 물어봤더니, 이 목사님이 "있을 때 마음껏 써 먹어~"라고 했습니다. 친구도 제게 웃으면서 말했고, 저도 웃으면서 들었지만, 왠지 마음이 덜컥 내려 앉았습니다. 생각해보니, 있으니까 써 먹을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하나님이 허락하지 않으셨으면 이런 시간이 없을 뻔 했던 것입니다. 하나님의 은혜로 이 목사님도 회복이 되었고, 이런 시간도 갖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 목사님이 고마웠던 것은, 여전히 암 치료가 진행되고 있었을 때 세미나가 필요하다는 말을 듣고는 흔쾌히 오겠다고 말해주었기 때문입니다. 갑상선 암이 비교적 쉬운 암이라고 하기는 하지만, 정작 본인에겐 그렇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 목사님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으로 사람들을 섬기기 위해 그 길을 마다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상담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옛 일 하나가 떠올라 함께 웃었습니다. 2001년 3월, 저희는 필라델피아 근교에서 함께 교회를 개척했었습니다. '팀 목회'라는, 당시로는 파격적인 목회 비전을 가지고 목사 세 명이 함께 교회를 개척했는데, 주일만 되면 이 목사님이 혈변을 봤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속이 좋지 않아서 그러려니 했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가만히 보니, 설교하는 주일만 되면 말씀을 잘 준비해야 한다는 중압감을 이기지 못하고 혈변을 보았던 것입니다. 교회 개척은 당시 30대 중반이었던 저희에게 있어 그만큼 부담이 되는 일이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2008년 1월 제가 아픈 아내와 함께 교회를 개척했을 때도 똑같은 일을 경험했다는 것입니다. 주일만 되면 피똥을 싸면서 말씀을 준비했습니다. 왜 그랬는지는 잘 모릅니다. 기도도 열심히 했고, 성령님의 도움도 간절히 구했지만 거의 매주일 피똥을 싸며 말씀을 준비했었습니다.
지금은 말씀을 준비하면서 더 이상 피똥을 싸지 않습니다. 바라기는, 제가 말씀을 준비하는 일에 익숙해져서 그런 것이 아니기를 바랍니다. 그 때처럼 복음에 간절하지 않아서 그런 것이 아니기를 바랍니다. 제가 저의 말과 지혜의 아름다운 것으로 전하지 않고 오직 예수 그리스도와 그가 십자가에 못 박히신 것만 전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지금은 피똥을 싸지 않지만 말씀을 준비하는 토요일이면 다른 날보다 3-4 파운드가 더 빠집니다. 그것이 복음을 향한 저의 간절한 마음이기를 바랍니다. 복음을 위해 함께 피똥 싸는 우리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을 사랑합니다. 장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