훼더럴웨이중앙장로교회 장홍석 목사
(Photo : 기독일보) 훼더럴웨이중앙장로교회 장홍석 목사

요즘은 집에서 나오고 들어갈 때마다 마음이 참 부담스럽습니다. 얼마 전 HOA가 저희 집 잔디가 너무 볼품이 없다고 경고를 줬는데, 아무리 애를 써도 별로 좋아지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조금 지나면 벌금도 준다고 하는데... 풀포기 하나 보기 좋게 살리는 일이 이렇게 어려운 일인 줄은 예전에 미쳐 몰랐습니다.

HOA에서 경고를 받고, 그 다음 날로 홈디포에 가서 몇 가지를 사왔습니다. 잔디가 빠진 곳에는 씨를 뿌리면 될 것 같아서 씨를 좀 샀고, 이곳 저곳 무성한 잡초는 잡초 제거제로 죽이면 될 것 같아서 뿌리는 걸로 하나 사왔습니다. 그리고는 대충 매뉴얼을 읽고는 먼저 잡초 제거제를 죽으라~고 뿌렸고, 그 다음엔 어디나 뿌려도 살아난다는 잔디 패치를 뿌렸습니다. 하루 반나절이나 애쓰고 수고한 잔디를 보면서, 이제는 됐지...싶었습니다.

분명 설명서에는 14일이면 2인치까지 자란다고 했는데, 2주가 지나도 감감 무소식이었습니다. 한 동네 사시는 장로님 말씀처럼, 아무래도 '이끼'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끼 죽이는 약을 사와서 냉큼 뿌렸는데, 뿌린 후에 얼마나 후회했는지 모릅니다. 매뉴얼을 다시 천천히 읽어보니 바람 부는 날에는 뿌리는 말라고 적혀 있었는데, 그날따라 바람이 엄청 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설명서를 처음부터 천천히 읽고, 바람이 불지 않던 어느 좋은 날 이끼 약을 다시 뿌렸습니다. 정말, 생명을 살리는 일엔 쉬운 일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며칠이 지나지 않아서, 괜히 손을 댔다는 후회가 밀려왔습니다. 땅이 온통 까맣게 변해버렸기 때문입니다. 이끼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이, 전방위에 걸쳐 퍼져 있어서 아무리 갈퀴로 긁어내도 말끔히 제거할 수가 없었습니다. 둘 중에 하나를 택해야 했습니다. 잔디가 뽑혀 나가더라도 죽은 이끼를 다 제거하든지, 아니면 잔디를 보호하기 위해 죽은 이끼를 좀 남겨두든지...

"어떻게 이 지경이 되도록 그냥 내버려뒀을까?" 죽은 이끼를 걷어 내는 일이 너무 힘들어서, 전 주인이 원망스러워졌습니다. 종종 물도 좀 주고, 잡초가 보이면 잡초도 좀 뽑고, 시즌이 되면 비료도 좀 주고, 또 이끼가 보일 때마다 그때 그때 제거해줬으면 우리 집 잔디도 옆집 잔디처럼 저렇게 푸르고 아름다울 수 있었을 텐데... 그런데 그냥 내버려둔 것입니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우리의 영적 잔디밭을 그렇게 내버려 둘 때가 많은 것입니다. 분명히 잔디밭인데, 여기저기 패어져 빈자리가 숭숭 나있고, 잔디보다 클로버가 더 빼곡히 있고, 겉은 멀쩡해 보이지만 속은 이끼가 꽈악 차 있어서 숨도 제대로 쉬기 힘든 그런 가정이, 목장이, 또 우리 교회일 때가 있는 것입니다. 우리에게 물을 주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약을 뿌리는 사람들이 있어야 합니다. 비료를 주는 사람도 있어야 합니다. 서로 분쟁하지 않고, 예수님이 주시는 마음을 품고 함께 가정을 살리고, 목장을 살리고, 교회를 살리는 우리 모두 되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여러분을 사랑합니다. 장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