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훈 목사 "개혁주의와 오순절 전통으로 부흥을"
박창훈 교수 "웨슬리, 신유 등 성령 특별은사 활용"
배덕만 교수 "오순절 운동 이제 주류, 책임도 감당"

여의도순복음교회
(Photo : 여의도순복음교회) 대회 후 기념촬영 모습.

2022 한국오순절대회가 '다음 세대의 오순절 부흥'이라는 주제로 9일 오전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 대성전에서 개최됐다.

이번 대회는 오는 10월 12-14일 열리는 제26회 세계오순절대회(Pentecostal World Conference, 이하 PWC)의 성공적 개최를 준비하고자 열렸으며, 기성·예성·나성(나사렛)·구세군 등 국내 웨슬리언 교단장들도 참석했다.

인사를 전한 대표대회장 이영훈 목사는 "코로나19로 지난 2년 간 한국교회는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새로운 시대에 복음을 전하기 위해 IT 도구들을 사용하고 목회 패러다임 변화를 위해 노력했지만, 그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이럴수록 우리는 기본으로 돌아가 성령 충만함을 받아, 성령님의 역사에 동참해야 한다"고 말했다.

PWC는 세계오순절협의회(Pentecostal World Fellowship)의 사명과 목적을 성취하기 위해 1947년 스위스 첫 대회 이후 3년마다 열리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1973년과 1998년 대회를 개최했다. 최근에는 3년 전인 지난 2019년 8월 캐나다 캘거리에서 제25회 대회가 진행됐다.

한국오순절대회
▲대회가 진행되고 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세계오순절협의회는 전 세계 오순절 교회와 단체들의 연합체로 그동안 PWC 대회를 조직하고, 사회 정의와 종교적 권리에 관해 정부와 국가에 담화를 발표했고, 세계 선교를 촉진하고 인도주의적 노력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 왔다.

여의도순복음교회와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서 열리는 PWC 대회에서는 국내외 오순절 교회 관계자 등 5,000여 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날 한국오순절대회는 김영석 부본부장 사회로 이장균 공동대회장의 대회 선언과 신범섭 공동대회장의 대표기도, 이영훈 대표대회장의 인사말, 김호성 본부장의 PWC 취지 설명 및 홍보영상 상영 후 발제가 이어졌다.

이후 이영훈 대표대회장이 '세계 오순절 성령운동의 역사', 박창훈 교수(서울신대)가 '존 웨슬리의 성령 이해', 배덕만 교수(느헤미야)가 '한국 오순절 운동의 역사와 현황'을 각각 발표했다. 각 발제 후 나성 감독 윤문기 목사, 예성 총회장 이상문 목사, 구세군 서기관장 김병윤 목사 등 웨슬리언 교단장들이 통성기도를 인도했다.

한국오순절대회
▲이영훈 목사가 발제하고 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먼저 이영훈 목사는 "영성은 기독교를 움직여가는 가장 중요한 힘이다. 영성을 잃어버리면, 기독교는 생명을 잃게 된다"며 "2천 년 기독교 역사 속에 등장했던 부흥운동과 영성운동의 주제는 언제나 하나였다. 바로 '성경으로 돌아가자(Back to the Bible!)'이다. 이는 초대교회 영성을 회복하자는 것이고, 교회를 교회 되게 하여 살리고 부흥시키며 발전시키고 바르게 세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훈 목사는 "오순절 성령운동은 언제나 초대교회 영성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했다. 미국과 세계 여러 지역에서 일어나는 부흥운동을 연구한 미국 하버드대 하비 콕스 교수는 이 교회들 대부분이 오순절 교단에 속해 있고 초대교회 영성을 추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며 "그는 '초대교회의 원초적 영성을 가진 교회, 곧 오순절 교회가 21세기를 주도해갈 것'이라 결론지었다"고 소개했다.

이 목사는 "오순절 운동 연구의 고전인 영국 버밍햄대학교 발터 홀랜베거는 20세기 말이 되면 저 세계적으로 오순절 운동에 속한 사람들이 약 2억 5천만 명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지금 오순절 교인은 약 6억 8천만 명으로 그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며 "이처럼 세계 여러 지역에서 성령운동을 하는 교파와 교회가 세워지면서 이 단체들의 단결과 협력을 도모하는 국제적 협의체의 필요성이 제기돼 1942년 취리히에서 결성된 것이 세계오순절협의회"라고 밝혔다.

그는 "1958년 5월 대조동 천막교회에서 조용기 전도사가 최자실 전도사와 함께 시작한 순복음교회의 오순절 성령운동은 한국 기독교의 흐름을 성령운동의 역사로 바꿔놓은 획기적인 부흥운동이었다"며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오순절 신앙에 바탕을 두고 절대 긍정의 믿음을 강조하며 강력한 기도운동과 신유운동, 성령체험과 전도운동을 전개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 목사는 "순복음교회의 성령운동은 폭발적인 교회성장을 이뤄냈고, 1973년 여의도 시대를 열면서 조용기 목사 사역 50년 만에 78만 성도로 성장해 세계 최대 교회를 탄생시켰다"며 "순복음교회의 찬양과 통성기도, 열정적 예배는 한국 모든 교회에 파급돼 한국교회 예배 패턴을 바꿨고 교회성장에 크게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이영훈 목사는 "이제 코로나19 시대를 지나면서, 우리는 다시금 제2의 부흥의 역사를 일으켜야 한다. 통일 시대를 열어가기 위해 말씀 중심의 개혁주의 전통과 성령 충만의 오순절 전통을 회복해 사도행전적 교회 부흥을 이뤄야 한다"며 "한국교회가 철저하게 말씀 중심, 성령 중심, 십자가 중심, 은혜 중심의 신앙으로 섬김과 사랑 실천의 삶을 이뤄감으로써 한국 사회를 변화시키고, 남북통일과 세계 선교에 힘쓰는 교회로 사명을 감당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오순절대회
▲박창훈 교수가 발제하고 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이어 박창훈 교수는 "존 웨슬리는 18세기 영국에서 부흥운동 현장을 누비며 성령 사역에 앞장서면서 당시 신학계에 커다란 충격을 주면서 성과를 얻어냈다"며 "웨슬리는 의외로 '성령'에 대한 독립적인 설교나 글을 자주 쓰지는 않았지만, 그가 강조하는 진정한 그리스도인의 생활에서의 중심 위치는 '성령'이었다"고 밝혔다.

박창훈 교수는 "웨슬리에게 성령은 인간의 구원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능력을 일으키는 은혜로 나타난다. 성령은 선행적 은총에서 성화의 은혜까지 모든 국면에서 인간이 믿음으로 동참할 것을 촉구하며, 진정한 그리스도인으로 변화되도록 권면한다"며 "하나님의 은혜에 대한 인간의 응답이라는 '복음적인 신인협동'은 그의 성령론에서 비로소 본 모습이 나타난다"고 소개했다.

박 교수는 "성령이 일반적으로 신자의 마음에 나타내는 구원의 증거는 바로 '확신'이다. 성령의 직접적 증거에 대한 우리 영의 간접적 증거가 확신이고, 그 공동 증거가 바로 성령의 열매로 대표되는 삶과 성품의 변화"라며 "이 확신의 신학은 당시 신학자들에게 열광주의와 광신으로 매도되기도 했으나, 부흥운동을 통해 현재 복음주의 진영에서 넓게 통용되는 점에서 웨슬리의 성령론이 현대 신학에 기여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부흥운동을 이끈 웨슬리는 회개하며 통곡하는 사람들, 마귀가 쫓겨나는 능력 등 현장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성령의 특별은사를 체험하고 인정했다. 그 스스로 파격적 설교와 신유 운동, 종말론적 비전 등으로 성령의 특별은사를 활용했다"며 "성경 속 '성령세례'라는 말을 충만·축복·능력으로 해석하면서, 중생에서 성결에 이르는 그리스도인의 삶에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박 교수는 "확신과 은사를 강조하는 한국교회의 일반 정서를 이해하는 열쇠도 웨슬리의 성령론에서 찾을 수 있다"며 "교리보다 구원의 확신 강조, 체험적 성령의 은사와 증거, 강력한 전도와 선교의 열정, 교회 내 각종 소모임을 통한 경건과 헌신 훈련 등을 볼 때, 웨슬리의 신학적 후예들은 직접적으로 감리교·성결교·오순절 교회들에 영향을 줬고, 성령 은사와 열매를 사모하는 한국 모든 교단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한국오순절대회
▲배덕만 교수가 발제하고 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끝으로 배덕만 교수는 "근대 오순절 운동은 20세기와 함께 시작했다. 비록 오순절 운동의 기원에 대한 학계의 논쟁이 뜨겁지만, 성령세례를 강조하는 강력한 성령운동이 20세기 초반 세 차례에 걸쳐 전개되면서 전 세계로 확장된 것만은 부정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라며 "오순절 운동의 정의와 범위는 매우 다양하고 유동적이지만, 모두 성령을 절대적으로 신뢰하고 갈망하면서 현대 교회의 생존과 성장, 복음전도와 사회개혁을 위해 성령의 권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데 모두 동의할 것"이라고 했다.

배덕만 교수는 한국 오순절 운동의 배경부터 다양한 발전 및 분화 과정을 소개한 후 특징과 성과, 한계와 과제를 정리했다. 먼저 그는 "한국 오순절 운동은 매우 복잡하고 다양한 모습으로 발전해 왔다. 한국교회는 주일예배 외에도 부흥회, 기도원, 다양한 집회와 방식을 통해 교파와 신학, 지역과 계급을 초월해 성령을 체험했다"며 "장로교회 전통이 여전히 지배적이지만, 신자들이 신앙을 획득하고 역동적으로 실천해 궁극적으로 교회가 내·외적으로 성장하는 데는 성령운동이 가장 결정적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배 교수는 "오순절 운동은 한국교회 내적 동력과 외적 성장에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 오순절 운동을 성령세례와 방언을 특히 강조하는 전통적 운동으로 한정할 경우 범위와 규모가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지만, 이 운동이 한국교회 전체와 맺은 다양한 방식과 영향을 고려한다면, 한국교회 전체와 오순절 운동의 밀접한 관계를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며 "비판도 있지만, 한국교회가 역동적으로 활동하며 빠르게 성장한 것은 감사한 일이고, 이 부분에서 오순절 운동의 공로는 폄하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 최대 강점은 최대 약점으로도 작용했다. 성령의 역사에 대한 갈망과 헌신은 때로 신학적·성서적 한계를 벗어나면서 극단적 신비주의와 열광주의로 경도돼 사회적 비난과 공격 대상이 된 것"이라며 "은사체험자들이 자주 노출하는 영적 교만이나 우월 의식, 은사사역자들이 보여주는 비신학적 혹은 반신학적·반지성적 태도는 성령운동 일반의 품위와 평판을 저하시키는 역기능을 했다"고 지적했다.

한국오순절대회
▲목회자들이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그러면서 "한국 오순절 운동은 더 이상 한국교회의 비주류나 한국 사회의 이방인이 아니다. 오순절 운동은 한국교회 중심부로 확실하게 진출했다. 그렇다면 향후 오순절 운동의 행보가 한국교회 전체의 운명에 결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오순절 운동은 자신의 성취에 자부심을 가짐과 동시에, 주어진 시대적 책임과 사명이 막중함도 깨달아야 한다. 장점을 극대화하고 시대에 적합한 방식으로 슬기롭게 진화한다면, 한국교회를 위기에서 건져내는 역할을 탁월하게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끝으로 그는 한국 오순절 운동을 향해 △성령에 대한 기대와 체험을 더욱 강력히 추구하라 △성령운동의 범위와 역할을 더욱 확대하라 △다양한 성령운동들과 긴밀히 협력해서, 한국교회가 건전한 성령의 교회가 되도록 도우라 △시대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책임 있게 행동하되, 특정 정치세력이나 이념과 유착관계를 단절하라 등을 제안했다.

특히 "이념과 계급은 이제 극복해야 할 대상이지, 수호해야 할 절대 가치가 아니다. 성령과 성경 안에서 이 땅의 모든 정치이념 및 정치세력과 비판적 거리를 유지하고, 그들을 향해 때로는 예언자적 때로는 제사장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며 "이제는 한국 오순절 운동이 한국 정치판의 선수가 아니라, 심판으로 기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