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트하우스선교회 대표 박광철 목사
(Photo : 기독일보) 솔트하우스선교회 대표 박광철 목사

3) 어른(아비)의 단계

영적인 아비의 특징은 하나님을 깊이 경험했다는 것이다. "아비들아, 내가 너희에게 쓰는 것은 너희가 태초부터 계신 이를 알았음이요..." (요일 2:13). 여기서 "안다"는 원래의 의미는 지식적인 앎이 아니라 한 걸음 더 나아가서 그를 실제 삶에서 체험하는 것이다. 즉 미혼 청년들이 여성에 대해서 아는 것과 결혼한 남자가 아내에 대해서 아는 것과는 차이가 있는 것과 같다. 즉 성경이 말하는 "안다"라고 하는 것은 이론이나 논리로 아는 것이 아니라 체험적으로 아는 것이다. 기도의 응답을 경험하고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에 하나님께 부르짖음으로 도움을 받는 것을 비롯하여 하나님의 놀라운 은혜를 경험한 사람이 영적인 성숙을 체험한다.

아비의 또 다른 특징은 자녀를 낳아 키운다는 것이다. 자녀가 없는 사람을 아비라고 말하지 않는 것과 같이 영적으로도 마찬가지이다. 성숙한 성도는 복음을 전하여 영적인 자녀를 갖는 것이다. 사도 바울은 디모데를 영적인 아들이라고 말했다. "믿음 안에서 참 아들 된 디모데에게 편지하노니..." (딤전 1:2). 실제로 바울은 결혼한 적이 없다고 스스로 말했다. "내가 결혼하지 아니한 자들과 과부들에게 이로노니 나와 같이 그냥 지내는 것이 좋으니라" (고전 7:8). 어떤 사람은 바울이 전에 결혼한 적이 있지만 회심한 후에 이혼했거나 무슨 이유에서인지 몰라도 혼자 살게 되었을 것이라고 말하지만 결혼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다. 그래서 디모데를 참 아들이라고 말한 것은 그를 복음으로 낳았기 때문이다 (고전 4:15). 이와 같이 영적인 아비는 많은 이들을 복음으로 회심하게 하여 "영적 자녀들"을 갖는 단계에 속한 것이다. 자신을 통해서 얻은 영적 자녀가 얼마나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영적 아비는 주를 믿는 자를 주의 제자로 삼는 일을 한다. 이것은 단순히 복음을 전하여 결신하게 하는 수준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한 걸음 더 나아가서 그로 하여금 주의 말씀대로 살고 또한 다른 사람을 주께로 인도할 수 있도록 구비시켜 주는 것이다. 주의 자녀 단계로 만족하지 않고 그들을 복음의 일꾼으로 세우는 일이다. 모든 족속을 주의 제자로 삼으라는 것은 주님이 남기신 가장 큰 사명 즉 지상명령으로서 오직 성숙한 영적 스승만이 제자를 세우고 교육할 수 있다. 배움을 받는 제자가 없는 사람을 스승이라고 부르지 않는다는 것을 생각하라.

그런 의미에서 영적 아비는 불신자에게 복음을 전하는 일에 부지런하고 또 결신한 이들을 훈련하고 교육하여 또 다른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가르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네가 많은 증인들 앞에서 내게 들은 바를 충성된 사람들에게 부탁하라. 그들이 또 다른 사람들을 가르칠 수 있으리라" (딤후 2:2). 예수의 제자를 지속적으로 만들어야 복음의 세대가 이어질 것이기 때문에 이 사역은 세계복음화를 위해서 절대로 간과할 수 없는 사역이다. 근래에 한국에서는 자녀를 갖기 원하지 않는 부부가 많아서 출산율이 0.8 퍼센트 정도라고 하니 상당한 시간이 지나면 한국의 자손이 끊어지고 종족이 사라질지도 모르는 일이다. 부부가 한 아기도 낳지 않으면 인구는 감소하게 된다.

그리고 영적인 아비는 자신을 산 제물로 드린다. 아이들은 무엇이든지 갖고 더 갖고 싶어하지만 어른이 되면 나누고 주는 것의 중요성을 알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참된 그리스도인이 되는 것은 자신의 삶을 주님께 드리고 예수를 삶의 주인으로 모시는 것이다. 즉 예수님이 가끔 내 삶을 방문하시는 손님이나 지나가는 나그네의 입장이 아니라 내 삶의 중심에서 나의 삶을 주장하시는 주인이 되셔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성도가 여전히 자신의 삶을 자신의 것으로 생각하여 스스로 무슨 일을 계획하고 주장하며 스스로 자신의 삶의 주인 노릇을 하고 있다. 자기가 자신의 주인인 셈이다.

어느 날 영국 여왕이 수행원과 함께 지방 시찰을 나갔다고 한다. 시찰 중에 신앙이 좋다고 알려진 어느 초라한 노인의 집에 들어가게 되어 대화를 시작했다. "이 집을 방문한 손님 가운데 가장 귀한 분은 누구인가요?" 여왕은 당연히 그의 입에서 "예수님"이라는 답변이 올 것을 기대했는데 뜻밖에

"여왕님입니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여왕은 놀라면서 "예수님이 이 집에 오신 가장 귀한 손님이 아니신가요?"라고 반문했다. 노인은 빙긋이 웃으면서 "네, 예수님은 우리 집의 손님이 아니라 주인이십니다." 정말 멋진 답변이다.

믿음이 장성한 아비는 먼저 자신이 가진 것들을 주님께 바친다. 그것이 재물일 수 있고 또 재능일 수도 있다. 어느 성도는 대학 시절에 예수를 믿고 남을 돕는 간호원이 되기를 소원하더니 결국 그의 꿈을 이뤘다. 그는 그 분야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유능한 대학 교수로 봉직했고 은퇴 후에는 도움이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된 아프리카의 가난한 말라위라는 나라의 오지에 단신으로 선교사로 떠났다. 그는 지극히 열악한 환경에서도 간호학 교수로 헌신하면서 복음을 전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수 년 전에 급성 백혈병에 걸려서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사람들은 아까운 인생이라고 말할지 모르나 나는 그가 주님 앞에 설 때에 조금도 부끄럽지 않은 위대한 삶을 살았다고 증언하고 싶다.

영적으로 성숙한 성도는 범사에 주님을 인정하고 무슨 일을 결정해야 할 때에 신중하게 기도하고 주의 뜻을 살핀다. 하나님께서 그의 마음에 뿌리칠 수 없는 확신과 평안을 주시기 전에는 아무 것도 쉽게 결정하지 않고 기다린다. 어떤 사람은 기드온이 하나님의 뜻을 알기 위해서 양털을 놓고 비가 오기를 기다렸던 사례를 생각하여 예를 들어서 하나님의 뜻이면 가는 길에 앞차가 길을 비켜준다거나 오늘 갑자기 비가 오는 것으로 증명해 달라고 하는 미신적인 일을 행하기도 한다. 이런 생각은 자칫 위험한 결정을 내릴 수도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그러나 하나님께 전적으로 헌신된 성숙한 성도는 하나님의 말씀 속에서 갈 길을 안내 받기도 하고 충성스런 조언을 듣기도 하며 또한 사도 바울의 말대로 그리스도의 평강이 마음을 주장하게 한다 (골 3:15). 실제로 어떤 결정을 내리고자 할 때에 기본적인 상식을 무시하지 않으며 또한 하나님의 뜻에 합당하지 않으면 결코 그 마음에 깊은 평안이 없다. 그러나 주님의 뜻인 것이 확인되면 주저하지 않고 주를 따라 나선다. 아들을 제물로 바치라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그것이 하나님이 뜻인 것으로 확신한 아브라함은 아들 이삭을 제물로 바치려고 주저하지 않고 칼을 들었다. 무서운 헌신과 희생의 모습이다.

영적인 아비는 먹든지 마시든지 주의 영광을 위하여 한다. 이것은 성도에게 가장 기본적인 것이지만 실제로 무슨 일을 하든지 그것이 주님께 영광이 되는가를 분별해야 한다. 예를 들어서 나의 기도가 응답되면 내가 좋아하거나 만족해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그것은 어린 아이의 수준이다. 그러나 나의 기도 응답을 통해서 하나님께서 영광을 받으실 수 있다면 그것이 어떤 결과든지 기쁨으로 수용하는 것이다. "너희가 내 이름으로 무엇을 구하든지 내가 행하리니 이는 아버지로 하여금 아들로 말미암아 영광을 받으시게 하려 함이라" (요 14:13). 그리고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한다 (마 6:33). "그런즉 너희가 먹든지 마시든지 무엇을 하든지 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하라" (고전 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