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계 원로들이 말하는 ‘본질 회복’, 그 의미와 방법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어떻게 교회를 건강하게 세우고 하나님나라를 이룰 것인가, 이것은 오늘날 한국교회가 가진 숙제다.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고 입을 모으지만, 그 '본질'이 무엇인지 명확한 답을 찾기는 쉽지 않다.

한국교회의 부흥과 성장을 이끌었던 원로목회자들의 의견은 어떨까. 사단법인 한국원로목사총연합회(대표회장 송용필 목사, 후원회장 이주태 장로)가 주최하고 ANI선교회(대표 이예경 선교사)가 주관한 한국교회원로포럼이 '엔데믹 코로나! 한국교회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26일 오후 2시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 2층 강당에서 열렸다.

이세홍 목사의 사회로 진행된 포럼에서 인사말을 전한 송용필 목사는 "한국교회는 코로나 사태 중심에서 한때 혐오의 대상이었고, 강압적인 공권력의 통제로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었다"며 "이제 엔데믹 시대에 한국교회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진지한 물음과 복음적 전략의 준비가 필요한 때"라고 했다.

이예경 대표는 환영사에서 "요엘서 마지막 때 각 세대가 성령으로 연합할 때에, 노년층은 '꿈을 꾸며' 주의 교회가 이뤄야 할 목표와 방향을 제시하는 세대"라며 "이 혼돈의 시대에 한국교회가 취해야 할 지혜로운 전략을 제시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정익 목사, 사회 향한 진정성과 기도 회복 주문
최홍준 목사, 성도 성장과 제자훈련 중요성 강조

목회신학적 관점에서 발제한 신촌성결교회 원로 이정익 목사(희망나눔재단 이사장)는 이웃과 지역사회를 향한 진정성과 잃어버린 기도의 회복을 주문했다. 이 목사는 "한국교회는 세상으로부터 더 이상 버림받지 말고 마땅히 할 일을 발견해야 한다. 더 이상 성을 높이 쌓고 들어앉아 기다리지 말고, 세상으로 깊이 들어가 먼저 세상을 이해하고, 세상이 교회에 무엇을 원하는지 들어보고, 눈을 옆으로 돌려 이웃을 보고, 지역사회에 진정성 있는 마음으로 다가가 작은 교회를 돌보고 살리는 일에 전념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잃어버린 기도를 회복해야 한다. 크기와 많음과 더 화려함을 추구하는, 하나님의 목회가 아닌 내 목회를 위해 동분서주했음을 고백하고, 뼈저린 자성과 눈물의 회개가 마침내 잃어버린 정체성을 확립하는 기회가 되고 성결성과 거룩성이 회복되고 진정한 복음과 예언자적 선포 시대를 열어 줄 것"이라고 했다.

교회적 관점에서 발제한 부산 호산나교회 최홍준 목사(국제목양사역원장)는 본질 회복과 제자훈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최 목사는 "교회가 교회답고 성경적으로 교회의 본질을 갖추고 간다면 건강해지고 부흥하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며 "교회는 주님의 몸이고 주님의 몸은 곧 성도다. 그 몸에서 생명이 탄생하고 자라고 성장하는 것이 교회의 본질"이라고 했다.

▲이정익 목사(맨 왼쪽)는 이웃과 지역사회를 향한 진정성과 잃어버린 기도의 회복을 주문했다. ⓒ송경호 기자

그는 "그래서 목회의 본질은 제자훈련을 겸비해야 한다. 교회가 은혜 가운데 성장하고 확장할 수 있었던 것은 계속 제자훈련을 병행했기 때문"이라며 "교회 성장을 위한 사역이 아니라, 성도를 온전하게 하고 성도를 성장케 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성희 목사 "신앙생활 아닌 생활신앙으로"
박종화 목사, 삶의 현장에서의 '성육신' 촉구

미래적 관점에서 발제한 연동교회 원로 이성희 목사(추양재단 이사장)는 한국교회가 '루터를 넘어 칼뱅으로', '신앙생활'이 아닌 '생활신앙'으로 거듭날 것을 주문했다. 이 목사는 "칼뱅주의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교회가 사회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가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절실한 교회의 물음"이라며 "교회는 묵묵히 사회를 섬기는 디아코나의 교회가 되어야 한다. 믿음에 행위를 더해 '신앙생활'이 아닌 '생활신앙'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했다.

이어 "루터의 종교개혁이 믿음으로 구원받는다는 원리적이었다면, 칼뱅의 종교개혁은 제네바를 중심으로 한 사회개혁으로 실제적이었다"며 "로마서가 루터의 개혁 교과서였다면, 야고보서는 칼뱅의 개혁 교과서라고 볼 수 있다. 포스트 코로나, 영성시대의 한국교회는 루터를 넘어 칼뱅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사회적 관점에서 발제한 경동교회 원로 박종화 목사(국민문화재단 이사장)는 '엔데믹'에서 한국교회가 지역사회에 '위로의 마을'로 역할과, 삶의 현장에서 '성육신'을 주문했다. 박 목사는 "하나님은 한국교회를 팬데믹으로 일그러진 모두에게 진정한 위로와 희망을 나눌 산실로 부르셨다. 이제 자기 교인만이 아니라 지역사회 모두에게 열린 '위로의 마을'로 탈바꿈하자. 그것이 코로나 이후 새로운 선교적 교회의 모습"이라고 했다.

이어 "최종적 구원의 선물은 하나님의 심판에 맡기고 서 있는 자리에서 '사랑의 보금자리'로 나아가자. 교회가 세상의 염려가 되었다는 자조 섞인 탄식에서 벗어나, 주님의 사랑의 가슴으로 지역사회 곳곳에서 삶의 현장에 '성육신'하자. 삶의 마당에서 빛과 소금의 사명에 힘쓰자"고 했다.

▲박종화 목사(오른쪽에서 두 번째)는 '엔데믹'에서 한국교회가 지역사회에 '위로의 마을'로 역할과, 삶의 현장에서 '성육신'을 주문했다. ⓒ송경호 기자

논찬을 전한 강남교회 원로 전병금 목사는 "최홍준 목사님의 제자훈련에 박종화, 이성희, 이정익 목사님이 공히 밝혔던 교회가 세상의 소금과 빛, 루터를 넘어 칼빈으로, 교회의 담을 허물고 분열과 갈등으로 시달리는 백성을 화해와 통합으로 세상을 섬기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한국교회가 되도록 발전시키는 제자훈련이 된다면 엔데믹 시대에 큰 공헌을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총평을 전한 할렐루야교회 원로 김상복 목사는 "목회자들과 기독교인들은 잘못은 솔직하게 회개하고 사과했어야 했다. 변명과 변명으로 이어갔다. 그러나 또 역사적으로 영적인 전쟁을 치러 온 교회는 사탄의 영적인 공격과 정상적인 비판을 분별해, 지나친 비관은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세상은 예수를 사랑하지 않는다. 교회를 사랑하지 않는다. 기독교인들을 사랑하지 않는다. 예수님께서 반복하신 말씀이다. 세상에 맞춰 사랑받으려다가 예수님을 향한 사랑이 약해질 수도 있다"며 "한국교회는 '믿음의 주요 온전케 하시는 예수님'과 그분의 말씀에 철저히 귀를 기울이고 순종해 가야 살아날 희망이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학생들이 발제를 준비한 원로 지도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담아 꽃다발을 선물하고 있다. ⓒ송경호 기자

▲참석한 학생들이 발제자들과 함께 기념촬영하고 있다. ⓒ송경호 기자

▲주요 참석자들이 포럼을 마친 후 기념촬영하고 있다. ⓒ송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