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식을 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누가 생각해도 좋을 리는 없겠지요. 그런데 이를 뒷받침 할만한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나와서 소개를 해 드리겠습니다.

하루에 식사를 포함한 음식 섭취횟수를 조사하고 이들의 콜레스테롤 등의 수치를 비교한 연구인데요. 통계를 내어 보니까 여러 번 먹은 사람이 콜레스테롤이 더 낮았습니다. 여러 번 먹은 사람이 당연히 하루에 섭취하는 총 음식량은 많아집니다.

실제로 그 연구에서 하루에 먹는 총량을 비교해 보니까 여러 번 먹는 사람이 당분(탄수화물)이나 지방질의 하루 섭취량이 더 많았습니다. 수학적인 계산대로 비교한다면 하루 섭취량이 더 많으면 콜레스테롤이 더 높아져야 하는데도 결과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보통 '무엇을 얼마만큼 먹는가?'에 관심을 많이 가지지만 '어떻게 먹는가?''얼마나 자주 먹는가?'도 중요함을 보여주는 결과입니다. 저는 당뇨병 환자 같은 성인병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 아침을 꼭 먹을 것을 권유합니다. 대개 조금 먹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한끼라도 생각이 없을 때는 안 먹으면 도움이 될 것 같지만 우리 몸이라는 것이 신기해서 영양분이 잘 공급이 안되고 있다가(굶고 있으면) 먹을 것이 들어오면 저장하려는 성질이 있다고 합니다. 자주 먹을 것이 들어오면 우리 몸도 맘을 놓고 있지요.

즉 들어온 것을 그때그때 다 쓰려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동물도 마찬가지로 겨울에 동면을 하는 동물은 겨울이 되기 전에 많은 영양분을 저장해 놓는다고 합니다. 하지만 일년 내내 음식을 섭취하는 동물은 먹은 음식을 지방으로 잘 저장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저장하는 것이 뭐가 나쁠까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미리 미리 저장을 한다면 좋을 것 같지만 지방을 많이 저장하려는 성향이 바로 당뇨병 같은 성인병이 잘 생기는 체질이라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당뇨병은 '내장지방'이 잘 축적되는 성인에게 잘 생기고 이 내장지방이 당뇨병을 예측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인자라고 합니다.

하루에 1-2회 먹는 사람보다는 5-6회 나누어 먹는 사람이 건강하다고 성급하게 결론을 지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비만도 5-6회 먹는 사람이 1-번 먹는 사람보다도 더 적은 경향을 볼 수 있었는데 물론 평균적인 섭취량은 5-6회 먹는 사람이 많았지요.

비만환자에서 잘 나타나는 '요요현상'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 현상도 체중을 줄이기 위하여 아예 굶는 사람이 굶을 때는 체중이 빠지지만 이 때 우리 몸은 '아 이 사람은 먹을 것을 제 때에 안 주는구나. 다음에 먹을 것이 들어오면 저장해 놔야지..' 아마도 이런 생각을 하는지 모릅니다.

결국은 살을 빼려는 사람도 정상적인 방법으로 적당히 먹고 많이 써 버리는 방법을 선택해야지 무조건 굶는 것은 나중에 몸에 지방이 더 잘 쌓이려는 체질로 바뀌는 것을 이해해야 할 것입니다.

돈은 잘 벌고 저축하는 것이 좋은 것인지 모르겠지만(돈도 잘 쓰는 것이 좋겠지요?) 우리 몸은 잘 먹고 잘 쓰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특히 잘 쓰는 것이 중요한데 현대인의 생활은 많이 먹고 잘 써버리지 못하는 환경에 산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가뜩이나 자주 못 먹고 몰아서 먹는 폭식은 먹은 것을 잘 써버리지 못하는 체질을 향해 가는 것임을 알아야 하겠습니다. 저도 인턴 때 무려 몸무게가 10kg 이상 늘었는데 아침은 못 먹고 점심은 대충, 저녁은 무식하게 많이 먹던 시절이었습니다. 지금도 체중이 많이 늘어 이 글을 쓸 자격이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하여튼 귀중한 정보는 알려야 하는 것이 제 임무이겠지요.

결론적으로 주식과 더불어 간단히 간식을 하는 것이 좋다고 볼 수 있습니다. 끼니를 배불리 먹는 것 보다 아쉬움을 조금 남겨 두었다가 간식을 먹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대개 간식을 빵 같은 것으로 하는 분도 많은데 빵은 주식이지 간식은 아닙니다. 감자나 고구마도 마찬가지이겠지요. 조금씩 먹는다면 다르겠지만요. 신선한 야채나 과일이 좋겠지요? 하여튼 자주 먹는 것도 운동처럼 중요한 건강습관으로 대접받을 날이 멀지 않은 것 같습니다.

글/ 최일훈(서서울내과의원 부원장, 새생명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