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말씀은 내 발에 등이요 내 길에 빛이니이다"(시 119:105)
시편 119편을 '말씀장'이라고 한다. 시편 119편은 2-3개의 절을 제외하고는 구절 구절마다 말씀을 뜻하는 다음과 같은 열 가지 동의어가 한 개씩은 꼭 나온다.
증거, 법도, 법, 율례, 계명, 판단, 말씀, 규례, 율법, 도. 물론 번역상의 차이로 판단을 심판으로, 증거를 교훈으로 번역하기도 하지만 이런 단어들은 모두 같은 뜻이다.
시편 119편에서 볼 수 있는 아름다운 표기가 있다. 다만 영어나 우리 말 번역에서는 나타나지 않고 히브리어 원어로서만 볼 수 있다.
시편 119편을 보면 8절씩 단락을 이루고 있는데, 각 8절 마다 시작하는 히브리어 알파벳이 모두 같다. 마치 색색으로 수 놓은 것 같은 아름 다운 모습의 시적 표현이다. 즉 1-8절은 히브리어 첫 글자인 알레프(א)로 시작하며, 9-16절은 두 번째 글자인 베트(ב)로 시작한다. 이렇게 첫 글자를 활용하여 외우기 쉽게 아름다운 모양으로 노랫말을 엮는 기법을 답관체(acronym, 머리글자로 된 말) 형식이라 부른다.
답관체 형식으로 기록된 말씀은 시편 34편처럼 22절까지 있으면서 히브리어 알파벳 22자가 모두 활용된 경우도 있고, 시편 9편과 10편처 럼 두 편이 합하여 답관체 형식을 이루는 경우도 있다. 시편 25편은 22절까지 있으나 한 절에 히브리어 알파벳이 두 개도 나 오고 마지막 글자 타브(ת)는 21절에 있다. 시편 37편 같은 경우는 40절까지 있는데 히브리어 알파벳 22개가 몇 절을 건너 뛰면서 나온다.
그런가 하면 시편 111편이나 112편은 각기 10절씩 있으나 히브리어 알파벳으로 시작하는 단어 22개를 모두 포함하고 있다.
시편 이외에도 답관체 형식을 취하는 말씀이 두 군데 더 있다. 잠언 31장 10절부터 현숙한 여인에 관한 말씀이 31절까지 모두 22 절 나오는데, 여기서도 모든 절의 말씀 첫 글자가 히브리어 알파벳 22 자를 순서대로 활용하였다.
예레미야애가는 5장까지 있다.
1장은 22절, 2장도 22절, 3장은 66절, 4장은 22절, 5장도 22절까지. 절 수를 보아 짐작되는 것과 같이 1장, 2장, 4장은 각 구절의 첫 자가 22개의 히브리어 알파벳 순으로 되어있다.
3장은 시편 119편과 같은 구조로 되지만 히브리어 한 글자 당 3절씩 계속된다는 점이 다르다. 한 글자당 3절씩 이어져서 모두 66절까지다.
다만 5장만은 22절까지 있는데도 불구하고 알파벳 글자를 활용하지 않았다. 아마도 예레미야 선지자가 슬픈 애가를 읊다가 너무 슬픈 나머지 5장에 와서는 답관체에 연연하지 않고 회복을 위한 기도를 급하게 드린 것 같다.
★히브리어 알파벳이 모두 22자니까 시작하는 문자가 한 글자당 8절씩 나 오면, 8 x 22 = 176이 된다. 따라서 시편 119편은 모두 176절까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