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뭐든 법과 권력으로 해결하려
60-70년 쌓아올린 법치국가 무너지는 기분
대통령, 자랑 있으면 나타나고 없으면 숨어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가 "이러다 다시 권력국가로 돌아갈까 겁난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101세로 "일제시대에 태어나 해방 후 공산 치하의 북한에서 살다 탈북해 남한으로 왔으며, 군사독재도 겪어봤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김 교수는 13일 공개된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60-70년 쌓아올린 나라가 무너지는 기분이다. 광복 이후 전두환 정권까지는 '권력국가'였다. 강자가 약자를 지배한 그 시기 우리는 독재정권과 군사정권을 겪었다"며 "김영삼 정부부터 현재까지 '법치국가'이며 여기서 멈추면 안 되고, '선진국가'로 올라가야 하는데 퇴행 징후가 보인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우리는 애써 법치국가까지 올려놓았는데, 역설적으로 지금 대단히 위태롭다. 국민의 자율성이 확대되는 선진국가로 올라가지 못하고, 다시 권력국가로 돌아갈까 겁난다"며 "불필요한 법을 정부가 자꾸 만든다. 집값 잡겠다고 급조한 법 때문에 국민은 더 불행해졌다. 정직한 사회는 깨지고 말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약속한 나라와는 완전히 다른 나라가 됐다"고 걱정했다.

그는 "뭐든지 법과 권력으로 해결하려 든다. 언론중재법도 그렇고, 국가가 퇴행 중이다. 정부 통제가 심해지면 중국과 비슷해진다"며 해결 방안에 대해 "다가오는 대선에서 국민의 올바른 선택을 바랄 수밖에 없다. 국가의 장래를 걱정하는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고 밝혔다.

김형석 교수는 "언론중재법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언론통제법이라고 답하겠다. 언론을 통제하는 나라는 후진국"이라며 "모자를 벗기면 머리가 나타나듯, 말만 중재지 내용은 통제다. 유엔과 선진국들이 '한국이 저 수준밖에 안 됐나' 놀란다. 내가 북한에서 경험해 보니 언론 통제는 자유 통제의 신호탄이었다.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는 짓"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민주주의에서 언론은 공기와 같다. 문제가 있어도 상식으로 해결할 수 있는데, 왜 정부가 나서나. 동기와 목적이 순수하지 않다"며 "언론중재법은 정권 유지를 위한 법이고, 좀 심하게 말하면 '문재인 보호법'"이라고 일갈했다.

문재인 정권에 대해선 "정말 묻고 싶다. 당신들이 5년간 한 일이 과연 국민을 위한 것이었는지 정권 유지를 위한 것이었는지"라며 "초창기에는 가난한 국민을 위한다고 한 일이 경제를 망쳐놨다. 소득주도성장도 한심한 정책이었는데,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고 했다.

또 "문 대통령은 자랑할 게 있으면 나타나고, 없으면 숨는다. 국민이 아니라 자기 자신과 진영을 위해 권력을 잡은 것"이라며 "애국심이 있는 대통령이라면 아직도 부족하고 할 일이 많다고 말하지, 자화자찬 못 한다. 또 통합을 하겠다더니 국민을 두 쪽으로 갈라놓지 않았나. 겪어 보니 정의의 가치도 모르는 지도자였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그는 "자기 편이면 정의이자 선이고, 아니면 불의이자 악이었다. 정의는 평등을 위한 수단이 결코 아니다. 민주주의 정부는 더 많은 국민이 더 인간답고 자유롭게 살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며 "좌파랄까 운동권은 경제적으로 평등하면 누구나 행복해질 거라 착각한다. 다음 대통령도 이런 사람이면, 국가 수준이 중국과 비슷해질 것이다. 더 추락하면 북한이 된다. 교육과 문화의 하향 평준화는 무서울 정도"라고 했다.

홍범도 장군 유해 국내 안장에 대해선 "그의 행적이 이중적이라는 사실을 대통령이 모르진 않을 것이다. 처음에는 독립운동을 했지만, 나중엔 공산당원으로 일했고 독립군이 많이 희생됐다"며 "통일된 뒤라면 모를까, 지금은 현충원이 아니라 평양으로 가야 더 어울릴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SNS로 자신을 저격한 정철승 변호사에 대해선 "읽어 보고 '이런 사람도 있구나' 하고 말았다. 딸은 보고만 있을 수 없어 편지를 썼다는데, 내가 꾸짖었다. 성숙한 사회에서는 SNS도 단점보다 장점이 많다. 저격도 자정 작용이 일어나도록 놔둬야 한다"며 "미국인에게 총기 사고가 저렇게 자주 일어나는데 왜 규제를 안 하냐고 물으면 '총기를 가지고 싶은 사람은 다 갖고 그럼에도 사고가 없는 세상을 지향하는 게 아메리카'라고 답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