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미 채 목사(55)는 하와이 코나 열방대학교에서 DTS 제자훈련학교 스쿨리더로 8년째 청년들을 가르치고 있다. 사실 가르친다기 보다는 청년들과 함께 하나님을 예배하며 그들을 보듬고 울어준다는 설명이 정확하다. 거칠어(?) 보이는 인상과는 달리 속 깊은 배려가 청년들의 마음을 사로 잡은 듯 보였다. 평화로운 섬 하와이를 잠시 떠나 오랜만에 엘에이 도심지를 찾은 그를 만났다.
파란만장했던 그의 인생 여정을 듣다 보니 누가복음 15장에 등장하는 탕자의 비유가 오버랩 됐다. 그리고 하나님의 사랑, 십자가 구속의 은혜를 담대하게 외치는 그를 보면서 탕자에게 가락지를 끼우고 가장 좋은 옷을 내어 입혀 변화시키시는 하나님의 자비의 손길도 느낄 수 있었다.
'상처받은 치유자'라는 말처럼 그는 자신이 경험했던 아픈 과거와 치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증거하며, 우리의 다음 세대와 청년들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일에 가득 차 있었다. 또 이 시대의 부흥을 사모하며 성령의 불씨를 만나는 사람들마다 심고 있었다.
이하는 일문 일답.
- 미국에서의 유년기는 어땠습니까?
"6살 때 부모님을 따라 미국 뉴욕에 도착했습니다. 워낙 어린 나이에 미국에 왔기 때문에 한국 사람이라기 보다는 언어와 문화 모두 미국 사람에 가까웠지요. 그러나 인종차별이 심했던 때라 학교에 다니며 어울린 아이들은 모두 코리안 아메리칸들 이었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어울렸다기 보다는 무리를 지어 서로를 보호했어야 했어요."
- 방황은 어떻게 시작된 것입니까?
"어릴 때부터 교회를 다녔지만 교회는 호기심 많은 아이들에게 만족함을 줄 수 없었어요.. 그 또래 아이들 대부분 그렇듯 그 역시 화려한 영화 속 주인공을 보면서 그들의 삶을 동경했지요. 단지 영화를 보는 것이 아니라 영화를 살고 주인공의 삶을 살고 싶었어요. 그들이 하는 대로 마약과 음악에 취해 사는 삶이 자유롭고 그렇게도 멋져 보였으니까요.
한번은 친구 삼촌의 차를 몰래 타고 뉴욕에서 엘에이까지 오게 됐어요. 세상 문화와 음악에 심각하게 빠지기도 했었지요. 아버지 손에 이끌려 다시 집으로 들어가기도 했지만 방황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어요. 제 모습은 모태신앙으로 '교회에서 자랐다'고 믿어지지 어려울 만큼 어느새 마약 중독자가 되어 있었고, 성품도 완전히 바뀌었었어요. 멈추지 않고 달리는 기차처럼 폭주하다가 인생의 막다른 골목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죽음뿐임을 깨달았습니다."
- 회복을 경험하셨고 사역까지 하게 되셨는데요.
"인생의 답을 찾을 수 없어 헤매다 12년 방황의 끝자락에서 하나님을 만났습니다. 로마서를 공부하면서 철저히 죽을 수 밖에 하는 죄인임을 알았고, 하나님을 붙들고 몸부림치며 울었습니다. 그동안 그렇게도 옭아매던 중독의 사슬도 하나님 앞에서는 철저하게 무너졌지요. 하나님의 사랑을 경험한 후에는 뉴욕에 있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이제는 하나님과 함께 살기로 결단했어요. 저를 기다리시던 또 다른 아버지를 향해 돌아간 것이죠."
- 청년 사역을 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뉴질랜드 예수전도단(YWAM)에서 DTS를 하다가 제대로 사역을 하기 위해서는 신학을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뉴질랜드 오클랜드 바이블 칼리지에서 신학 공부마치고 목사 안수도 받았습니다. 바로 뉴질랜드에서 교회를 개척했습니다. 젊은이들의 회복에 대한 비전으로 교회는 빠르게 부흥했고, 당시 교회 뉴질랜드 최고의 힙합 팀이었던 12명의 교회 멤버들을 데리고 청년 사역을 위해 한국 이태원과 한국외국어대 앞에도 교회를 개척했었습니다."
-하와이 열방대학과의 인연은 어떻게 갖게 되셨나요?
"8년 전 북한 선교에 대한 비전을 가지고 황성주 박사와 콜로라도 스프링스에서의 사역을 준비하던 중 안식월을 맞아 3개월 일정으로 하와이 코나를 방문했었어요. 젊은 청년들이 각자의 아픔을 가지고 하나님께 나아가 하나님을 뜨겁게 부르짖으며 기도하는 모습에 마음이 움직였습니다. 기도 가운데 하나님의 부르심이 여기 있음을 느끼고 순종해 회복 학교를 만들어 지금까지 섬기고 있습니다."
-한인 2체 청소년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정체성입니다. 미국 사람이 아무리 김치와 불고기를 좋아한다고 그들이 한국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듯, 우리 2세들도 아무리 한국 문화와 언어, 정서를 가르친다고 해서 한국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한인 2세 청소년들이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에 답을 찾지 못해 방황을 하는데, 미국인이냐 한국인이냐를 떠나 하나님의 말씀 안에서 자신의 의미를 발견하면 아무리 문제 많은 인생도 나를 위해 피 흘려 죽으신 예수님의 사랑을 만나면 변화가 일어납니다.
나를 지으시고 사랑하시는 하나님으로부터 오는 정체성을 먼저 발견하게 하고 그 다음 대한민국을 사랑하신 하나님을 심어주면 하나님 원대한 뜻 안에서 나를 발견하고 자긍심을 갖게 됩니다. 그리고 이 땅을 향한 하나님의 사랑과 구원의 역사들을 일깨워줄 때 청년들은 자신의 삶을 드려 주님을 섬기게 됩니다."
-한인 2세 자녀를 둔 부모님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자녀들이 외형적인 크리스천이 아닌 내면에서 인격적으로 그리스도를 만나고 주를 위해 헌신할 수 있는 삶을 살도록 인도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교회를 통해 부모 말 잘 듣는 착한 아이를 기대하기 보다는 어떤 환경에서도 예수 그리스도를 선택하고 세상을 이길 수 있는 믿음을 심어줘야 합니다.
만약 자녀가 교회에서 하나님을 만났고 신학교에 간다고 하면 무엇이라고 하겠습니까? 만약 직장을 그만두고 선교사가 되겠다고 하면 무엇이라고 말할 것입니까? 우리가 예수님께서는 우리 인생의 주인이라고 말하지 않습니까? 우리 인생의 모든 문제의 해답을 가지고 계시다고 말하지 않습니까? 가족 모두가 믿음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주세요."
-미국이 영적 위기라고 말합니다. 이 시대의 부흥은 어떻게 찾아올까요?
"최근에 캘리포니아에 산불이 크게 일어났는데 원인을 알아보니 물부족이었다고 합니다. 나무들이 모두 말라있으니 불이 쉽게 붙을 수 있었고 바람이 불어 산불이 크게 번졌다는 설명입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산불을 보면서 우리의 부흥도 어쩌면 이렇게 찾아오지 않을까 싶은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우리의 영적 상태와 교회가 메말라 있습니다. 성령의 생수를 사모하는 갈증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성령의 불이 붙을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상황이 어둡다고 우리 교회와 성도들이 모두 죽은 것이 아닙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위해 일하시고 계심을 믿습니다.
하와이 코나섬은 하나의 화산 폭발로 이뤄진 섬이 아니라, 다발적 화산폭발이 만들어낸 거대한 섬이라고 합니다. 우리 각자가 하나님께서 사용하실만한 순종함으로 하나님께 나아갈 때 우리의 부흥도 한 도시가 아니라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게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현실을 바라볼 때 절망할 수 있지만 분명한 것은 하나님께서는 오늘도 이 시대의 주권자이시며 통치자 이시라는 사실입니다. 또 여전히 하나님을 향해 간절히 기도하는 사람들이 있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눈물로 복음의 씨앗을 심는 선교사님들이 전세계에 계시기에 오늘도 일어날 부흥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