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울이 베스도 총독에게 자신의 무죄를 설명할 때 베스도 총독은 설득을 당했습니다. 베스도는 자신의 판단을 보증하기위해 예루살렘에서 내려온 아그립바 2세와 그의 아내이자 그의 여동생 베니게에게 묻습니다. 그들도 바울의 결백을 인정합니다. 여기에 등장하는 아그립바 2세와 베니게의 증조할아버지가 마태복음 2장에 등장하는 헤롯(대)왕입니다.
신약 성경에 여러 헤롯왕이 등장합니다. 모두 헤롯 대왕(혹 헤롯1세)의 후손들입니다. 여기서 헤롯대왕은 동방박사들을 만나는 헤롯 왕입니다. 즉, 예수님의 탄생에 분노하여 베들레헴과 근방의 유아학살을 주도했던 헤롯입니다. 그의 막강한 권력, 헤롯 왕조의 시작이라는 점에서 유대인 출신의 역사가 요세푸스가 붙인 이름이 헤롯 대왕(Herod the great)입니다. 통상 헤롯 가문을 소개할 때 그를 헤롯 대왕이라고 부릅니다.
공관복음과 사도행전에 등장하는 헤롯 가문 사람들을 정리해 봅니다. 헤롯대왕에 이어서 유대지역 분할해서 통치했던 그의 세 아들이 있습니다. 헤롯 가문의 둘째 사람 아켈라오(마2:22)입니다. 그가 예수님에 대한 적개심을 가져 요셉과 마리아가 나사렛으로 이주합니다, 다음 헤롯 가문의 세 번째 인물은 분봉 왕 헤롯(마14:1, 눅 3:1, 3:19, 눅 9:7, 행13:1)입니다. 그를 '헤롯 왕'(막6:14)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왕'(마14:9)으로 표현하기도 하고, 일부에서는 그냥 '헤롯'(눅9:9, 13:31, 23:7, 행4:27)이라고 부릅니다. 헤롯 가문의 네 번째 사람은 이두래와 드라고닛 지방의 분봉 왕인 빌립입니다. 그가 가이사랴 빌립보를 건설한 사람입니다.
헤롯 가문 다섯 번째가 '헤롯 왕'의 동생 빌립입니다. 그는 헤로디아의 첫 남편(마14:3, 막6:17)입니다. 헤롯 가문 여섯 번째와 일곱번째 사람은 세례 요한을 죽인 헤로디아(마14:3, 막6:17, 눅 3:19)와 그녀의 딸(마14:6, 막6:22)이고, 헤롯 가문 여덟 번째 인물이 사도 야고보를 죽인 '헤롯 왕'(행12:1~2), 아그립바 1세입니다. 헤롯 가문에 아홉 번째 사람은 벨릭스 총독의 아내 드루실라(행24:24)이고, 열 번째와 열한 번째는 베스도와 함께 바울을 심문한 아그립바왕(아그립바 2세)와 베니게(행25:13)입니다.
초대 교회를 이해하려면 헤롯 왕조를 이해해야 합니다. 헤롯 왕조는 로마제국 제2차 삼두 정치를 배경으로 출현합니다. 제2차 삼두정치는 레피두스(Marcus Aemilius Lepidus), 마르쿠스 안토니우스(Marcus Antonius), 옥타비아누스(Gaius Julius Caesar Octavianus)가 연합한 것입니다. 이들의 이합집산에 로마가 휘청거리고 유대 정치도 흔들립니다. 유대 정치의 혼란을 틈타 헤롯 아버지 안티파테르가 유대 지역 패권을 장악합니다.
당시 유대 지역은 하스몬 왕조가 지배하고 있었는데 내부 분열이 일어났습니다. 동생인 아리스토불루스(Aristobulus)2세에게 대제사장 자리를 빼앗긴 히리카누스 2세는 절치부심하며 권력 되찾기에 골몰하였습니다. 로마 폼페이의 지지에 힘입어 헤롯의 아버지 안티파테르는 히르카누스 2세를 대제사장으로 세우면서 자신이 팔레스틴 지역의 실세가 됩니다.
로마와 안티파테르의 지원으로 대제사장의 지위를 얻은 히르카누스 2세는 꼭두각시였고, 안티파테르는 실권을 가진 총독이 되었습니다. 안티파테르는 B.C 47년에 아들 헤롯을 갈릴리지역 군사령관으로 임명합니다. 헤롯대왕은 아버지 권력에 힘입어 유대 역사 전면에 등장합니다.
히르카누스 2세가 아리스토불루스 2세를 누르고 제사장을 차지했지만 하스몬 왕조의 권력투쟁은 끝난 것이 아니었습니다. 힘을 잃었던 아리스토불루스 2세의 아들이었던 안티고노스는 당시 로마의 숙적이었던 파르티아(Parthia)왕조의 도움을 받아 권력 찬탈을 도모합니다. 이렇게 시작된 전쟁에서 안티고노스가 이깁니다. 그는 삼촌인 히르카누스가 다시는 대 제사장이 되지 못하도록 귀를 자르고 바빌론으로 귀양을 보냈다고 합니다.
이 전투에 안티파테르의 아들들도 히르카누스 2세 편에서 싸웠습니다. 패배하는 과정에서 안티파테르의 아들 파사엘은 체포되어 갈릴리에서 자살하였고, 헤롯은 로마로 도망을 갑니다. 로마로 도망을 갔던 헤롯은 카이사르에게 도움을 청하였고 카이사르가 적극적인 후원에 힘입어 원로원으로부터 유대지방의 '왕'으로 임명됩니다.
헤롯이 유대 왕으로 임명을 받았지만 안티고노스가 이미 유대지방 왕이었습니다. 이름뿐인 왕이었던 헤롯은 로마의 지원을 받아 정권 탈환을 위한 전쟁을 합니다. 로마는 숙적이었던 파르티아와 눈에 가시였던 안티고노스를 몰아내야 했기에 헤롯을 적극 돕습니다. 헤롯은 2년간의 전쟁 끝에 안티고노스와 파르티아 세력을 몰아냅니다. 헤롯은 안티고노스와 다수의 사두개파 귀족들을 처형했습니다. 진정한 유대 왕으로 등극한 헤롯은 예수님이 탄생하는 해까지 유대 지방을 통치합니다.
헤롯대왕은 정치적으로 승승장구하며 세력을 점점 넓혔습니다. 그러나 그는 두 가지 치명적인 약점으로 늘 불안에 떨었습니다. 첫째 이두메인이기 때문에 유대 왕으로 정통성이 없었습니다. 둘째 헤롯은 왕위 찬탈과정에서 흘린 피 때문에 배신을 두려워했습니다. 불안한 그는 자신의 아들들, 아내, 장모, 처남 등등을 죽입니다. 이런 헤롯에게 '유대인의 왕으로 나신이'를 묻는 동방박사들의 질문은 충격이었습니다. 그래서 예루살렘은 발칵 뒤집혔고, 성경은 이 상황을 '예루살렘은 소동한지라(마2:3)'로 설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