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톤한인교회 김영봉 목사가 16일 자녀의 목사 안수 소식을 전하며 소명자의 고되고 힘들 길을 가리켜 "가망 없어 보이는 일"이라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김 목사는 "아들 아이가 버지니아 연회에서 elder pastor로 안수를 받았다"며 "친가로는 2대가 되고 외가로는 4대가 된다. 외가의 증조 할아버지는 순교자의 반열에 이름을 올리신 분이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김 목사는 이어 "아들 아이는 어릴 때부터 교인들에게서 "너도 목사 될래?"라는 말을 자주 듣고 자랐다. 교인들은 무심코 던진 질문인데, 아이에게는 그것이 매우 부담스러웠던가 보다. 그래서 그랬는지 교회 생활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스스로 두더지라고 별명을 붙이고는 최소한의 일만 하고 피해 다녔다. 그럼에도 그의 마음에서는 "너도 목사 될래?"라는 질문이 늘 따라 다녔던가 본다"고 했다.
김 목사는 "중학교 땐가 제가 "너, 내가 됐다 싶을 때까지 허락하지 않을테니, 신학교 갈 생각은 꿈도 꾸지 말아라"고 말해 주었다"면서 "제 마음에서야 저의 길을 따라 주기를 바랬지만, 아들이 스스로 결정하기를 바랬기 때문에 일단 막았던 것이다. 그래야 아들도 좀 더 자유롭게 자신의 길을 찾아 볼 수 있겠다 싶었다"고 했다.
김 목사는 그러나 "대학교 졸업반이 되어 아들이 졸업 후 진로에 대해 여러 가지로 고민하는 것을 느꼈다"며 "마초 근성이 있어서 군대 갈 생각도 했고, 대학원 진학도 생각했다. 그 때 저는 "네가 선택하면 축복할 터이니 신학교 가는 것도 옵션으로 넣고 기도해 보라"고 말해 주었다"고 했다.
김 목사에 따르면 얼마 후 마지막 겨울 방학이 끝나고 집에서 학교까지 10시간을 운전해 가던 중에 한 곳에서 차를 세우고 아들은 "하나님, 부름에 따르겠습니다"라고 기도했다고 한다. 그는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내내 하나님의 부름과 씨름했던가 보다"라며 "그 날 새벽, 조지아의 깊은 어둠 속에서, 그를 놓아주지 않고 따라 다니던 '하늘의 사냥개'(hound of heaven)의 추적에 두 손 들고 항복한 것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김 목사는 "팬데믹으로 인해 제한된 수의 사람들만 모인 조촐한 자리에서 아들이 안수를 받을 때 저도 그의 어깨에 손을 얹고 기도했다"며 "참으로 가망 없어 보이는 일이 목회다. 목회가 가망 있어 보인다면 곁길로 빠진 것이다. 그 길을 걷는 것은 많은 유혹과 번민과 좌절을 통과해야 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비록 흔들리고 넘어진다 해도 신실하게 자신의 소명을 따라 살게 되기를 기도했다"며 "제 아들만이 아니라 같이 안수 받는 모든 이들을 위해 그렇게 기도했다. 그런 마음을 가져야 완주할 가망이 있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