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주의 반대 일변도보다, 정권과 공존 모색 가능성 제기
소련과 동구권 교회들도 핍박 있었지만, 명맥 유지한 사례
초대교회, 핍박 대항보다 이방 황제들과 국가 위해 기도해
기독교통일학회(회장 안인섭 교수) 제28차 정기학술 심포지엄 및 통일소망선교회(대표 이빌립 목사) 북한교회개척학교 1차 포럼이 지난 22일 '북한에 어떤 교회가 세워져야 하는가?'라는 주제로 개최됐다.
이날 1부 개회예배에 이어 2부 학술 심포지엄에서는 총 7명의 학자들이 북한교회 재건에 대해 강의했다.
이동영 교수(성경신대)를 좌장으로 '교회론의 역사를 통해서 바라보는 북한교회'라는 주제로 발표한 심창섭 총장(국제개발대학원, 총신대 명예교수)은 "김일성 주체사상과 공산주의 정부가 지속되는 동안 북한에서의 복음전파는 사실상 비관적"이라며 "교회의 존립이 불가능한 지역의 교회론 언급은 의미가 없지만, 통일 혹은 북한 개방을 바라보며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북한 사회에 세워질 교회의 모습을 진단해 보는 것은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취지를 밝혔다.
심 총장은 "북한이 비록 종교를 허용하지 않는 공산주의 이데올로기를 기반으로 정부를 수립했지만, 교회가 이 상황에 접목하기 위해 반대 일변도의 저항이 아니라 정권 초기 공존을 모색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없었을까"라며 "물론 이론적인 해석이며 현실론에서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소련과 동구권 교회들이 공산치하에서 핍박은 있었지만 명맥을 유지한 사례들이 있다. 소련 정교회의 공존은 북한 교회가 지난 70년 동안 소수의 지하교회만 명맥을 유지한 것에 비하면 대조적"이라고 주장했다.
심창섭 총장은 "교회사적으로 북한과 같은 동일한 경우는 아니지만, 유사한 핍박 가운데서 교회가 존속된 사례를 든다면 초대교회가 있다. 초대교회는 로마 황제들의 기독교 박해에도 복음을 전파하며 결국 팍스로마나(pax romana)를 팍스 크리스티아나(pax christiana)로 전환시켰다"며 "북한교회는 70년간 박해로 거의 멸절된 상태이지만, 초대교회는 300년간의 박해에도 불구하고 견디며 부흥했다. 물론 종교에 관용했던 로마 제국의 정책이 있기는 했다"고 밝혔다.
심 총장은 "초대교회가 살아남은 교회론은 무엇인가? 초대교인들은 규범화된 교회론이 없었다. 그들은 단순히 복음의 역동성을 믿었다. 초대교회는 복음을 정치적으로 이데올로기화하지도 않았다"며 "그들은 로마 황제에 대항하여 투쟁하기보다, 그들을 위해 기도했다. 황제 숭배라는 정치적인 이념만은 반기독교적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초기에 로마 사회에서 정치적 힘을 발휘할 만한 능력이 없었을 때, 초대교회는 대항하기보다 이방 황제들과 국가를 위해 기도하라고 가르쳤다"며 "바울이 대표적인 인물이고, 교부들도 핍박을 받으면서 로마제국의 시민임을 강조했다. 일반적으로 초대교회는 로마황제나 제국에 대항하기보다 적응했다"고 했다.
▲심창섭 교수. |
심창섭 총장은 "이런 상황에서 초대교회가 가졌던 교회의 모습은 '주택교회(Domus Ecclesiae)'였다. 주택교회가 300년간의 박해를 견디고 승리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인가"라며 "시블링 메타포, 즉 형제자매 은유(sibling metaphor) 정신에 근거한 나눔과 섬김의 에큐메니즘적 신앙이었다. 이방 세력의 박해 속에서 초대교회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이었지만, 바울의 고백처럼 기독교인들은 대부분 가난하고 능력 없고 지혜 있는 자가 많지 않았지만 그들은 연결된 공동체로 인식하였다. 초대 주택교회에서는 직분이 아니라 모두 형제(brother) 혹은 자매(sister)라 불렀다"고 강조했다.
심 총장은 "초대교회는 정의와 진리의 잣대로 무조건적이고 무모한 저항이나 투쟁은 택하지 않았다. 그들은 저항 대신 그리스도의 자비와 사랑을 베풀었다. 초대교회는 주어진 환경에서 교회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복음적인 길을 선택한 것"이라며 "예수의 대명령인 이웃을 사랑하고 오이코스적인 교회론을 택한 것이다. 그들은 교회론을 논하기 전에 교회의 본질을 쫓아 정치적 색깔을 배제하고 선택적인 진리의 삶으로 그리스도를 증거한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교회론에 입각해 북한교회를 위한 대안을 제시했다. 먼저 "북한의 특수 상황을 고려해 남한의 기존교회의 체제를 이식시키려는 발상은 안 된다"고 했다.
그는 "남한의 조직된 교회 형태는 북한에서 가능하지 않다. 그것은 북한체제가 지속되는 한 현재도, 미래도 마찬가지"라며 "북한 체제에서는 민주주의 이념적 성향으로 복음을 전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이념 중심의 조직된 교회 개념보다, 북한 실정에 적응할 수 있는 헌신과 봉사 중심의 복음적 활동이 바람직하다"고 주문했다.
둘째로 "만약 북한 체제가 변화·개방된다면, 복음전파를 위한 블루오션이 될 것이다. 반면 엄청난 위험성도 동반될 것"이라고 추측했다.
심 총장은 "남한 교회는 북한 지역에 자신들의 교파 교회를 세우기 위해 무분별하게 뛰어들 것이다. 남한 200여 개 교파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북한 땅에 각자 교회를 세운다면, 북한 땅은 영적으로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며 "이단들도 가세하면 북한 지역은 교파와 이단들의 복음전파 전쟁터를 방불하게 만들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남한 교회들은 북한 땅에 오이코스 정신으로 함께 교회를 세우는 일에 협력해야 한다"며 "이 일을 위해 통일 전에 남한 교회가 북한 복음전파를 위한 통일 사목의 연합전선을 구축하는 역사적 기적을 만들어 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논평은 오성훈 박사(쥬빌리통일구국기도회)와 김규보 교수(총신대)가 맡았다.
이 외에 '북한교회 재건운동의 역사: 세 사례를 중심으로' 유관지 박사(북녘교회연구원), '중국교회 사례 연구를 통한 북한교회 재건' 장동민 교수(백석대 부총장), '현실사회주의 체제 전환 이후의 교회 회복: 독일(동독) 사례의 한반도에 대한 함의' 이규영 교수(서강대), '팀 켈러의 센터처치와 북한교회' 박현신 교수(총신대), '코로나19가 영향을 미치는 북한교회 세우기에 대한 패러다임 연구' 이수봉 박사(하나와여럿통일연구소), '북한 핵개발과 남한의 대응: 안보 딜레마 이론 검토를 중심으로'를 임상순 교수(평택대)가 각각 발표했다. 종합토론은 안인섭 교수(총신대)가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