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아닌 북한 내에서 제작·살포된 것으로 보이는 전단(일명 삐라)이 평양시내에서 발견돼 북한 당국이 당혹해하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최근 보도했다. 전단에는 김정은과 북한 체제를 비판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RFA는 평안남도 주민 소식통이 지난 14일 "며칠 전 평양에서 당국을 비난하는 삐라 사건이 터져 사법 당국이 일제 조사를 벌이고 있다. 당국에서는 삐라를 주운 주민들에게 그 내용에 대해 절대 함구할 것을 지시했지만, 이 소식은 주민들 속에 계속 확산되고 있다"고 전해왔다고 밝혔다.
이 소식통은 지난 10일 평양시 외곽 사동구역에서 의문의 전단 살포 사건이 발생해 평양시내 분위기가 매우 어수선하며, 아침이 밝으면서 발견된 전단은 장천협동농장의 밭과 주민 거주지역의 주택가에 대량으로 널려 있었다고 증언했다.
전단의 양이 많아 구역 안전부와 인근 부대까지 동원돼 3일 동안 수거해 불태웠으며, 일부는 농장원들이 거주하고 있는 단층주택의 지붕 위에 널려 있어 군인들이 이를 수거하느라 소동이 일었다고 했다.
특히 평양의 한 간부 소식통은 이번 전단이 북측에서 제작된 것으로 보여 파장이 컸다고 전했다. 그간 남한에서 살포한 전단이 비닐막을 입힌 고급 종이에 인쇄된 것과는 달리, 이 전단은 질이 낮은 북한 종이에 인쇄됐다는 것이다. 인쇄 상태도 거칠었다고 했다.
소식통은 "보안부 보위부 등 사법 당국이 총동원되어 삐라의 출처를 캐기 위해 집중 조사를 벌이고 있다"며 "삐라의 내용은 '김정은 시대는 끝났다', '김정은을 위해 일하지 말고 자기 자신을 위해 살자', '우리(나라)는 개방해야 잘살 수 있다', '김여정은 악종' 등 매우 예민하고 체제를 위협하는 구호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고 밝혀 왔다.
이어 "과거 공공장소나 사람이 드문 건물 벽에 최고 존엄과 체제를 비판하는 낙서 사건은 종종 발생했으나, 대규모로 반동적인 삐라가 살포되는 것은 아주 이례적"이라며 "요즘 당국에서 전국의 인쇄시설에 대한 집중 검열을 실시하고 있는데, 이번 삐라 사건과 연관이 있는지 나름대로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