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이하 한국 시간)부터 시작된 제18회 북한자유주간이 온라인 화상을 이용해 닷새 째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가운데, 29일에는 ‘열린 마음’(Open Minds)이라는 주제로 대북 정보유입의 중요성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총 두 가지 주제로 진행됐는데, 첫 순서는 외부 정보를 접하고 탈북을 결심하게 된 탈북자들의 증언을 듣는 자리였으며, 두 번째는 한국에서 대북 정보유입 활동을 하는 탈북자들의 활동상과 생각을 듣는 자리였다.
“‘라디오 안 들었다면 한국 와 있겠나’ 생각 종종 해”
“대북전단 등 北 주민들한테는 피와 살 같은 생명력”
“대북방송 등 통해 새로운 세계 보고 꿈 꿀 수 있어”
먼저 북한에 있을 때 한국의 드라마를 보았다는 최정호 씨(자유북한방송 기자)는 “드라마를 통해 본 한국은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달랐다. 북한에서 교육을 받았던 한국은 기와도 없이 볏짚으로 씌운 집들이 있는 곳이었다”며 “그런데 드러마에 나오는 (한국의) 배경에는 아파트들도 보이고 엄청 멋있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처음엔 “이게 진짜 한국이 맞는지” 갸우뚱했다는 그는 이후 다시 한국 드라마를 보면서 그 동안 자신이 생각했던 한국의 모습이 진짜가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한다. 그러던 중 그는 라디오를 통해서 한국의 음악도 들었고, 특히 한국에 있는 탈북자들의 방송을 여러 번 들으면서 결국 탈북까지 결심했다고 한다.
최 씨는 “오늘 여기(한국) 와서 자유롭게 생활해 보니까 ‘그 때 (북한에서) 내가 라디오를 듣지 않았다면 한국에 와 있겠는가’ 하는 생각을 종종 한다”며 “나도 저 북한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 라디오 방송이라도 해서 그들도 나처럼 그걸 듣게 되면 혹시 결심해 한국에 오지 않겠는가 하는 마음도 없지 않다. 그래서 지금 이렇게 북한 인권 운동에 참여해 활동하고 있다”고 했다.
탈북해 현재 한국에서 자영업을 한다는 최금남 씨 역시 북한에서 라디오 방송을 듣게 된 것이 탈북의 계기가 됐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는 “대북전단이나 라디오 방송 등이 얼마나 북한 주민들한테는 피와 살 같은 생명력이 되는 줄 모른다”며 “(북한 주민들에게) 바깥 세상엔 어떤 사람들이 살고, 그들이 어떤 환경에서 사는지 하루빨리 알려주어야 한다”고 했다.
특히 그는 “(북한) 밖에서 아무리 경제봉쇄를 한다고 해도 김정은은 눈썹하나 까딱 안 하고 더 옥죌 것”이라며 “이걸 막자면 반드시 라디오 방송이나 삐라 등을 통해 (북한에) 외부 소식을 알려서 하루 빨리 통일을 이루어야 한다. (북한과 같은) 이런 노예 사회는 전 세계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북한에서 김일성종합대학을 나왔다는 김지영 씨는 “북한 주민들은 처음 한국 드라마나 뉴스를 접하면 80프로는 거짓말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계속 전달되면 어느 때부턴가 혹시 사실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며 “대북방송과 한류 (콘텐츠), 한국에 사는 탈북민들의 이야기가 북한 주민들에게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 모른다”고 했다.
김 씨는 “북한 정권이 가장 두려워하는 게 바로 이런 방송을 들으면서 북한 내부 사람들이 한반도의 통일을 꿈꾸고 자유를 갈망하는 것”이라며 “대북방송이나 대북전단이 그 만큼 북한 주민들에게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들은 그것을 통해 새로운 세계를 보고 꿈을 가질 수 있다”고 했다.
“대북전단·방송, 北 주민들에게 보냈던 정신적 양식”
“아무리 통제해도 자유와 인권 위한 활동 계속 할 것”
이후 두 번째 순서에선 한국에서 대북 정보유입 활동을 하는 탈북민들이 그들의 활동상을 소개했고, 특히 현 문재인 정권 아래에서 그것이 얼마나 제약을 받고 있는지 토로하며 문 정권을 비판했다.
자유북한방송 김성민 대표는 “(한국에서) 탈북자 단체장들이 수난을 겪고 있다.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가 (제18회) 북한자유주간 기간 내에 대북전단을 날리겠다고 해서 경찰들이 그를 결박하다시피 해놓고 있다”며 ”평소 신변보호 명목으로 경찰들이 (박 대표를) 늘 따라다녔지만, 대북전단금지법이 나오고 (박 대표가) 대북전단을 살포하겠다고 선언한 이후 경찰들의 행태를 보면 이건 신변보호가 아니라 감시·통제 시스템이었다는 걸 절박하게 느끼고 있다”고 했다.
그는 “(한국의) 탈북자들이 북한에 보내는 대북전단이나 라디오 방송, USB 등은 고향 사람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담아 보내는 편지다. 우리만 잘 살고 있는 게 너무 미안하고 가슴 아파서, 그들도 세상 밖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알고 자유를 찾기 위해 투쟁하고 탈북하라는 메시지”라고 했다.
김 대표는 “이걸 지금껏 한국 정부가 해왔다. 그런데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 후 대북전단금지법이 통과됐다. (북한에) 삐라를 보내는 걸 이젠 법적으로 처벌받게 만들었다”며 “문 정권이 과거 대한민국 정권이 이뤘던 역사와 업적을 부정하고 김정은 눈치를 보며 반역사적 행태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박상학 대표 등이 지금까지 박수와 환영을 받으면서 사생결단을 하고 북한에 삐라를 보냈던 게 아니다. 저들(북한 주민들)이 깜깜한 세상에서 우물 안 개구리처럼 살다가 외부 소식을 접하는 순간 마음을 열고 행동하기로 결심하는 것 아니겠나. 이런 것들에 도움을 주고자 기를 쓰고 해왔던 것”이라며 “그런데 이게 법적으로 막혔다는 건 격분할 일”이라고 했다.
이어 최근 ‘대북라디오금지법’ 등으로 불리며 논란이 되고 있는 정부 발의 ’남북교류협렵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낸 김 대표는 “(그러나) 대북전단은 지금 이 순간에도 (북한으로) 가고 있을 것이다. 내일도 갈 것이다. 대북방송도 끊임 없이 진행될 것”이라며 “대북전단과 방송은 역대 한국 정부가 수십 년 간 북한 주민들에게 보냈던 정신적 양식이었다. 그러므로 현 문재인 정권은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역사를 부정하는 정권이며, 역사가 바로 서는 날, 북한 주민들과 대한민국의 엄중한 법에 의해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장세율 겨레얼통일연대 대표도 “북한 주민들에게 희망인, 자유로 향하는 이런 마음과 가슴들을 짓밟는 문 정권에 항거하고 싶다”며 “북한 주민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그런 삶이 무엇인지 잘 들여다 봐야 한다고 경고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사람을 구원하는 일만큼 중요하고 성스러운 일이 없다고 생각한다”고도 덧붙였다.
장 대표는 “(그 동안) 북한 동포를 해방하는 일에 조금이라도 기여한다는 자부심과 긍지 하나로 살았다. 그런데 이걸 이 정부가 앗아갔다”며 “형제들을 구하고 내 친구를 내 손으로 구원한다는 그 일념으로 일해온 탈북민 단체장들에게 비수를 박았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탈북민들이 북한에 보내는 편지는 영원히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최정훈 북한인민해방전선 사령관은 “대한민국 현 정부가 가장 잘못하고 있는 부분이 반탈북민 정책”이라며 “북한자유주간에 참여하며 발언하는 인권단체장들도 표적이 되어 정권의 탄압을 받지 않을까 우려된다. (그러나) 우리는 이 정부가 아무리 통제를 해도 ‘내가 박상학’이라는 마음으로, 폐쇄된 정권 속에 사는 북한 주민들의 자유와 인권을 위한 활동을 꾸준히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