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지호 의료윤리연구회 총무
문지호 의료윤리연구회 총무

최근 '우리 이혼했어요'라는 프로그램이 방영중이다. 결혼의 시대상이 반영된 것이다. 4쌍 중 1쌍이 이혼하는 시대의 비극이 '이혼 예능'을 만든 것이다. 제작자는 흔하게 이뤄지는 이혼 풍속에 대해 진정한 부부관계를 고민하고자 했다고 한다. 왜 그들은 결혼을 동경했으면서도 못내 이혼하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을까? 진정한 부부관계란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 우리는 성경에서 배워야 한다.

태초에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지음 받은 남자는 하나님의 형상대로 이 땅을 대리 통치하고 있었다. 땅을 다스리고 있던 남자는 외로워하거나 독신 상태에 불평한 적이 없었다. 하나님께서는 사람이 혼자 사는 것이 좋지 않다며 '돕는 배필'인 여자를 주도적으로 만들어 주셨다. 결혼은 인간의 요구나 욕망이 아닌 오직 하나님의 주권에 따라 창조된 것이다. 사도 바울은 하나님의 창조 질서에 대하여 여자가 남자를 위하여 지음 받았음을 강조하였다(고전11:9). 결혼은 남자의 총 책임 하에 돕는 자로서의 여자와 함께하는 것이다. 돕는다는 것은 보조나 종속을 뜻하지 않는다. 차이를 보완하는 완전한 '균형'을 의미한다. 성역할의 차이는 하나님의 창조 계획이다. 남녀가 하나님께서 정하신 성역할을 온전히 수행할 때에만 온전한 부부로서의 삶을 살 수 있었다.

범죄의 현장에서 성(性)역할이 무너졌다. 사탄이 여자에게 접근했을 때 리더십을 발휘해야 했던 남자는 보이지 않았다. 여자가 죄에 노출될 때 보호하지 않았고 죄를 묵인했다. 여자는 유혹 앞에서 남자와 상의하지 않고 죄를 범함으로 하나님의 결혼 질서를 무너뜨렸다. 그 결과 여자에게는 임신과 출산의 고통이 더해졌고, 남자는 자기로 인해 저주받은 땅을 평생 땀 흘려 경작해야만 먹을 것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벌은 성역할의 조화가 깨져 변질된 것이다. 여자는 남편을 통제하고 조종하려 들었고, 남자는 그에 맞서 권위적으로 아내를 지배하려 한 것이다(창3:16).

하나님의 창조 질서를 잊은 사람들은 인본주의를 따르며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전통적 결혼 모델을 마치 개선해야 할 구습인양 여긴다. 그들은 자유라는 이름으로 성적인 방종에 자신을 내어 주고 길을 잃어버렸다. 인본주의자들이 제시한 진보적 모델은 무고한 이들에게 해악을 끼치고 있다. 이혼이 급증하며 당사자뿐 아니라 많은 자녀들이 고통을 겪게 되었다. 부부 관계의 정절을 가벼이 여긴 탓에 간통죄가 없어졌다. 혼외 섹스는 물론 혼전 섹스가 유행하며 청소년의 임신과 낙태 문제까지 일어나고 있다. 불안요소를 증가시켜 우리 사회의 기초를 흔들고 있다. 성역할을 잃어버리고 동성 간 성행위를 하다가 이제는 동성 결혼을 주장하며 자녀들의 터전인 가정마저 무너뜨리려 한다. 자신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조차 구분 못하게 하여 인간의 최소한의 정체성마저 잃게 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결혼의 위기는 단순한 시대 풍조나 문화적 위기가 아니다.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제도를 흔들려는 영적 위기다. 사탄은 하나님께서 남자와 여자를 창조한 직후부터 결혼 제도를 끊임없이 공격하였다. 에덴동산 밖으로 부부를 내몬 이후 성경에 드러난 결혼의 위기는 극도의 성적 타락을 보여준다. 일부다처, 간음, 근친상간과 살인, 집단 강간, 동성 간 성행위가 반복하여 나타난다. 끝에는 무서운 유황불의 심판이 있었다. 역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 인간의 동일한 죄악을 오늘날 또다시 보고 있다. 이 영적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면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영적 위기의 극복은 결혼이 영적 전쟁터임을 인지하는 데서 시작한다. 전투에서 우리의 적은 배우자가 아닌 사탄이다. 배우자를 이간질하기 위해 사탄은 '생각'을 공격한다. 사탄이 예수님을 팔아넘길 때에도 가룟 유다에게 '생각'을 넣어 공격했다. 부부 사이의 갈등은 잘못된 '생각'에서 비롯된다. 음란한 생각을 넣어 부부간의 정절을 소홀하게 한다. 배려 받지 못한다는 생각을 넣어 분노를 일으키게 한다. 우리는 하나님을 대적하는 모든 생각을 사로잡아 그리스도에게 복종시켜야 한다. 방법은 하나님께서 주신 무기를 사용하는 것이다. 사탄의 계략을 능히 이기는 무기는 하나님의 전신갑주다. 진리의 허리띠와 의의 흉배, 평안의 복음의 신과 믿음의 방패, 구원의 투구와 성령의 검 곧 하나님의 말씀을 가지는 것이다. 부부가 하나님의 무기를 가장 잘 사용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날마다 가정예배를 드리는 것이다. 구원을 이루신 진리의 말씀과 남자와 여자에게 주신 축복의 약속들이 사탄의 거짓 생각을 몰아내고, 갈등과 상처를 회복시킬 것이다.

결혼의 원리에 맞추어 남편이 결단하고 하나님 앞에 리더십을 발휘하길 바란다. 돕는 자로 창조하신 아내가 지혜롭게 동역하며 주님께서 주신 승리를 함께 누릴 것이다. 죄인 된 몸으로 결혼한 인생에 갈등 없는 부부는 없다. 서로에게 가정 예배드리자는 말을 꺼내기에도 부끄러운 존재다. 그럼에도 부끄러운 생각 또한 그리스도께 복종시키고 오늘부터 가정예배를 드리기 시작하면 좋겠다. 우리가 창조된 목적이 예배이기 때문이다. 믿음으로 예배를 드리는 가정마다 창조 질서가 회복되어 에덴동산을 맛보길 바란다. 타락한 이 땅의 영적 위기를 극복하는 도구로 우리들의 결혼이 사용되기를 기도한다.

문지호(의료윤리연구회 회장, 성과학연구협회 출판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