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행정명령들 인한 지나친 '감시·신고' 부작용
코로나 신고 최근 두 배 이상↑... '교파라치' 등장?
정부, 우수신고자에 포상... "감시·불신 조장" 논란
"일상 지나치게 막는 봉쇄 일변도로 후유증 우려"
"주일예배를 드리고 텅빈 예배당에서 불을 끄고 멍하니 앉아 있었다. (오후) 12시 57분 모르는 전화가 왔다.
누구십니까?-○○파출소입니다. 오늘 예배드리셨나요?왜 그러시죠?-사람들이 모여 예배 본다고 신고가 들어왔습니다.영상예배 송출을 위한 예배를 드렸습니다.-네 알겠습니다. 수고하시기 바랍니다."
한 목회자가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긴 글이다. 그러면서 그는 "예배 드리는 것도 신고하고 경찰이 출동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며 "예배 드리는 것이 범죄단체가 모이는 것인가? 경찰에게 연락받으니 마음이 편치 않다"고 했다. 그는 "교회가 어쩌다 범죄단체 취급당하는 것 같다"고도 했다.
코로나19 감염 확산과 이에 따른 방역대책들이 지나친 '감시'와 '신고'라는 또 다른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지적이다. 방역당국이 각종 행정명령을 발동하자 국민들이 서로를 감시하면서 위반이 의심될 경우 신고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 특히 교회에 대한 신고 건수가 상대적으로 증가하면서 '교파라치'(교회+파파라치)라는 말까지 생겼다.
행정안전부 안전신문고 통계에 따르면, 지난 3월 1일부터 27일까지 접수된 코로나19 신고는 모두 58,120건이다. 이중 △출입자 관리 위반, 마스크 미착용 등이 34.5%로 가장 많고, 이어 △집합금지 조치를 위반한 영업·모임 25.4% △그외 감염 차단을 위한 신고·제안 30.7% 순이다. 규정 위반에 대한 신고가 전체 59.9%를 차지한다.
특히 최근 수도권에서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 명령이 발동되자 이 같은 현상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이 행정명령이 발동되기 전인 지난 12월 14일부터 22일까지 9일 동안의 행정안전부 안전신문고에 접수된 코로나19 신고는 모두 5,660건이었는데, 행정명령이 발동된 23일부터 27일까지 단 5일 동안에만 그 두 배에 가까운 10,267건이 신고되며 폭증했다.
신고 유형도 12월 14~22일에는 △출입자 관리 위반, 마스크 미착용 등(A사례)이 2,221건(39.2%)으로 가장 많고 이어 △집합금지 조치를 위반한 영업·모임(B사례)이 1,872건(33.1%)으로 그 다음이었지만 23~27일엔 B사례가 6,085건으로 3배 이상 늘었고 이 기간 전체 신고 건수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59.3%로 A사례(1,961건 19.1%)를 압도했다.
그러면서 기사 서두에서 예로 든 경우처럼 교회에 대한 감시도 더욱 삼엄해졌다는 목소리가 여기 저기서 터져나오고 있다. 교회 정규예배의 경우 이번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기존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조치가 그대로 적용돼, 영상 제작을 위한 필수인력 등 20명 이내에서 현장에 모일 수 있지만, 이것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으면서 혼선이 초래되고 있는 것.
또 코로나19 관련 우수신고자에 대한 정부의 포상도 논란이 되고 있다.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방법이지만, 감시를 조장해 국민들 사이에 불신을 키우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한 서울시민은 "주변에 물어보면 '사적모임'에 대한 이해도 제각각이다. 괜히 선량한 시민들만 범법자가 되는 건 아닌지 걱정"이라고 했다.
서울시가 홈페이지를 통해 알리고 있는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 행정명령 관련 FAQ(자주 묻는 질문)'는 총 6가지 영역에서 30여 개의 질문과 답변으로 정리돼 있다. △5명이 식당에 가서, 테이블 거리를 두고 두 테이블에 나눠 앉는 경우는? △5인 이상 금지의 예외가 되는 '가족관계'의 범위는? 등 헷갈릴만한 사례에 대한 질문들이 다수 눈에 띈다. 일일이 답변을 확인하지 않으면 무심결에 위반할 수 있고, 그러다 자칫 신고될 가능성도 있다.
한 교계 관계자는 "예배와 여러 사적모임들이 감시의 대상이 되어 버린 현실이 안타깝다"며 "코로나19 관련 시국이 엄중한 건 사실이지만, 봉쇄 일변도로 국민들의 일상생활을 지나치게 위축시키는 것이 과연 장기적 방역대책이 될 수 있을지 솔직히 의문이다. 그 후유증이 우려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