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전에 한국 신월동 시장 근처에서 조그만 접촉 사고가 있었습니다. 행상을 하는 할머니를 따라 나섰던 7살 손주가 할머니를 돕는답시고 빈 리어카를 끌다가 길 가에 주차되어 있던 아우디 승용차를 긁어버린 것입니다. 리어카를 끌던 아이도, 손주를 따라 가시던 할머니도 동시에 얼음이 되었습니다. 사람들이 수군거리며 모이기 시작했고, 할머니의 부탁을 받은 한 학생이 차 안에 적혀 있던 번호로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10분, 차주로 보이는 40대 부부가 황급히 걸어오는 모습이 저만치 보였습니다. 할머니의 마음이 얼마나 민망했을까요? 할머니를 위해 리어카를 끌던 아이는 또 얼마나 겁이 났을까요?
"차를 주차장에 주차하지 않고 도로변에 세워놓아서 저희가 할머니와 아이를 너무 힘들게 했네요. 정말 죄송합니다..." 차주가 되레 사과를 하자, 잔뜩 겁에 질려 있던 할머니의 손주는 어깨를 들썩이며 울기 시작했습니다.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말을 들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아마도 할머니와 아이는,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어 오른 차 주인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장면을 상상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이 차가 얼마나 비싼 찬 줄 아냐고, 당신 같은 사람들이 평생을 벌어도 살 수 없는 차라고 소리를 지르며 갑질하는 부자를 상상하고 있었는데, 오히려 차 주인이 사과를 했다는 것입니다. 차를 주차장에 주차하지 않고 길가에 세워놓아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말입니다.
참으로 고마운 마음이 아닐 수 없습니다. 누군들 이런 일을 당할 때 화가 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누군들 보상받기를 원치 않겠습니까? 그런데 그 부부는 당연히 화가 치밀어 오르고 보상을 받아 마땅한 순간, 보상할 것이 전혀 없는 할머니의 '부족'을 생각했습니다. 그 할머니의 '부족'을 도우려했던 어린 손주의 마음을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자신들의 '부함'으로 그들의 '부족'을 온전하게 채워주기로 결정했던 것입니다. 생각해보면, 그것이 우리의 부족을 채워주신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인 것입니다.
5년 전쯤, 오레곤 로즈버그란 곳에서 총기 사고가 있었습니다. 13명이 총에 맞아 죽고 20명이 부상을 당했던 큰 사고였습니다. 그런데 죽은 13명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총을 든 범인이 기독교인이냐고 물었을 때 그들은 모두, "Yes, I am a Christian"이라고 대답을 했습니다. 생각해보면, 평안할 때 자신이 그리스도인인 것을 시인하는 일은 어려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그런데 바로 앞에 있던 사람이 그렇게 말한 것 때문에 총에 맞아 죽어갔다면, 아마도 그 말은 세상에서 제일 하기 힘든 말이 될 것입니다. 처음 한 두 사람은 얼떨결에 그렇게 말했다고 쳐도, 13번째 사람은 바보가 아닌 이상 그렇게 말하는 것이 곧 죽음임을 알았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13번째 사람이 총에 맞아 죽기까지, 그들은 모두 "나는 그리스도인입니다"라고 말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요? 모두 완전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일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믿음이 주요, 또 온전하게 하시는 예수께서 그들의 부족을 채워주셨던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의 부족도 그렇게 채워주실 것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힘든 때입니다. 서로의 부족을 온전하게 하는 공동체가 되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여러분을 사랑합니다. 장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