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유명한 복음주의자들을 포함한 일부 기독교 지도자들이 보수 진영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음모론 'QAnon'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25일 미국 크리스천포스트에 따르면, 지난 2017년 익명의 한 네티즌으로부터 시작된 QAnon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그림자 정부로 알려진 '딥스테이트'(Deep State)와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딥스테이트가 소아성애자이자 사탄주의를 숭배하는 엘리트들로 구성돼 있으며, 여기에 속한 고위급 유명인들이 아동성학대에 연루돼 있고, 트럼프의 낙선을 위해 일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등장 초기부터 주목을 받은 QAnon 음모론은 일부 복음주의 기독교인들과 대다수의 보수 공동체로부터 강력한 지지를 받으며 성장했다. 또 조지아주 의원 후보자나 오리건주 상원의원 후보자 등 유명인들도 지지를 보냈다.
최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CBS 방송 프로그램인 'CBS 디스 모닝'과의 인터뷰에서 QAnon을 언급하기도 했다. 펜스 부통령은 "QAnon에 관해 전혀 아는 바가 없으며, 이를 무시하고 있다"며 그가 음모론에 대해 중요한 이들과 대화했다는 소문을 일축했다.
남침례회 신학대학교 알버트 몰러 주니어 총장을 비롯한 많은 교계 지도자들도 음모론을 반박하는 목소리를 냈다.
몰러 총장은 지난 23일 자신이 운영하는 팟캐스트 '더브리핑'(The Briefing)에서 QAnon과 음모론을 초대교회 영지주의 이단과 비교하면서 "영지주의는 소수의 엘리트와 특권을 가진 이들만 내부 정보를 볼 수 있고 가질 수 있다는 신념이다. 고대 영지주의자들은 이 특별하고 비밀스러운 지식이 구원이나 깨달음의 열쇠라고 믿었고, 이 특별한 내부 정보에 관한 약속은 그 무엇이든지 어떤 식으로든지 믿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독교는 이 비밀스러운 지식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기독교는 모두 복음과 관련이 있다. 기독교인들은 세계로부터 감춰진 비밀스러운 믿음을 가지지 않는다. 우리는 그 어떤 비밀스러운 지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구원을 받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기독교 격월잡지인 '릴리번트매거진'(Relevant Magazine) 타일러 허커비 편집장은 이달 초 출간된 글에서 "QAnon의 주장은 '확증 편향성'에 의해 힘을 얻고 있다"며 "QAnon은 문화 전쟁의 논리적 확장이라고 할 수 있으며, '도덕적 다수'의 증가와 더불어 유명해지고 있는 '우리 대(vs) 그들'이라는 대결 구도에 실질적인 플롯과 언어를 제공한다"고 분석했다.
허커비 편집장은 "QAnon에 대해 무슨 일을 할 수 있을지는 쉽게 대답할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기독교인들이 음모론에 특별히 개방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는 사실은 신앙인들의 세계관이 얼마나 깨져 있는지를 드러내 준다"고 안타까워했다.
버지니아주 알링턴에 소재한 맥린성경교회 카터(Carter) 목사는 QAnon을 '정치적 컬트'이자 '세계교회에 위협을 가하는 사탄적 운동'이라고 규정했다.
카터 목사는 "QAnon 운동은 야고보 사도가 악한 행동(약 3:15~16)이라고 지적한 비방을 자꾸 한다. QAnon 운동은 종종 거짓말로 인격을 매도하는데, 예수님은 이것이 사탄과 연결되어 있다고 말씀하셨다. QAnon 운동은 기독교인들을 신실한 성도와 분리시키려는 악한 영감을 받은 거짓말을 반복적으로 한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