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의 교회 모임 금지는 관료적 발상의 면피용 조치라는 지적이 거세다. 이러한 가운데 '코로나 사태와 한국교회의 법적 과제'를 주제로 (사)한국교회법학회 25회 학술세미나가 13일 오후 한국기독교100주년기념관에서 개최됐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코로나 상황에서 한국교회가 어떻게 종교의 자유를 지킬 것인가"를 명재진 교수(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회는 국가적 재앙사태에서 어떻게 국가와 사회에 대한 책임을 다할 것인가"를 이상원 교수(전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온라인 예배가 교인들 간의 인격적 만남을 전제로 하는 코이노니아로서의 예배를 대체할 수 있는지"를 진지훈 교수(개신대학원대학교 겸임)가 발표했다.
명재진 교수 "예배 금지는 명확성과 비례성 위반의 위헌"
먼저 '코로나 사태와 종교의 자유'를 주제로 발제한 명재진 교수는 코로나 사태 과정에서 정부가 취했던 예배 금지는 종교적이나 헌법적으로 수용할 수 없는 조치라고 지적했다.
명 교수는 "지방자치단체장들에 따라 감염병 대응 조치의 정도가 다르게 나타났다. 어느 자치단체장은 집합금지명령을, 다른 자치단체장은 집합제한명령을, 또 다른 자치단체장은 경고에 그치고 있다"며 "현행 우리 감염병예방법이 집합제한 및 금지 규정에 있어 상세하게 대상에 대한 열거나, 감염병에 대한 단계적 조치가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명 교수는 "근본적으로는 집합이라는 매우 넓은 범위를 지칭하는 용어를 사용하여, 과연 이 범주에 예배가 포함되는지도 불분명하다. 제한과 금지의 대상에 대한 구별이나 명령 발동의 조건 등이 법규정에 언급이 없어 법치국가가 요구하는 명확성과 비례성을 위반하는 위헌의 소지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독일의 바덴-뷰르템베르크주의 감염병 규정은 교회 및 종교단체의 예배는 주정부의 운영금지명령 대상에서 제외되며, 위생조건을 지키는 조건으로 항상 허용되고 있다. 이러한 종교의 운영금지대상 예외는 종교의 자유가 헌법질서에서 차지하는 중요성과 위상을 잘 반영하고 있다"며 "미국 연방대법원의 교회예배금지 합헌 결정은 아쉬운 5:4판결이었고, 이러한 결과는 미국의 코로나19 상황의 심각성과 위험의 급박함을 반영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감염병예방법의 집합금지 규정을 교회예배에 적용하는 것은 비례의 원칙에도 반하는 것"이라며 "피해에 대한 최소성이 유지되도록 행정명령을 내려야 하는데,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중대하고 급박한 위험이 존재하지 않은 상황에 집합금지 행정명령을 내린 경우가 많아, 비례원칙에 합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신천지 이단세력에 의한 감염병 방역방해나 위법적 행위에 대해서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집합금지를 내릴 중대하고 급박한 위험이 존재하지만, 일반적인 교회의 예배를 이와 같은 동질의 것으로 볼 수 없고, 집합제한조치로 충분하다"며 "성경적으로 볼 때에도, 안식일 예배를 통해 하나님을 만나고 경배하는 일은 믿는 자들의 신앙세계에서는 절대적인 지상명령이다. 이러한 신앙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감염병에 대한 예방조치로서 예배금지는 종교적이나 헌법적으로 수용할 수 없는 정부조치"라고 말했다.
이상원 교수 "예배는 교회 존립 본질임을 정부가 고려하지 않아"
'코로나19와 주일집합예배'를 주제로 발제한 이상원 교수는 정부가 교회에 행정 지침을 내리는 과정에서 소통의 부족함을 지적하면서도, 인간의 생명 보호를 위해 국가의 행정 조치에 따를 필요성도 제기했다.
이 교수는 "COVID19와 주일 집합예배의 문제는 '아디아포라(선과 악이 아닌 중립 그룹)는 없다'는 원리가 적용되는 문제와 성격이 다르다"며 "COVID 19와 주일 집합예배의 문제는 두 개의 절대적이고 보편적인 규범들이 상충되는 문제로서 행위자의 주관적인 믿음이 문제가 되는 사안은 아니"라고 했다.
이 교수는 "인간의 생명 보호는 가장 중요한 기독교윤리학의 규범적 원리이므로 어떤 상황 속에서도 우선순위를 차지해야 하며, 이 점은 안식일계명과의 관계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며 "전염 위험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면 집합예배를 재고해야 하지만, 예방수칙을 철저히 준수하고 예배 시간을 여러 차례 나누어서 드리는 등의 방법으로 집합예배를 드리면서도 전염의 위험을 차단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하며, 인터넷 예배는 최후의 비상수단임을 명심하고 인터넷 예배의 편의성에 빠져 주일 집합예배의 필요성에 대한 관심이 느슨해지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COVID19의 전염으로 인하여 국민들의 생명에 위협이 찾아 올 가능성이 분명하고, 교회의 집합예배가 COVID19를 퍼뜨릴 가능성이 있음이 분명할 때 국가가 교회의 집합예배에 관하여 행정지도를 하는 것은 정당한 일이나, 국가는 교회의 주일집합예배가 하나님을 향한 신앙 표현 방식에 있어서 하나님의 절대적이고 보편적인 명령을 준수하는 교회 존립의 본질과 관련된 핵심적인 행사라는 점을 고려하지 않고 개교회들을 향하여 일방적으로 주일 집합예배를 금지하는 방식으로 지도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교회가 국가와의 관계에서 정치적인 의사를 표현하고 자체 안에서 교회에 대한 교회 행정의 차원에서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기관이 교단이다. 따라서 정부는 교단 관계자들을 만나서 상황 설명을 하고 협조를 구하여 교단 자체의 지도체계를 통하여 자율적으로 예방수칙을 철저하게 준수하고 모이는 인원을 분산시키기 위하여 여러 번 예배를 드리는 조치나 비상시의 인터넷 예배 등을 마련하여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했다"고 말했다.
이어 "교회는 비록 국가가 교단을 통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통제조치를 취하는 방식이 교회 내부 간섭의 소지가 있다 하더라도 국가가 행정통제 조치를 취하는 이유가 기독교윤리학에 있어서도 절대적인 가치인 인간의 생명보호를 위한 것에 한정된 것이라면 이 상황이 해소될 때까지 순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했다.
진지훈 교수 "땅 끝은 사이버 공간, 온라인 예배로 위기 돌파"
'예배의 본질과 온라인 예배'를 주제로 발재한 진지훈 교수는 코로나19로 다가온 온라인 예배의 신학적 가능성을 점검했다.
진 교수는 "(모여서 드리는 주일예배 성수에 대한) 신념의 옳고 그름의 문제를 따지기 전에, 교회가 예배를 드리지 못하는 위기에 봉착했을 때 온라인 예배라는 창의적 방법으로 위기를 돌파하는 새로운 방법을 찾았다는 데 의미를 두어야 한다"며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는 그 사회에 적응하고 새로운 것들을 적용하는 창조적 목회는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진 교수는 "사도 바울은 가는 곳마다 복음을 전하고 교회를 세웠다. 오늘날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땅끝은 어디일까"라며 "많은 사람들이 지구 반대편 끝을 생각할 것이지만, 필자는 사이버 공간이라고 믿는다. 교회는 사이버 사회 안에도 당연히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세 명의 발제 후 구병옥 교수(개신대학원대학교)가 '온라인 예배와 예배의 본질'을 주제로 토론을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