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지 못하는 사람들
애덤 알터 | 홍지수 역 | 부키 | 420쪽
아이패드 만든 스티브 잡스, 자녀들에겐 왜...
공인된 세계 최고의 테크놀로지 전문가들,
사생활에선 극심 테크놀로지 공포증 시달려
환경과 상황에서 비롯된 중독의 위험 알아
2010년 1월 스티브 잡스는 아이패드가 최고인 이유를 설명하면서, 누구나 하나씩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렇게 이야기한 잡스가 자신의 자녀들만은 절대로 아이패드를 쓰지 못하게 했다는 점이다.
이는 잡스만 그런 것이 아니다. 테크놀로지 업계 거물들도 자녀들에게 비슷한 제약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자신이 공급하는 중독 물질에 절대 취하지 마라' 원칙을 따르고 있는 듯하다. 당혹스러운 일이다.
공인된 세계 최고의 테크놀로지 전문가들이 사생활에서는 가장 극심한 테크놀로지 공포증에 시달리고 있는 이유는 뭐겠는가? 이들은 중독의 위험성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중독은 대개 물질보다는 환경과 상황에서 비롯된다. 스티브 잡스는 이것을 간파했다. 그가 자녀들에게 아이패드를 금지시킨 것은 중독 물질과는 다른 온갖 장점을 가진 그 기기의 매력에 아이들이 취약하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1960년대에 중독 대상은 담배, 알코올, 마약이 전부였다. 하지만 2010년에 접어들어서는 소셜미디어, 휴대폰, 게임, 이메일, 온라인 쇼핑 등 대상이 한도 끝도 없다.
우리나라 중독자들이 910만 명 이상이라고 한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중독 230만 명, 도박 중독 210만 명, 알코올 중독 210만 명, 성 중독 200만 명, 마약 중독 53만 명으로 보고되었다. 중독자들 중에서 인터넷과 스마트폰 중독자가 가장 많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미국의 앱 '모먼트(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알려주는 앱)'를 개발한 캐빈 폴시가 8,000명의 휴대폰 사용 현황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하루 평균 3시간, 1시간에 평균 세 번이나 휴대폰과 마주한다고 한다.
이는 깨어 있는 시간 중 4분의 1을 휴대폰과 함께 보낸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 달로 따지면 100시간이고, 인간 평균 수명을 80세로 봤을 때 평생 11년을 휴대폰 사용에 할애하는 것이다.
다른 연구에 따르면 "스마트폰 없이 살 수 없다"고 말한 사람들이 64%에 달한다. 심지어 휴대폰을 사용하고 곁에 없으면 불안과 공포에 휩싸이는 '노모포비아(nomophobia, 모바일 결핍 공포증)' 증상을 겪는 이들도 많다.
디지털 중독 시대, 멈추지 못하는 사람들
중독 행위 어떻게 만연했는지, 근원 추적
정보기술(IT) 기기 대한 강박, '행위 중독'
지금은 확실한 '디지털 중독'의 시대인 것이다. 이런 시대적인 상황 속에서, 애덤 알터 교수가 '멈추지 못하는 사람들'이라는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애덤 알터는 뉴욕대학교 스턴경영대학원 마케팅 부교수이고 심리학과 겸임교수로 재직중이다. 뉴사우스 웰일스 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프린스턴대학교에서 우수 장학생으로 심리학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MBA 전문지 '포이츠앤드퀀츠(Poets and Quants)'가 뽑은 '세계 최고의 40세 이하 비즈니스스쿨 교수 40인'에 선정되었다.
《뉴욕타임스》 《뉴요커》《위싱턴포스트》 《애틀랜틱》 《와이어드》 《슬레이트》 《허핑턴포스트》 《파퓰러사이언스》등에 글을 기고해 왔으며 칸 국제 광고제를 비롯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앤하이저부시, 프루덴셜, 피델러티 등 수십 개 기업과 전 세계 여러 디자인 회사와 광고 회사에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있다.
'멈추지 못하는 사람들'은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을 뿐 아니라, "인터넷 중독에 대한 최고의 연구서","테크놀로지 중독의 뿌리를 파헤친 책"이라는 언론의 찬사를 받았다.
이 책은 중독 행위가 어떻게 만연하게 되었는지, 그 근원을 추적한다. 그런 행위가 어디서 비롯되는지, 누가 그것을 조장하는지, 거기에 빠져들게 만드는 심리적 기재는 무엇인지 밝히고 있다. 아울러 어떻게 하면 중독 유발에 이용된 과학 지식을 활용해 위험한 중독 행위를 최소할 수 있는지도 말하고 있다.
특히 저자는 정보기술(IT) 기기에 대한 강박을 '행위 중독'이라 명명하며, 이 중독의 심각성을 경고한다. 또 오늘날 테크놀로지와 인터넷, 첨단 디지털 제품 및 전자기기의 발달로 인한 행위 중독이 얼마나 극심하며 우리에게 어떤 악영향을 미치는지 낱낱이 살핀다.
저자는 행위 중독에 관여하는 요소는 모두 여섯 가지라고 말한다. 첫째, 손에 잡힐 듯 말 듯한 목표, 둘째, 뿌리치기 어렵고 예측 불가능한 긍정적인 피드백, 셋째, 조금씩 향상되고 있다는 느낌, 넷째, 시간이 지날수록 서서히 더 어려워지는 과제, 다섯째, 해소하고 싶지만 풀리지 않는 미결 상태, 여섯째, 강한 인간관계 등이다.
SNS '좋아요', 피드백 중독 '디지털 마약'
해로운 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의존해
대상이 도처에 널려 있어 약물보다 위험
대안, 유익한 일에 몰두하도록 환경 조성
저자는 인간 욕구의 정곡을 찌르는 이 여섯 가지 요인이 행위 중독 메커니즘을 작동시키고 있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운동 앱은 열량, 걸음 수, 거리 등 운동을 수치화하고 매일 목표를 제시함으로써, 사람들을 강박 상태에 빠뜨린다.
또 SNS 게시물에서 '좋아요'는 그 숫자에 연연하게 만들며 게시물을 쉼 없이 업로드해 사람들의 피드백을 갈구하게 한다. '피드백 중독'의 대표격인 '좋아요'를 두고 저자는 '인류 최초의 디지털 마약'이라고 표현했다.
이러한 메커니즘에 따라 오늘날 대다수 사람들이 테크놀로지와 결합된 각종 행위에 중독돼 있다는 것이다. 행위 중독은 술·담배 등 물질 중독처럼 해로운 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의존하게 된다는 점에서, 그 원리가 똑같다. 문제는 '행위 중독'은 중독 대상이 도처에 널려 있다는 점이다.
어떤 임상심리학자는 자신이 상담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적어도 한 가지 행위 중독 중상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행위 중독은 약물 중독보다 감추기기 쉽기 때문에 훨씬 더 위험하다고 말했다.
약물 중독보다 더 위험한 행위 중독에 대한 해결책은 없을까? 저자는 행위 중독을 치료하는 것이 아주 어렵다고 먼저 지적한다. 하지만 "테크놀로지는 도덕적으로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다"며 나름대로의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중독에서 벗어난 알코올 중독자 수백만 명은 아예 술집에 얼씬도 하지 않지만, 인터넷 중독자들은 이메일을 쓰지 않을 도리가 없다. 이메일 주소 없이는 여행 비자를 발급받거나 구직 서류를 제출하거나 직장 업무를 처리할 방도가 없기 때문이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 일자리는 점점 줄어들고 있으며, 중독성 있는 테크놀로지는 중독성 있는 약물과 달리 생활의 일부로 자리 잡았다. 피하려고 해도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렇지만 대안은 있다. 일상생활에서 아주 일부에만 중독성 있는 체험을 허용하고, 건전한 행위를 유발하는 좋은 습관을 기르는 것이다. 행위 중독이 작동하는 방식을 터득하면 그러한 행위가 야기하는 해악을 완화하거나 오히려 유익한 일에 활용할 수 있다.
어린이들을 게임에 몰입하게 만드는 원리를 학습에 적용할 수 있고, 운동에 중독되어 목표 달성에 몰입하는 사람들을 '노후 자금 마련'이라는 목표 달성에 매진하도록 장려할 수도 있다."
그러면서 또한 이렇게 말한다. "중독 체험에 대한 우리의 태도는 대개 문화적 요인에 좌우된다. 우리 문화가 일과 게임과 기기 화면에서 자유로운 시간, 시스템이 작동하는 시간을 누리는 환경을 조성한다면 우리와 우리 자녀들도 행위 중독의 유혹을 뿌리치기가 훨씬 쉬워질 것이다. 그런 환경에서라면 우리는 기기를 통해서가 아니라 서로 마주보며 직접 소통할 것이다."
사탄, 다양한 중독 통해 교회 안 사람들 묶어
중독 빠져나오기 위해, 먼저 해야 할 것 '인정'
신앙인 아니라도, 묵상과 기도로 중독 탈출
전문가들 방안 더해, 하나님께 도움 구해야
중독은 교회 밖의 이야기로 그치지 않는다. 교회 안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중독에 대한 강의를 하는 김영한 목사는 이렇게 말한다. "중독은 이 시대 하나님의 사람들을 사탄이 철저히 강력하게 묶고 있는 죄의 사슬이고, 덫이다."
사탄은 다양한 중독을 통해 우리를 묶고 있다. 특히 행위 중독을 통해, 그것이 중독인지도 모른 채 그것에 빠져들게 만들고 있다.
<중독으로부터 회복을 위한 12단계> 책에서 조근호 박사는 중독은 낫지 못하는 병이라고 하지만 전혀 탈출구가 없는 것은 아니라 말한다. 그런데 그 놀라운 방법은 '신', '위대한 힘', '묵상과 기도', '영적 각성'을 통해 가능하다고 한다.
조근호 박사는 중독으로부터 회복하는 12단계 중 첫 번째 단계가 '무력함의 수용'이라고 말한다. 중독에서 헤어나오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인정이다.
이것이 보기에는 쉬운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대부분의 중독자들은 자신이 중독자가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테크놀로지에 중독된 사람들은 더 심하다. 중독자임을 인정하면 회복의 길을 찾게 된다. 하지만 중독자임을 인정하지 않을 때, 여전히 거기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그리고 11단계는 '의식적 접촉'이다. 여기서 말하는 의식적 접촉이란, 기도와 명상을 통해 신과 접촉을 말한다. 중독자 중에는 신앙이 아닌 사람도 있다. 그렇지만 묵상하고 기도하면 놀라운 치유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의식적으로 신과 접촉하려고 할 때 회복을 경험하게 된다는 것이다.
중독의 문제는 갈수록 교회 안에서 심각한 문제로 떠오를 것이다. 마지막 시대에 사탄은 중독이라는 덫을 통해 하나님의 백성들이 빠져 나오지 못하도록 할 것이다.
그리스도인들은 중독에서 회복되기 위해,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해결 방안도 참고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에 더해 하나님께 도움을 구해야 한다. 끊임없이 하나님을 만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인간은 하나님에 의해 창조되었다. 나보다 나를 더 잘 아시는 분이 하나님이시다. 내가 어디가 고장났는지 너무나 잘 아신다.
중독은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문제이다. 교회의 문제다. 중독의 심각성을 깨닫고 중독의 늪에서 회복될 수 있기를 바란다.
이재영 목사
대구 아름다운교회 담임
저서 '말씀이 새로운 시작을 만듭니다' '동행의 행복' '희망도 습관이다'
출처: 아트설교연구원(대표 김도인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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