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 한인교회의 바람직한 리더십 계승을 위한 해법이 어느 때 보다 절실합니다. 그동안 성공적인 목회 리더십 교체에 따른 미담 사례도 있었지만, 준비없이 맞이한 교회 리더십 교체는 교계에 적잖은 논란을 불러왔고, 그로 인해 교회와 성도들은 진통을 앓아야 했습니다. 이에 본보는 차세대 목회자들을 통해 앞으로 미주 한인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진단하고 성공적인 교회 리더십 교체에 필요한 성경적 방안을 모색합니다. -편집자 주-
한길교회 박찬섭 목사로부터 미주 한인교회의 바람직한 리더십 교체에 대한 해법을 들어봤다. 지난해 10월 한길교회에서 첫 담임 목회를 시작한 박찬섭 목사는 성급하지 않았고 교회의 하나됨과 하나님을 향한 순결한 예배자로서의 본분을 강조했다. 38세의 젊은 목회자의 열정 깊은 곳에 있는 하나님 나라를 향한 진지한 고민이 엿보였고, 이 시대 교회 리더십들에게 필요한 자성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박찬섭 목사는 한세대학교에서 선교학을 공부하고 비블리컬 신학대학교에서 목회학 석사, 고든 콘웰 신학교에서 구약학으로 신학석사 학위를 받았다.
-한길교회가 첫 담임 목회지다. 어려움은 없었나?
"교회에서 가장 큰 변화를 겪는 시기가 담임 목회자가 바뀌는 때인데 담임 목사 취임 이후 교회가 지난 1년 동안 큰 어려움 없이 올 수 있었다.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한길 교회가 말씀 중심의 공동체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전임 목사님이셨던 노진준 목사님께서 복음으로 탄탄하게 목양을 해 오셨기 때문에 성도님들 안에 하나님 앞에 은혜를 갈구하는 가난함과 복음의 견고함이 있었다. 지난 1년 동안 교회 안에 있는 신앙의 견고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성도님들은 그 복음의 사랑과 넓은 마음으로 부족한 목회자를 청빙하셨고, 지난 1년간 제가 교회에 충분히 적응하고 교회를 알아갈 수 있도록 배려하시고 기다려 주셨다. 그런 감사한 마음과 은혜 위에 교회가 안팎으로 화평했다.
개인적으로는 뉴저지 초대교회에서 사역할 당시 한규삼 목사님과 7년간 부목사로 동역한 목회 경험이 큰 자산이 됐다. 한 목사님과 함께 하면서 순전한 목회를 배웠다. 담임 목회를 해보니 좌우로 흔들릴 때가 많다. 그때 배운 순전한 목회에 대한 확신을 중심 삼아 목양을 할 수 있었다."
-500명 이상의 중형 교회에서 담임목회 경험이 처음인 목회자를 청빙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을 텐데
"한길교회 담임 목사 청빙에 대한 원칙이 있었는데, 첫 번째가 '다른 교회에서 사역하시는 분들은 가급적 모시지 말자는 것'이었고 두 번째가 '부목회자들에게도 기회를 주자'는 것이었다. 여러가지로 부족한 사람을 귀한 그리스도의 공동체로 초대해주셨다.
그리고 청빙위원들과 성도님들안에 '교회는 민주주의가 아니라 신본주의'라는 정신이 있었다. 세상의 방식과 사람의 생각을 내려놓고 하나님께서 보내주심을 신뢰하셨기에 한길교회로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지난 1년을 돌아보면 어떤 시간으로 평가할 수 있나?
"농부가 농사를 짓고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밭의 토양과 기후를 알아야 한다. 지난 1년은 지난 10년간 하나님께서 한길교회를 통해서 어떤 일을 하셨는가를 살펴보는 시간이었다. 우리 교회가 꾸준히 협력하는 선교지를 살펴보면서 교회가 연속성을 가지고 사역을 이어갈 수 있도록 교회의 사역 방향을 알아가는 시간이었다."
- 건강한 교회 리더십 교체를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예전에는 목자가 "나를 따르라"고 하면 성도들이 따라가는 것이 교회의 덕목이라고 생각됐다. 목회자가 교회의 전체적인 방향을 제시했다. 그런 가운데 생각의 다름으로 인해 교회의 아픔도 적지 않았다.
새해 한길 교회 표어를 "그는 우리의 화평이신지라"로 정했다. 최고의 영성은 하나됨을 이루는 영성인데,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복음의 능력이 바로 하나됨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나와 함께 하는 누구와도 화합하여 함께 일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마음 맞는 사람하고 일을 하면 일을 많이 할 수는 있겠지만 그리스도인의 초점은 얼마나 많은 일을 하는가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앞에 얼마나 깨끗하고 정결한가에 있다.
목회자의 뜻에 따라 사람의 능력으로 교회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일을 추진함이 아니라, 교회 구성원 모두가 하나님의 뜻을 한마음으로 품고, 하나님의 능력을 의지하며 나아가도록 인도함이 교회의 바른 리더십이라고 생각한다."
-교회의 본질을 이야기하는 시대다. 추구하는 교회상은 무엇인가?
"유럽의 교회가 건물에 집중하다가 건물만 남았다. 오늘의 교회가 무엇을 남길까를 고민하면 교회 존재 본연의 가치에 충실한 일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의 교회가 마지막 때에 건물을 남길 것이 아니라면 사람을 세우고 그리스도의 빛으로 세상을 비춰야 한다.
복음으로 세워진 바른 목회관과 충성된 영성으로 주께 헌신된 신학생을 양성하고,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교회와 선교지를 돌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넘치는 하나님의 은혜가 교회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지역 사회로 흐르도록 수로를 놓아야 한다.
세상은 절대 진리가 흔들리는 시대라고 하지만 복음은 변하지 않는 진리다. 교회가 복음의 순수성을 가지고 개혁주의 중심의 교회를 이뤄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회의 역할, 특별히 한인 이민 교회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우리 모두는 예배의 감격과 더불어 교회 공동체로부터 오는 사랑과 위로가 필요하다. 이민자도 예외가 아니다. 성도님들이 교회에서 상한 마음이 치유되고 서로를 위로하고 세우는 가운데 한 주간을 믿음으로 살 수 있는 힘을 얻길 바라는 마음이 있다. 우리 모두는 우리의 본향을 향해 나아가는 아브라함과 같다. 그 나그네 길에 교회가 한 부분을 함께 하고 방향을 제시해 줄 수 있기를 소망한다."
-한인 교회 목회자와 성도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미주 한인 이민 교회 목회자로서 목사님들께 당부드리고 싶은 점은 우리 미주 한인교회가 개교회 주의에서 벗어나 하나님 나라를 함께 세워가는 일원이기 원한다. 한길 교회를 예로 들면 특별히 청년 사역은 유학생 사역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데, 이들이 졸업 후 어느 곳에 있든지 개교회의 일꾼이 아닌 하나님 나라의 일꾼으로 양육하려고 한다.
성도님께 드리는 당부는 출석 교회를 정하거나 교회를 옮길 경우 사람들의 평가나 나의 유익에 앞서 하나님이 나를 이곳에 보내셨는지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교회에 정착하면 좋겠다. 이렇게 하면 교회를 쉽게 옮기는 경우가 적다. 부득이하게 교회를 옮기게 될 경우는 교회에서 이명증서를 발급하는 방법도 교회의 하나됨을 높이는 방법이 될 수 있다."
-교회를 향한 사회의 기대치가 낮아졌다. 무엇이 원인이라고 생각하나?
"어렸을 때 목회자를 꿈꾸면서 나도 저분의 목회 길을 따라가겠다고 다짐했던 분들의 뒷모습이 아름답지 못했다. 스스로 '목회에 실패했다'고 고백하시는 분들도 계시다. 한국 교회의 영성을 진지하게 자성해봐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한 때 한국 교회를 휩쓸었던 사명 지상주의가 원인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한다. 주를 위해 헌신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그것이 마치 하나님의 일을 위해 우리의 헌신이 필요한 것처럼 여겨지며, 결과론적으로 사명 지상주의 영성이 한국 교회를 이끌고 있지 않았나 돌아보고 싶다. 하나님은 부족함이 없으시다. 하나님께 우리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예수 그리스도가, 하나님이 필요한 것이다. 우리에게 하나님의 일이 필요한 것이다.
우리의 헌신이 나아가 하나님 앞에 자기 의로 변질되지 않았는지에 대한 자성이 필요하다. 자기 의는 보상 심리다. 우리가 받은 구원은 너무나도 충분한 하나님의 은혜다. 그 무엇보다 큰 감격이며, 우리가 할 수 있는 그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다. 우리 안에 보상 심리를 거두고 날마다 우리 마음을 점검해야 한다.
우리를 붙잡아주시는 은총을 깨닫고 빚진자의 마음으로 작은 일, 큰 일 없이 주 앞에 모든 일이 감사임을 깨닫는 은혜로 주와 동행하는 자의 영성이 필요하다."
-목회자가 힘써야 할 부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이 시대 편만한 욕망의 문제 앞에 교회가 진리를 선포하고 세상의 본이 되어야 한다. 세상적인 욕망을 기독교의 이름으로 용인한다면 유사 기독교일 뿐이다. 이 문제 앞에 오늘의 목회자도 자유로울 수 없다. 교회 리더십부터 욕망의 문제를 정교함으로 분별해낼 줄 알아야 한다. 목회자가 중심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성도들은 금방 알아차린다.
야망과 비전을 분별하고 은혜와 게으름 앞에 정직해야 한다.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 안에 치유함이 있다. 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 목회자와 성도로서의 삶은 이미 우리에게 주어져 있다. 이것을 오해 없이 받아내는 실력과 영성이 필요하다."
-새해를 맞는 그리스도인들에게 필요한 마음의 계획이 있다면?
"구원받은 그리스도인은 복음이 우리 삶 가운데 역사하시도록 순결하고 깨끗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내가 무엇인가로 쓰임 받기 위한 사명 지향적인 목적이 아니라, 구원 외에 다른 곳에서 기쁨을 찾으려고 했던 모습을 회개하고, 예수 그리스도의 거룩한 신부로 사는 삶에 중점을 두면 좋겠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우리 삶의 초점과 교회 사역의 지침은 주님 앞에 얼마나 순결한 마음으로 서는가에 있다. 복음의 본질로 돌아가 예수 그리스도의 삶을 쫓아 살아간다면 우리 삶의 변화는 반드시 온다. 이제 우리 교회가 함께 고민할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