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멕시코 단기선교 3 - 후지탄에서
4년 만에 마주한 후지탄은 어딘지 모르게 낯이 설어 보였습니다. 가게마다 쇠창살이 쳐 있고, 인심 좋은 시골 읍내 거리 같았던 동네 어귀는 더 이상 안전해보이지 않았습니다. 선교 팀을 인도하시는 이길로 목사님도 불과 얼마 전에 있었던 경찰과 마약 갱단간의 총격 사건을 언급하시면서 노방 전도는 조심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녁 집회를 준비하러 오는 길에 교회 리더 중 한 분의 집을 심방했습니다. 4년 전 방문했던 선교 팀에게 자신의 집을 잠자리로 오픈해 주셨던 고마운 분이십니다. 시원한 음료수를 나눠 주신 후, 성도님이 이야기 중에 울먹이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를 잊지 않고 찾아주셔서 고맙습니다. 그 먼 거리를 멀다 않고 찾아 주신 여러분들 덕분에 링콘 모레노 같은 곳에 교회가 세워질 수 있었습니다..." 아마도 지난 번에 링콘 모레노 교회당의 기초를 세우고 지붕을 얹어드린 일을 기억하시는 듯 싶었습니다.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났습니다. 아무 것도 해드린 것이 없는데, 마치 모든 것을 받은 것처럼 말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한방 치료를 하고 있다는 소식을 어디서 들었는지, 사람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눈에 띄는 한 사람이 있었는데, 까를로스라는 이름의 청년이었습니다. 얼핏 보기에도 범상치 않아 보이던 이 청년은 알콜 중독으로 인해 간 기능을 거의 상실했다고 했습니다. 지금은 술 대신 콜라를 마시고 있다고 했습니다. 하나님을 믿고 싶지만 자기 안에 악이 너무 많아서 그럴 수 없다고 했습니다. 한방 치료를 마친 이 청년을 붙잡고 십자가 복음을 전하기 시작했습니다. 하나님께서 얼마나 이 청년을 사랑하시는지, 또 어떻게 사랑하셨는지를 설명했습니다. 청년의 눈동자가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목사님의 이야기를 듣는데 제 문신이 꿈틀거렸습니다." 온갖 두려움에 매여있는 이 청년을 위해 안수 기도를 한 후, 이 말씀을 나눴습니다.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 청년은, 믿음의 길을 시작해보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눈물이 났습니다.
선교지에서 맞는 주일 아침은 특별했습니다. 땅끝에 서 있다는 감격이 밀려왔습니다. 강단에 서서 설교를 하는데 어제 상담을 했던 까를로스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여전히 거무죽죽한 얼굴이지만, 빛이 나는 듯 했습니다. 형제가 예배를 통해서 살아계신 하나님을 만날 수 있도록 마음으로 기도했습니다. 예배 바로 직전에 상담을 했었던 루이스 신학생의 아버지 알레한드로 씨의 얼굴도 눈에 들어왔습니다. 술에 취하기만 하면 착한 아내를 때리곤 하는 그가 정말 오랜 만에 주일 예배에 참석한 것입니다. 그가 예배를 통해서 하나님의 영광을 볼 수 있기를 기도했습니다. 설교를 하는 저나 설교를 듣는 그들 모두가 이 길 끝에서 주님을 만나 뵐 수 있기를 기도했습니다.
주일 예배를 마치고 오스카 목사님이 특별히 심방을 부탁하셨던 분의 집을 찾아갔습니다. 얼마전 총격 사고로 한쪽 다리를 잃은 사람의 집이었습니다. 마땅히 할 말이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가벼운 위로의 말들이 오히려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영광스런 부활의 소망을 나누고, 함께 기도했습니다. 그것이 우리 선교 팀이 할 수 있는 일이고, 또 그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다만, 하나님께서 함께 해주시기를 기도했습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