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 공항에서 출국하면서부터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들이 발생했습니다. 항공사로부터 짐 10개 가운데 박스로 포장된 짐은 발송하지 못한다는 얘기를 듣고, 부랴부랴 이민용 큰 가방을 공항 근처에서 구입하여 짐을 옮겨야만 했습니다. 출발 10분을 남겨두고 선교팀은 아슬아슬하게 비행기에 탑승할 수 있었습니다. 비행기 연착으로 인해 다음 비행기를 놓치는 일도 있었고, 공항에서 6시간 이상을 기다리는 일도 있었지만, 날마다 하나님의 돌보심을 경험했습니다.
선교센터(학교 교실 2층)에서의 하루는 새벽 5시 새벽기도회에 참석하는 것으로 시작했습니다. 확성기로 온 도시 사람들을 깨우는 찬양이 새벽 4시 반부터 울려 퍼집니다. 우리는 무더위로 잠을 설친 탓에 수면이 부족했지만, 예배당 어둠 속에서 목청껏 기도하는 아이티 사람들의 간절함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1시간 15분 정도의 새벽기도회가 끝나면 아침 6시 30분에 식탁에 둘러 앉아 7~8명이 큐티를 하고, 각자 은혜받은 말씀을 한 마디씩 나눕니다. 7시에 아침 식사를 준비하여 간단히 먹고 나면, 8시 30분에 오전 사역을 시작합니다.
전도 사역일 경우, 통역하는 형제와 선교팀이 각각 2명씩 짝을 지어 한 집 한 집을 방문합니다. 통역하는 형제가 시티 솔레이 사람에게 하나님을 믿는지, 교회를 나가는지 먼저 묻고 나서, 만약 하나님을 믿지 않는 사람일 경우, 우리를 소개합니다.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 미국에서 오신 분들인데, 시간을 내어 들어보겠느냐고 묻습니다. 본인이 수락하면 우리는 집 안으로 들어가서 복음을 전하고, 예수님을 영접하는 기도를 드릴 것인지 본인에게 묻습니다. 주님을 영접하겠다고 결심하면, 눈을 감고 영접기도를 소리 내어 기도합니다. 그렇게 예수님을 영접한 사람에게는 우리가 준비한 작은 선물(썬글라스, 에너지 바, 부채, 사탕 등)을 주고 축복의 인사와 기념촬영을 합니다. 저 같은 경우는 3시간 정도를 전도하면 보통 15명 정도가 예수님을 영접했습니다. 일일이 이름과 나이, 주소를 적고, 가까운 교회에서 지속적인 양육을 받을 수 있도록 연결합니다.
오후는 고아원 한 곳씩을 방문하여 아이들과 소개를 하고, 그림을 그리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물 총 싸움을 하고 나면 금방 친해집니다. 우물에서 물을 길러 와 개인별로 목욕을 시키고 속옷과 티셔츠를 갈아 입힙니다. 선교팀 한 사람이 약 6명 정도의 아이들을 끌어안고 축복기도를 합니다. 아이들도 우리를 위해 기도합니다. 성경 암송을 얼마나 잘 하는지, 고아원 별로 약 50개 정도의 성경을 암송하는 모습에 우리는 감동을 받았습니다. 선교사님께서 매달 약 30개 정도의 암송 구절을 준다고 합니다.
저녁에 선교센터로 돌아와 8시 정도가 되면 오늘 하루 느꼈던 점들에 대하여 나눕니다. 보통 2시간 정도, 깊은 대화와 감사, 칭찬의 말들을 이어갑니다. 밤 10시가 되면 다음 날 사역 물품을 준비하고 잠자리에 듭니다. 전기가 나가지 않으면 다행인데, 전기가 나가는 일이 잦아서 선풍기나 에어컨이 꺼지곤 합니다. 너무 더워서 잠을 이루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의료사역은 빈민가 지역에서도 환영받고, 전기가 없는 산간 정글지역 사람들에게도 절실한 사역입니다. 약 70%의 사람들이 직업이 없고, 글을 모릅니다. 아이들은 맨 발로 생활합니다. 씻지 않아서 피부병과 여성질환도 많습니다. 이런 곳에 선교사님들은 학교를 세우고, 작은 병원을 지어서, 이들에게 꿈과 희망, 하나님의 은총을 활발하게 전하고 있습니다. 우리처럼 연약한 사람들을 귀한 일에 사용하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