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관희 집사의 마지막 이야기를 담은 영화 <교회 오빠> 스틸컷. ⓒ커넥트픽처스 제공
(Photo : ) ▲이관희 집사의 마지막 이야기를 담은 영화 <교회 오빠> 스틸컷. ⓒ커넥트픽처스 제공

 

 

영화 <교회 오빠>를 연출한 이호경 감독이 이관희 집사와 오은주 집사 부부와의 촬영 당시를 회상하며 진솔한 이야기를 전해왔다.

이호경 감독은 앞서 누나의 암 판정 소식 후 '아름다운 동행'에 가입하고 이관희·오은주 집사 부부와의 첫 만남을 회상했다. 이어 '촬영' 당시를 회상한 그는 두 부부의 삶을 통해 드러난 배려와 겸손함을 회상했다.

2. 촬영

일본 코미디언은 대개 2인조로 활약한다.
각각 '보케(엉뚱한 사람)'+츳코미(보케를 다그치는 역)'의 역할을 맡는다.
부부를 촬영하면서 자주 일본 코메디를 보는 것 같았다.
일상생활에서는 아내가 엉뚱한 남편을 다그쳐서 웃음이 나고,
QT에서는 남편이 엉뚱한 아내를 다그쳐서 웃음이 났다.

이관희씨는 유난히 배려심이 깊은 사람이었다.
촬영팀이 굶고 있지 않은지, 쉴 곳은 있는지 늘 살피는 사람이었는데...
암 관련 강연회 같은 곳을 가면 출입구에서 나눠주는 사은품을 꼭
촬영팀 인원수 만큼 챙겨오는 바람에 얼굴이 화끈거린 적도 있다.
작아진 소연이의 옷과 장난감은 촬영팀 스탭들의 아기선물로 보내주었다.
방송생활 20년 동안 촬영팀을 그렇게까지 배려해주는 출연자는 처음이었다.
그가 요양원에서 몇 날 며칠 잣을 따서 암환우들에게 대량 우송했던 일도 유명하다.
본인의 몸이 무너지는데도, 다른 '앎'의 출연자가 사경을 헤맬 때
병원을 찾아와 기도해주고, 병원에서 포기한 회원들을 위한 마지막 약을 구해왔다.
'앎'의 마지막 편 '여자의 일생'의 주인공 김현정씨가 호스피스에서 끝까지 쥐고 있던 약이
이관희씨가 사방팔방 뛰어다녀 구해온 약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촬영팀에 교회를 다니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당연히 이관희 씨의 발언들을 따라 갈 수가 없었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아내에게 집중했다.
차마 입밖으로 뱉지 못하는, 이관희 씨에 대한 합리적인 의문들은
거리낌 없는 아내의 입을 통해 통쾌하게 표출되었다.
"뻥치지 마!" "정말 그렇게 생각해?" "이상한 사람이네"...

이관희씨의 정신세계를 좀처럼 따라 갈 수 없었기에,
왠만하면 남편의 인터뷰 없이 부부의 대화만 촬영하기로 했고
(사실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딱 두 번 정식 인터뷰를 요청했다.
여러 질문들을 충분히 한 다음, 마침내 나 스스로에게도 오랜 의문이고,
모든 '앎'의 출연자들에게 던졌던 공통 질문을 마지막으로 던졌다.

"당신은 왜 더 살아야 합니까?"

4년 동안 '앎'을 촬영하면서 이 질문에 대답한 출연자는 없었다.
이순신 장군 빼고 누가 이 질문에 정답을 말할 수 있겠는가.
큰 기대 없이 던진 그 잔인한 질문에 이관희 씨가 답했다.
"지금까지 살아온 삶이 서툴고 부족했기에, 단 하루라도 온전하고 충실된 하루를
살아보고 싶어서..."

2013년 '삶과 죽음'의 고민을 안고 짐을 싸서 혼자 100일간 강릉의 호스피스에 들어간 적이 있다.

그때부터 1년간 한글, 영어, 일본어로 된, '사생학'에 관한 구할 수 있는
모든 서적을 구해서 읽었지만 답을 찾을 수 없었다.
나는 이관희 씨에게서 오래 묵힌 질문의 해답을 처음으로 들은 기분이었다.

3년의 시간 동안, 아내 오은주 씨는 머리카락이 자라는 속도 만큼 놀랍게 변모해갔다.
금강석처럼...극한 고통과 시련의 시간이 그녀를 단련시켜 나갔다.
재발에 재발을 겪는 동안 남편은 '사단의 공격'을 받는 것처럼 약해져 갔고,

▲이호경 감독. ⓒ커넥트픽처스
(Photo : ) ▲이호경 감독. ⓒ커넥트픽처스


아내가 쓰러지는 남편의 팔을 굳게 붙잡고 위태롭게 버티는 게 보였다.
편집을 하면서도 다시 확인이 되었지만,
촬영 초반 2인조 중 '보케'였던 아내는, 촬영 후반부에는 남편의 '동지'로 변해 있었다.